기독교 공동체의 성서적 기원과 실천적 대안
차정식 지음 / 짓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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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론에 필요한 거의 모든 논의를 다 담아놓은 책이 나왔다. 말 그대로 종횡무진한 저술이다. 책의 초반부에는 인문-사회학적 공동체론에서 나온 질문을 최근의 것까지 폭넓게 개관한 다음, 성경을 구약에서 신약까지 종으로 훑어내렸다. 아마 성경을 근거로 이 정도 분량에 이렇게 촘촘히 꿰어낼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후반부는 한국의 공동체와 공동체론, 인물론까지를 포괄하였다. 천주교쪽 흐름에 이어 김교신, 유영모, 이현필, 예수원, 김진홍, 최일도, 임영수 등등이 언급된다. 차정식 교수는 역사적으로 제기된 사회적 공동체론의 다양한 질문들을 다 꺼내놓고 그간 우리들의 논의가 배제해온 물음과 흘려넘긴 통찰을 맞대면하게 한다. 이 프로젝트가 제대로 읽히고, 진지하게 논의된다면 지금껏 제안된 기독교 공동체론의 지평이 대폭 확장될 터이다. 교회가 '대안적 폴리스(polis)'일 가능성을 상상해본 사람이라면 확 끌릴 책이다. 이제 앞으로 제기될 공동체 논의는 이 책을 통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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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의 정치적 종말론 - 바디우 / 아감벤 / 지젝 / 샌트너 바리에테 17
도미니크 핀켈데 지음, 오진석 옮김 / 비(도서출판b)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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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좌파철학 진영에서 바울을 대화 파트너이자 진지한 연구의 대상으로 불러낸지 여러 해가 지났다. 그 가장 앞 줄에 언급될 이름들이 이 책에서 다루는 알랭 바디유, 조르지오 아감벤, 슬라보예 지젝 등이다. 저자는 여기에 에릭 센트너를 더해서 이 논의의 지형을 '차이성/개별성'에 주목하는지 '동일성/보편성'에 주목하는지로 정리해내었다. 정치철학의 신학적 전회(Theological turn)를 한눈에 그려볼 수 있는 기획이라 이런 흐름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면 이 책의 출간은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 현대 무신론, 현대 맑시즘의 다양한 논의전개 과정에서 불현듯 부각된 '바울'과 '메시아주의'는 한편 유대교 사상의 현대적 복원이란 측면이 강하지만, 기독교 신학 혹은 신약성서가 현대적 질문 앞에서 얼마나 새로운 텍스트로 변모하는지를 보여주는 신선한 경험을 제공한다. 그리스도인과 그들의 공동체는 이 맥락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걸까 묻기 시작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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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자 예수 - 해방신학으로 본 역사의 예수
혼 소브리노 지음, 김근수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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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 엘살바도로의 해방신학자 혼 소브리노는 1989년 동료 사제 6명이 군부 독재정권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와중에 이 책을 썼다. 그는 서문에서 엘살바도르의 상황에서 '해방자 예수'란 이름을 달고 기독론을 쓴다는 것이 '가능한가, 유익한가, 필요한가?'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기독론(christology)은 저 유명한 예수의 말씀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그 대답이 구태의연하지 않고, 시대의 대세를 추종하지 않고, 편만한 악의 위협에 무력해지지 않고 발해질 수 있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이 책은 잘 보여준다. 그는 '그리스도와 라틴아메리카 대륙은 오늘 십자가에 못박히고 있다'며 '그리스도가 인질이나 속임수의 대상이 되어 낳는 고통을 말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어떻게 '너희 탓으로 내 이름이 뭇 백성 사이에서 모욕을 당하고 있다'는 말씀을 피해갈 수 있을까? 혼 소브리노의 <해방자 예수>는 등짝을 후려치는 호된 매질로 우리를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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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와 자유의 역사 - 칼뱅에서 애덤스까지 인권과 종교 자유를 향한 진보
존 위티 주니어 지음, 정두메 옮김 / IVP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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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모리대학의 '법과 종교 연구센터' 소장으로 법역사의 최고 권위자 중 한 사람인 저자는 흥미로운 문제제기로 책을 시작한다. "제이콥 탈몬은 프랑스혁명이 근대 자유민주주의의 전조인 동시에 근대 전체주의적 파시즘의 전조라고 묘사했다. ... 칼뱅주의 종교개혁에 대해서도 비슷한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 칼뱅의 본래 정치사상 역시 전체주의와 민주주의 등 상반된 두 성향에 널리 영감을 줄 만큼 충분히 '변화무쌍'하고 '선동적'이었다. 많은 주요 칼뱅주의자들에게서 전체주의적 성향을 읽어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은 그런 칼뱅의 사상이 어떻게 주요한 '권리'와 '자유'의 사상을 낳는데 핵심적 기여했는지를 역사적으로 추적한 대작이다. 우리 주변에 유통되는 칼뱅은 매우 협소한 종교지도자에 머물고 말지만, 역사 속에서 그의 흔적을 폭넓게 읽어내고 나면 우리가 얼마나 칼뱅을 순치시키고, 가부장으로 만들고, 왜소한 인물로 만들어 버렸는지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이 책이 그려내는 칼뱅과 그의 후예들은 언뜻 언뜻 '자유와 권리'를 끝까지 추구한 혁명가의 풍모를 풍긴다. 나는 칼뱅은 그렇게 읽는 것이 맞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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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과 진화를 동시에 믿을 수 있는가 - 당혹한 이들을 위한 안내서
테드 피터스 외 지음, 천사무엘 외 옮김 / 동연출판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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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와 진화'는 미국에서는 지난 한 세기 내내 핫 이슈였다. 한국에서는 80년대초 '창조과학'이 소개되면서 논쟁구도가 이식되었다. 여기에는 과학에 대한 기독교적 이해, 진화론에 대한 갑론을박, 최근에는 이를 '문화전쟁(culture war)'의 핵심고리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은 이런 맥락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진화와 신앙'을 조화가능한 것으로 보는 학자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대중들이 이해하도록 차근차근 잘 설명해나간 책으로 첫 손에 꼽을만하다. 저자 두 사람 모두 과학과 신앙 분야에 대표적으로 꼽히는 학자들이고, 이 뜨거운 주제를 관통하는 14개의 질문을 조리있게 풀어나간다. 부제가 '당혹한 이들을 위한 안내서'라고 되어 있는데, 아마도 '창조-진화' 논쟁이 뭔가 석연치 않다고 느꼈을 수많은 '당혹자'들에게는 매우 반가운 책이 될 것이다. 이 주제에 관한 한 최선의 입문서로 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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