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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rapes of Wrath (Paperback) - 『분노의 포도』원서
존 스타인벡 지음 / Penguin Classics / 2000년 9월
평점 :
28장을 읽을 때 결국 울컥하며 눈물을 쏟았다. 주인공 격인 Tom Joad가 Casy 목사의 삶을 롤모델로 하여, 먹을 것을 위해 힘겹게 싸우는 가난한 자와 경찰의 위압에 시달리는 약자들이 있는 곳으로 늘 달려가겠다고 말하는 장면이었다. Tom Joad도 환경의 희생물로 불가피하게 두 번의 살인을 하게 되어 지하 배수로 옆 동굴에 숨어지내는 신세인데도, 약자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사회적 요청에 부응하며 살겠다고 한다.
생쥐와 인간을 읽을 때는 작가에 대해 호기심이 덜했는데 이 책은 읽는 처음, 중간 과정, 그리고 마지막까지 왜 그리 모두들 훌륭한 책이라 하는지 이해가 간다. 제목 만큼이나 내 마음 속에서도 도덕적 분노가 일어서 어둡고 답답한 책이었고, 마지막에선 부디 희망의 빛을 발하며 끝이 나길 기다렸으나, 무섭게 내리는 폭우 소리와 함께, 딸 Rose of Saron이 사산을 하는 장면이 결말이다. 물론 그 다음 장면은 다 충격적이었다. 자극적 결론을 위한 작가의 의도가 아닌걸 안다. 죽음의 문 앞에 선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또 다른 생사의 갈림길에서 아이를 잃은 여자가 선택했던 인도주의적인 행동이라고 이해했다.
굶주림이 공포를 공포가 분노를 일게하는 상황을 살았던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그렇게라도해서 죽음을 막아보려 했을까? 생명을 잃은 절망을 새롭게 생명을 살리려는 선택으로 보상하고자 했을까? 충격적인 마지막 장면은 30년대 비참한 상황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리고자 했던 것일까? 6일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헛간에서 죽어가는 아버지를 옆에서 보아야 하는 아이를 위해서는 그 어떤 실천적 행동이 사회적 의무이자 책임인지도 모른다.
서문에서 오하이오 교수가 이 책의 집필과정과 작가의 삶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있어서 책이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작가는 100일만에, 정확히 93일 만에 이 책을 썼으나 몇 년의 준비 과정이 있었다고 했다. 즉, 작가는 오랜 기간 이주민들과 삶을 같이 하며 그 속에서 얻은 주관적 경험, 생생한 사실주의, 성경적 주제를 담아냈다고 하니 놀랍기 짝이 없다. 미국의 문학적 지도를 바꾸었다 칭송받고, 너무나 미국적인 책이라 불리는 이유는 인본주의적 작가의 혼이 생생하게 담겨있기 때문이리라. 작가는 이주민의 삶을 통해 본인이 얼마나 작고 무능한 사람인지 알게 되었고, 순수하며 용감하기까지 한 등장 인물들을 향한 한 없는 사랑과 존경심을 표한다고 했다.
Weedpatch camp에서 화장실과 욕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다시 사람같은 기분이 든다고 했다. 감자를 강가에 버리고 굶주린 자들이 건져갈까봐 둑에서 보초를 서며 지키고, 돼지를 도살하여 죽여 땅에 묻어 썩게 하고, 산더미처럼 썩어가는 오랜지도 먹지 못하게 막는다. 한 명의 지주가 백만 에이커의 땅을 소유하고 10만명 이상의 농부가 굶어죽기도 하고 단돈 몇 센트의 일자리를 위해 서부로 이동해야 하는 그들의 굶주린 눈동자 안에 분노가 서려있음이 이상한가?
살신성인의 모습을 보인 Jim Cady의 메세지가 의미심장하다. 그는 목소리를 내는 것과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프랑스 대혁명, 링컨 대통령의 예를 들었다. 명분을 위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다 잠시 뒤로 물로설 수 있으나, 완전히 뒤로 후퇴하지 않으며 그런 과정을 통해 전체를 옳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영혼을 찾기위해 광야로 나갔으나 결국 그가 찾은 것은 위대한 큰 영혼의 일부였고, 한 개인은 결국 그 자신의 영혼을 갖고 있지 않으며 커다란 영혼의 일부로 존재한다는 것.
1939년에 발표되었고 대공황시기의 이주민들의 눈물마저 상징할 수 없는 슬픔과 애환을 담아낸 책을 읽으며 나 역시 몹시 분개했다. 지붕과 마루가 있는 집, 배고픔이 없은 삶을 희망했던 수 많은 사람들의 삶을 유린하고 노동력을 착취했던 자본주의 시장을 어찌 용서해야 하는가? Casy, Tom Joad, Ma, Rose of Sharon의 행동 속에 희망이 눈물의 서자처럼 자리하고 있지만 그마저 고문이 아닐지 모르겠다.
휴가를 이 대작과 함께해서 너무 뿌듯하다. 명불허전은 꼭 나로 하여금 하루는 밤을 지새우게 한다. 물론 그만한 가치가 있다. 목소리를 내고 같이 연대의 흐름에 동참하며 변화의 물결에 힘을 보태는 삶을 살고 싶다. 자신이 얼마나 미약하고 무능한지 알지만 당연히 해야 하기에 물러설 수 있고 상처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더라도 양심이 시키는 일을 간과하지 않으며 살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