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ad (Mass Market Paperback) - 영화 '더 로드' 원작
코맥 매카시 지음 / Vintage / 2007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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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부터 암울했는데 읽는 내내 어두운 책이었다. 설마 끝까지 이렇게 길을 걸어갈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감각적인 반전이 있는 책에 길들여진 나라서 처음부터 끝까지 반전 없이 무미건조하게 쓰여진 이 책에 흥미를 붙이긴 어려웠다. 그럼에도 책은 늘 제자리에 있듯이 내가 얼마나 열린 마음과 태도로 책에 가까이 다가서느냐에 따라 책이 주는 선물의 깊이는 천차만별임을 알기에 이렇게 감흥없이 책을 덮는 책임은 모두 나에게 있음을 통감한다.

2주 이상 같은 책과 씨름함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활자를 읽는 것과 같다. 책이 좋아 책을 펼침이 아니라 읽기 위해 들고 다녔기에 책과의 사랑을 회복해야함을 다시 한번 절실히 느낀다. Don’t cast your pearls before swine. (돼지 앞에 진주를 던지지 말라.)이라 했는데 보석을 알아보지 못하는 우매한 사람이 되었음에 반성하는 마음으로 리뷰를 쓴다.

대재앙이 내린 지구에 서로가 전부인 아버지와 아들이 추위와 굶주림에 허덕이며 남으로 남으로 향한다. 주인공의 이름도 없고 그냥 father/ boy/ papa로 표시되고 대화체에 인용부호도 없고 탈문법도 많다. 그만큼 혼돈과 아비규환의 시기에 총을 언제나 소지하고 있다. 사람들은 오직 good guys/bad guys로만 분류되는 세상에서 어린 아이와 굶주림을 채우기 위해 물건을 훔친 도둑(thief)을 향해 울고 있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너가 세상 모든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라고 잘라 말한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죽으면서 “You have to carry the fire. It’s inside you.”라고 한다. 그 두 부자는 어디를 가든 항상 불을 피웠다. 물론 불은 추위를 견디고 음식을 만들고 따뜻하게 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며 오직 어딘가에 착한 사람들이 있을거라 믿는 그들은 항상 불을 피웠고 아버지는 죽으면서 살아 남은 아들에게 늘 불을 가지고 다니라고 당부한다.

생물학적 생존이든 정신적 건강이든 인간에게 불은 필수불가결한 존재이다. 무엇을 하든 불의 뜨거움이 없이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가는 경우 감정의 굴곡을 덜 겪는다는 장점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불의 뜨거움 없이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것은 쉽지 않다. 내가 죽어있는 영혼으로 하루를 마지못해 또는 무미건조하게 살아냄이 아니라,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것은 소중한 감정이다.

내 정신이 살아서 움직이고 있음을 느끼기위해 책을 읽는데 마음으로 읽지 못하고 눈으로만 감각적으로만 읽어서, 마음에서 불이 일지 못했다. 오늘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채 책꽂이 모셔 두고 언젠가 다시 꺼내 들 날이 있을거라 희망하며, 나를 오래 기다린 다른 책 속에서 불을 밝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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