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블루레이] 바그너 : 니벨룽겐의 반지 전곡 [4Blu-ray 한글자막]
마이어 (Waltraud Meier) 감독, 바그너 (Wilhelm Richard Wagn / Arthaus Musik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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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세번째 반지이자 100번째 접하는 오페라 공연 영상물이다. 꼬박 5일 걸렸다. 보기 위해 한달 여 전 바그너 평전을 읽었고 풍월당의 대본집을 다시 정독했으며 닐 게이먼의 '북유럽 신화'를 읽는 등 사전 준비를 꽤 했는데 감상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내용을 충분히 이해했으므로 이번 감상포인트는 관현악에 두었다. 아직 귀에 익은 유도동기들이 몇 개 안되기 때문에 이번엔 좀 많이 잡아내려 했다.

 

바렌보임이 지휘한 반지는 처음인데, 관현악 파트의 긴장감이 최고다. 연출은 빛을 이용한 무대 색감과 백스크린 영상이 굉장히 고급지다. 직접적인 표현은 최대한 자제했음에도 불구하고 실감나게 잘 표현했다(숲, 용 파프터 등). 안무가 있다는 게 독특한데, 단순히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춤추는 게 아니고 직접 사건진행에 참여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검은 색 옷 입고 뭐 소품을 끌거나 미는 다른 연출들과 달리 그냥 대놓고 연출의 일부로 가져가는 것이다.

 

보탄, 브륀힐데 등 대부분의 배역이 매번 바뀌는 게 아쉬울 수는 있겠으나 뒤집으면 비교해서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도 되겠다. 의외로 하겐 역의 미하일 페트렌코가 마음에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판매 중인 링 싸이클 블루레이 중 거의 유일하게 한글이 지원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일 것 같다. 번역 수준도 높고 꼼꼼하다. 링 사이클을 처음 보는 사람은 원전에 충실한 연출(메트 판)과 좋은 한글자막 (라 스칼라 판) 중 개인의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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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보수를 말하다 - 한국 보수를 향한 바깥의 시선
진중권 지음 / 동아일보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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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논객 진중권이 주간동아에 10여회 연재한 '대안으로서 보수의 재건' 주제의 칼럼 모음집이다. 한국일보에 연재한 '트루스 오디세이'와 달리 별다른 수정 없이 그대로 묶은 것 같다. 건진 건 부록으로 실린 김종인과의 대담 정도.

책 내용은 간단히 말하면 두가지이다.

1. 보수 생존 방안. 철지난 반공주의, 시장만능주의에 매몰되어 있고, 정부 수립 이후 항상 '갑'의 지위에 있어왔기에 아직도 자기들이 주류라고 착각한다는 것. 현실은 땅 속에 들어갈 날만 기다리고 있는데. 운동권들이 김대중-노무현 때 인터넷-벤처로 진출한 동년배들과 함께 사회 주류로 자리잡았음에도. 이는 최근에 읽은 강원철 교수의 '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는가'의 분석과 통하는 면이 있다. 영국 보수당은 300년을 유지하는데 있어 구 체제의 유지를 목표로 하지 않고, 시대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젊은 보수주의자들을 양성하고, 교육, 사회보장제도 등 진보진영의 아젠다를 선점함으로써 프랑스와 같은 대혁명을 피하고 그들의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국왕중심의 의원내각제, 귀족으로 구성된 상원 등). 진중권도 박정희 사회보장제도, 이명박 시내버스운영체계 등을 통해 보수도 진보아젠다를 끌여들이는 등 유연성을 발휘하라고 조언한다.

2. 싸움의 기술. 586 운동권 출신은 선전-선동의 도사이고, 프레이밍 전략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니, 상대방의 프레임에 들어가지 말고 밖에서 공격할 것. 구 보수는 언제나 갑이었기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본인들의 문제가 왜 문제인지 모른다는 게 문제이다. 오거돈-박원순 등 일련의 사건으로 민주당의 도덕적 우위는 땅에 떨어진 지 오래. 민주당의 주장을 점검하여 민주당 정책 전부가 아닌, '내로남불' 부분을 국지적으로 공격하면 지지를 얻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지금 민주당에 환멸을 느끼고, '존경받는 보수란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에 관련 책들을 뒤적이고 있는데(그렇다고 지금의 국힘을 찍을 건 아니고), 이 책이 다이제스트로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만 읽어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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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보수를 말하다 - 한국 보수를 향한 바깥의 시선
진중권 지음 / 동아일보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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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뜨자마자 주문함. 주간동아에서 읽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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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네트렙코가 드디어 벽을 넘었나보다. 최고의 라이벌을 만나서. 메조 소프라노 아니타 라흐벨리쉬빌리는 라 스칼라 판 '아이다'에서 암네리스 역을 맡아 아이다 역의 크리스틴 루이스를 깔아뭉개는 굉장한 포스를 보여줬는데, 여기 전의에 불타는 공작부인 역할에서는 더욱 격정적이다. 덩치가 산만한 두 여자가 뿜어내는 에너지에 치인 테너 베찰라가 쪼그라드는 느낌. '아드리나아 르쿠브뢰르'는 처음인데, 연극무대 뒷편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묘사, 19세기 귀족들의 은밀한 이중생활 고발, 액자식 구성 등이 매력적이다. 메트만의 대본에 충실하되 촌스럽지 않고, 화려하면서도 디테일을 모두 잡는 연출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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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블루레이] 헨델 : 리날도
헨델 (George Friderich Handel), 계몽시대 오케스트라 (Orchestr / OPUS ARTE(오퍼스 아르떼)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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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델은 처음이고, 바로크 오페라로는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에 이어 두번째.

 

바로크 오페라답게 단순허접한 스토리에 아리아와 레치타티보의 단순 무한반복으로 지루했을 이 작품을 살린 것은 100% 로버트 카슨의 연출이다. 십자군 전쟁을 영국 교복차림의 남학생들과 일본 교복차림의 여학생들의 싸움으로 치환해서, 전통 연출이었으면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을 다음 장면들이 어떨지 기대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곳곳에 관객을 빵 터뜨리게 하는 아이디어들은 보너스.

 

음악적으로도 손색이 없다. 바로크적 예쁜 선율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오타비오 단토네의 지휘와 챔발로(먖나?) 연주는 물론이거니와 소니아 프리나, 브렌다 레이의 테크닉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알미레나의 아리아 '울게 하소서'는 그간  (파리넬리 버전 등) 내가 기존에 들었던 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공연 안에서 처음 접하는 것만으로 만족스럽다.

 

영어자막이지만 (영국 공연이라 그런지) 읽기 쉽도록 번역되어 공연 감상에 지장이 없다.부클릿은 네 페이지에 달하는 제작노트를 읽을거리로 제공한다. 헨델이 영국에 왔을 당시(1710년 이후) 바로크 오페라는 자신의 이전 작품이나 심지어 남의 작품의 곡들을 재사용했다고 하는데, 그의 리날도의 경우, 전체 멜로디의 1/3 정도만 작품을 위해 새로 창작되었다는 것과, 후에 헨델이 개작하면서 그 이후에 작곡한 작품들의 줄리오 체사레 등의 곡들을 대거 끼워넣고 캐릭터들의 성부도 바꾸었다고 한 점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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