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남편 열린책들 세계문학 119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정명자 외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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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작법이, ‘작가일기‘에 수록된 마지막 두 단편으로 정점에 달한 것 같다. 이런 종류의 글은 아직 나에게 다소 어렵다. 읽으면서 내 의식으로 빠져버리기 때문이다. 이제 까라마조프로 들어설 모든 준비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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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일 종족주의 - 대한민국 위기의 근원
이영훈 외 지음 / 미래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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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지역 도서관에서 이 책을 검색하니, 정작 이 책은 없고 반론서들만 가득하다. 학문적 엄밀성이나 논리로 보자면 민족주의 감정에 기반한 사학이 이 책에 대적할 수 있을까 싶다. 이 책도 완벽하지는 않을테니 학문적으로 반론하면 되지만, ‘친일파‘라는 공격은 창끝을 무디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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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109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상룡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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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드디어 도스또옙스끼 5대 장편이 되었다. 왜냐하면 내가 읽었기 떄문이다. ㅎㅎ



다른 4대 장편들과는 느낌적으로 많이 다르다. 우선 1인칭 주인공 시점. 다른 4대 장편은 1인칭이 아니거나 화자가 주인공이 아닌 데 반해, 이 작품은 아직 젊은 주인공인 화자가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전개해 나간다. 그래서인지 무척이나 산만하고 횡설수설한 게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연상시킨다. '지하 인간'의 내면 흐름을 따라가는 1부가 상당히 고역이었는데, 이건 무려 900쪽이 넘는 장편이다! 진도가 잘 나갈리가 없었다. 


한편으로는 작가의 정치적 목소리, 슬라브주의에 대한 예찬은 적고(솔직히 지겨웠던 참이다), '민중'이라는 단어가 반복해 등장한다. 물론 화자가 아니라 베르실로프 등 등장인물의 목소리를 통하고 있지만, 화자보다는 그가 작가 자신의 모습에 가깝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민중'을 의식한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한편으로, 김정아 박사는 다른 역자인 김연경의 평을 빌려 '『미성년』은 작가의 이전 작품들에 대한 어설픈 패러디'라는 말에 공감한다고 했다. 『지하로부터의 수기』부터 중후기 작을 모두 섭렵한 후인지라 눈에 불을 켜고 찾았지만, '관 같은 방' 말고는 그닥... 아직 내공이 부족한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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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문장들 - 한 줄의 문장에서 러시아를 읽다
벨랴코프 일리야 지음 / 틈새책방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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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또옙스끼의 중후기작들을 읽고 있고, 이제 최후의 대작 『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향해 가는 중이다. 이전에 두 번을 읽었지만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몇몇 에피소드의 편린과 조시마 장로가 주었던 감동만이 남아 있을 뿐, 쉼없는 장광설이 대체 무슨 의미였는지 지금도 모른다. 이번에 그 대작을 읽으려고 하면서 다른 준비를 먼저 하기로 했다. 19세기 역사와 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벨랴코프일리야(귀화한 지금은 이게 본명이라고 한다)의 이 책을 선택한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사실 '거장들의 무대였던 모스크바나 뻬쩨르부르그도 아니고 블라디보스토그에서 온 사람이 러시아 문학을 잘 소개할 수 있을까' 의문이었는데, 무지한 자의 오만이었다. 소련 공산주의가 남긴 교육시스템은 그리 만만한 게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역사와 문학을 학교에서 교육을 받으며 자라났고, 그것이 그들의 삶에 침투하여 일상이 되었던 것이다.


여기에 소개된 문장들은 그냥 저자가 좋아해서 밑줄 그은 것들이 아니다. 러시아인들의 삶 속에서 살아 숨쉬면서 쓰이는 것들라는 것이다. 예컨대, 『백치』의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라는 유명한 문장은 (작가의 의도와 다르기는 하지만) 외적인 아름다움을 소개할 때 사용된다. 『예브게니 오게닌』의 '사랑 앞에서는 나이가 고개를 숙인다'는 문장은 적절하지 않은 나이의 결혼을 조롱할 때, 그에 대한 대꾸로 인용된다. 역시 푸시킨의 『청동 기마상』의 문장인 '유럽으로 창문을 뚫다'는 서방과의 관계에서 자주 인용된다고 한다. 도스또옙스끼를 읽을 때, 그 많은 러시아 문학들의 구절을 인물들이 인용한 것은 단순한 문학적 장치가 아니었다. 러시아 독자들은 그 부분을 능히 소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점은 마냥 부럽기만 하다. 고등학교 때 배우거나 그 후에 읽었던 한국문학 중에서 관용어처럼 굳어버린 게 몇개나 있는지 돌이켜 봤다. 아리랑도, 태백산맥도 없었다. '호부호형' 정도만 생각 나고, 대부분은 삼국지에서 온 것 뿐이었다.


한편으로, 이 책은 각 문장에 담긴 러시아라는 국가의 특징, 러시아인, 정교회 등 러시아의 역사와 문화에 연결시켜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읽다보니 도스또엡스끼의 작품들에 나타난 문장이나 인물들의 행동의 의미가 보다 선명하게 다가왔다.  『백치』에서 무대가 후반부에 갑자기 파블롭스크로 변경된 것의 의미, 『죄와 벌』에서 '변증법이 가고 삶이 도래했다'가 러시아인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악령』에서 인용한 요한묵시록 구절(너는 차지도 뜨겁지도 않다. 차라리 네가 차든지, 아니면 뜨겁든지 하면 얼마나 좋겠느냐)이 러시아인에게 어떤 의미인지가 생생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의 준비 작업으로 더없이 적절한, 내가 의도한 것에 꼭 맞는 책이었다. 작품의 번역가들도, 노문학자들도 알기 힘든 러시아적 감성을 알려 주었으니까. 러시아인들의 시각에서 러시아 문학 작들품을 읽도록 도와주는 '실버워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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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아 박사의 '도스또옙스끼 4대 장편 합본'을 기다리면서, 어쩌다보니 작가의 중후기작을 중심으로 읽어가고 있다. 













시작은 김정아의 『미성년』천줄읽기. 그의 번역 스타일을 알고 싶었다. 역자의 해설이 좋았다. 대부분 노문학과 불문학 작품들은 뒤에 수록된 역자나 전문가의 해설이 매우 어렵다. 이 역자는 일반대중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그 내용이 그가 출연한 유튜브에 반복되어 나온다.













두번째는 『도박사』천줄읽기. 도 선생의 가장 위험했던 시기, 그의 경험과 전문성(?)이 최고조로 발휘된 작품이라 하겠다. 이 작품의 출간 자체가 그의 인생을 건 도박이었다.













김혜경 역의 『악령』이다. 집에 중도포기한 상권을 다시 집어들었는데, 웬걸, 뭐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을 왜 고이 모셔두고 있었을까 싶었다. 깊이 이해하기 위해 두 번을 읽었다.













동시에 진행했던 『죄와 벌』거의 10년 전 홍대화 역을 읽고 라스꼴리니꼬프의 카리스마틱한 '범인'과 '비범인' 이론에 충격을 받았다. 이번에는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로 좋은 평가를 받은 김희숙의 번역본을 선택했다. 확실히 잘 읽히고, 이전과 같은 전율은 없지만 섬세한 느낌이 들었다. 뽀르피리의 심리 추리와 자수 설득("삶을 혐오하면 안됩니다."), 에필로그('변증법 대신에 삶이 찾아왔다')가 특히 와 닿았다. '솔로몬(←솔론)', '현' 같은 일어본 중역의 잔재가 남아 있는 것은 흠. 좋아하는 작품이라 역시 두 번 읽음.













4대 장편의 두번째, 김희숙이 번역한 『백치』이다. 2021년 첫 출간되었을 때 구입해 읽었는데 당시에는 매우 지루했다고 느꼈다. 라스꼴리니꼬프에 비해 백치 공작이 한없이 착해서였을까, 죽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였을까. 그러나 이번에 이 작품의 1부를 읽고 나서는 『죄와 벌』을 처음 읽었을 때 이상의 전율을 느꼈다. 단 하루 동안의 이야기가 쉴새없이 몰아치는 게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도 선생과 김정아 박사가 가장 사랑하는 작품이라는 이유를 알겠다.
















이건 그냥 도 선생의 생애를 약식으로 조망하는 차원에서... 여러 역자 해설 등을 통해 단편적으로 얻은 지식들을 조립해주는 책, 제대로 된 평전은 없는 듯하다. 















번역가 김연경은 '『지하로부터의 수기』가 변태와 탈각의 순간을 보여준다'로 평했다. 이전까지는 『가난한 사람들』과 같은 서정성이 짙은 작가였다가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대작가로서의 출발점으로 이해하고, 나의 '4대 장편 준비'의 출발점을 『지하로부터의 수기』로 잡았다. 돌아이 같은 '지하 인간'의 모순으로 가득찬 내적 고백은 라스꼴리니꼬프, 알렉세이, 아르까지 마까로비치 돌로루끼 등으로 이어진다. 다소 어렵지만 긴 문장을 그 호흡 그대로 나누지 않고 번역한 역자의 솜씨는 칭찬할 만하다.



무슨 고집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도 선생의 주인공들처럼 돈을 아끼려고 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이전부터 그 유명한 '빨간책'을 소장하고 싶었던 욕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악몽같은 이야기」,「여름 인상에 대한 겨울 메모」, 「악어」와 중편 『노름꾼』의 네 작품이 수록된 2002년 판 책을 중고로 구해 읽었다. 「악몽같은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보석같은 작품. 다만, 도 선생의 반복되는 자유주의, 사회주의, 허무주의에 대한 비판과 슬라브주의 띄우기에 점점 질려가고 있다.



역시 중고로 저렴하게 구매한 빨간 『미성년』은 그냥 새 책. 세계문학전집별로 경쟁이 치열한 4대 장편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미성년』은 선택지가 이것 하나 뿐이다. 다소 철없는 19세 청년 아르까지의 회고록 형식으로 전개되는 이 작품은 평가가 낮은 편이다. 김정아 박사에 따르면 작가가 결핍의 시기에 걸작을 쏟아내던 반면, 이 때는 전작들의 성공과 아내 안나 도스또예프스까야의 야무진 경제활동으로 어느정도 배가 불렀기 때문이라고... 아직 읽는 중이지만 완독하고 나면 '도스또옙스끼 5대 장편'이 될 것이다. (ㅋㅋㅋ)













도 선생의 마지막 중단편들(빨간책으로 배송 중...).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성격이라... 세상과 인연을 끊고 내면으로만 침잠하는  '지하인간' 같지 아니한가. 








이 모든 고독한 작업들은 이 한 편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도 선생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는, 전작들을 모두 여기서 찾을 수 있다고 김정아는 호언장담한다. 도 선생 전공자들, 장편 3~4편을 번역한 사람들이나 그만큼 필사한 사람들은 그게 보일지 모르겠으나, 나는 '범인'이기도 하고, 필사를 할 만한 글씨가 안되어 이렇게 먼고 험한 길을 돌아왔다.

2014년 김연경 본으로 처음 접하고, 2022년 김희숙 본으로 두번째 읽었으나 기억나는 게 거의 없다... 약 한달 반에 걸친 도 선생 중후기작 여정, 3년 전 읽은 나폴레옹 평전들을 비롯해 그간 쌓인 유럽사-중앙아시아사 지식들, 곁에 두고 틈틈히 탐독하는 4복음서, 그리고 지금 함께 읽고 있는 크리스 밀러의 『우리가 주인이 될 것이다』까지 동원했으니, 더 잘 다가가고,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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