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숲 - 전2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사미디어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2년 만에 다시 읽은 하루키의 대표작.

 

하루키 문학을 꽤 여러 권 읽었지만 '다시 읽고 싶다'는 느낌을 주는 건 이 한 권 뿐이다. 다른 작품은 판타지가 지나쳐 미드에 질리듯 이런 환상적인 분위기에 질리곤 하는데, '노르웨이의 숲'은 그런 게 적고 우리나라의 70-80년대를 연상시키는 일본 대학생들의 분위기, 감정을 반영하고 있어 가끔씩 다시 읽고픈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이 작품을 '100% 연애소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이야기' 로 소개했지만 내게 이 작품은 '죽음'이다. 나는 '죽음'이라는 소재를 한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다.  가장 좋아하는 미드가 장의사 일가를 둘러싼 죽음과 사랑을 다룬 '식스핏 언더'이고, 가장 좋아하는 나오키상 수상작 역시 죽은 사람을 기리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애도하는 사람'(텐도 아라타 저)이다.

 

'노르웨이의 숲'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와타나베 주위에는 유난히 자살하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저자는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숨쉬듯 문장 중간에 자연스레 끼워넣는다. 그래서 충격적이다. 이 책의 표지가 강렬한 빨강과 초록으로 되어 있는 것이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작품에서 '죽음(=자살)'은 매우 자연스레 다가오며, 그래서 충격적이다. '죽음은 삶의 반대편 극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 내재해 있는 것이다' 라는 주제를 표현하기 위한 장치인 것 같다. 이 '죽음'이라는 것을 너무 쉽게 다루고 있어 우리 국방부에서 금서로 지정했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니.

 

'사랑' 이 책이 진실된 사랑을 다루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육체적 사랑이 허무감은 아주 잘 표현하고 있지만, 손으로, 입으로 해주는 장면들에서 진실된 사랑을 찾기라니? 와타나베가 사랑한 사람은 편지를 주고 받던 나오코인가, 극적인 순간에 관계를 가진 레이코인가, 마지막에 통화를 시도한 미도리인가. 책이 주는 감동만 알았지, 더운 피가 흐르는 사람의 사랑이라는 감정에 익숙하지 않은 나로서는 풀기 어려운 미스터리이다. 여러 번 읽으면 깨닫게 될까?

 

한가지 더, 하루키의 작품에는 거부감이 들 정도로 '문학'과 '음악'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등장인물의 입을 빌린 하루키의 평일 것이다. 그 간 클래식과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하루키의 작품을 다시 읽으니 예전에 몰랐던 것이 보이기도 해서, 어떻게 보면 고맙기도 하다.

 

민음사 판 '노르웨이의 숲' 출간 소식에 생각나 다시 읽어 보았다. '상실의 시대'를 한 번, 이 책을 두 번 읽었다. 내가 책을 여러 번 읽는 경우는 드문데, 그 만큼 이 책이 주는 경이로움이 크다는 뜻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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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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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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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교차점 2- 개정판
히로카네 켄시 지음, 허윤 옮김, 야지마 마사오 원작 / 미우(대원씨아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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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교차점 1- 개정판
히로카네 켄시 지음, 허윤 옮김, 야지마 마사오 원작 / 미우(대원씨아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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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비밀 - 운명 앞에 선 인간의 노래, 희랍 비극 읽기 문학동네 우리 시대의 명강의 4
강대진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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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고전 문학을 번역하지 않고 놔두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천병희 선생이 비슷하게 말한 인터뷰를 읽은 기억이 있다. 그래서 그는 그리스-로마 고전을 원전 번역하면서 인생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다. 고대 서양 문학에 관심을 가진 한국인들은 모두 그에게 빚을 지고 있는 셈.

 

그런데 고대 서양 고전은 원전번역만으로는 부족하다. 읽어서 재미를 느낄지언정(사실 일리아스를 읽고 '재미있었다'고 말하는 건 허세일 가능성이 높다.) 저자가 의도했던 것까지 완벽히 느끼기는 어렵다. 특히 모 인문학 강의에 따르면 고대 서사시는 '형식미의 극치'인데, 일반인들은 멋들어진 문장 밑줄 쫙 긋고 정작 작품의 구조는 지나치기 십상인 것이다.

 

천병희 선생이 원전 번역에 애쓰고, 강유원은 길거리 인문학자로서 일반인들에게 고전을 접하도록 한다면, 강대진은 번역도 하고 강의도 하지만 무엇보다 책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고전에 흥미를 느끼도록 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하는 자칭 '전공자'이다. (이 말에 본인은 스스로를 번역가, 강사라고 버럭한다면 상당히 미안한 일이지만, 평소 셀프디스를 즐기는 그의 문장들을 보면 그럴 것 같지는 않다.) 그의 리라이팅 클래식시리즈 '일리아스' '오뒷세이아' 해설서를 매우 재미있게 읽은 나로서는 '소포클레스 비극전집'을 다시 읽게 해준 이 책 '비극의 비밀'이 매우 감사할 따름이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이아 '안티고네'에는 멋진 문장이 상당히 많다. 흔히 논어나 성경의 문장들을 인용하는 것처럼, 이 두 작품에서도 글을 쓸 때, 주장을 펼쳐 나갈 때 (혹은 댄 브라운처럼 고전 코드를 이용한 소설을 쓸 때) 이용할 만한 문장들이 상당히 많다. 그러나 나의 고전 읽기는 거기까지다. '레 미제라블'은 혁명기 프랑스의 역사, 저자 위고의 정치사상을 읽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텍스트이다. 그러나 고대 희랍 비극은 고도의 형식미를 갖추고 있기에 전공자들의 강의, 해설 없이 충분히 소화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가 어릴 때 시조의 '3434 3434 3543'이라는 형식을 배워야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형식미와 더불어, 이 책은 전공자의 친절한 해설 없이는 느끼기 불가능한, 천병희 선생의 주석만으로는 간과하기 쉬운 부분들을 만져주고 있다. '오이디푸스 왕'의 928행을 보자. 코린토스에서 온 사자가 이오카스테를 만나면서, 합창단장이 이오카스테를 소개하는 장면을 보자.

 

'... 이 부인이 그 분의 자녀들의 어머니시오.' - 천병희 역

 

'이 분은 그의 부인이자, 그의 자녀들의 어머니라오' - 강대진 역

 

다소 다르다. 강대진은 해설은 곁들인다. '희랍어는 어순이 매우 자유로운데, 지금 이 문장에서 '부인'과 '어머니'라는 말이 나란히 나오기 때문에' 이 문장은 희랍어 어순으로 직역하면 "이분(이오카스테)은 그(오이디푸스)의 부인이고, 어머니... 그의 자녀들의" 라는, 일종의 언어유희로 청중들을 놀라게 한다는 것이다. 강대진의 말대로 전공자들의 해설이 아니면 현대의 한국독자들에게 전달할 수 없는 부분이다.

 

나처럼 지적 허영을 원한다면 이 책을 꼭 권한다. 저자는 천병희 원전을 먼저 읽은 후 읽어보라고 권하고 있지만, 이 책은 그 자체만으로 재미있다. 오히려 이 것을 읽은 후 흥미가 생겨 원전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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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신곡 살인
아르노 들랄랑드 지음, 권수연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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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신곡, 특히 '지옥편'은 윌리엄 블레이크의 삽화를 비롯해 데이빗 핀처감독의 영화 '쎄븐', 그리고 이 작품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이 소설 '단테의 신곡 살인'은 지옥편을 충실히 재현한 스릴러이다.  육욕, 식탐, 인색과 낭비, 분노, 사기꾼 그리고 배신에 이르기까지 단테가 죄로 규정한 이들이 그가 노래한 대로 살해된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같은 모방 범죄이다. 

 

중세 베네치아의 인물들 사이에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담은 매력적인 작품이다. 카사노바와 같은 실존 인물도 간혹 등장하는 등 '가공의 역사'임을 내세우고 있고, 그 시대의 풍속도를 묘사한 점도 점수를 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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