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 민주주의는 어떻게 끝장나는가
강양구 외 지음 / 천년의상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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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양심'이니, 그런 말은 늘어놓지 않겠다.

그런 수식어는 되레 팩트와 논리를 지향하는 이 책의 의미를 퇴색시킬 것 같아서.

 

후딱 읽은 후기를 짧게 남겨보면...

 

1. 1~3장, 6~7장은 정치 얘기인데, 진중권 페이스북에서 많이 보던 얘기들이라, 그의 글들을 섭렵한 사람들이라면, 진중권 + 기타등등 정도로 생각하고 읽으시면 되겠다.

 

2. 4~5장은 조국일가와 사모펀드에 관한 내용이다. 평소 권경애의 페북이나 뉴스에 이 내용이 나오면 무슨 말인지 몰라 스킵하곤 했다. 재판부가 알아서 갈무리해주면 읽으려 했지. 그런데, 조국흑서의 핵심은 바로 이 부분이다. 조국이 왜 고위공직을 맡으면 안되는 것인지를 설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의 부인 정경심은 금융시장의 최순실을 꿈꾼 듯 하다. 이는 시대변화를 반영하는 건데, 즉 돈이 굴러다니는 분야가 토건에서 금융, 주식으로 바뀐 것이다. 토건은 한나라당 시대의 정치인들이 많이 해처먹었고, 금융은 586 세대들이 해처먹고 있는 분야라는 것. 현 정부의 고위공직자 198명 중 조국이 유일하게 사모펀드에 가입하고 있었기에 권경애가 이에 주목했고, 주가조작, 무자본 M&A, 횡령 등의 의혹에 관련 시장의 케이스 스터디 소재로 생각했다고 한다. 현재 이것을 이해충돌로 보아 사람들의 고위공직 취임을 금하는 법률에 일정부분 공백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권경애와 김경율이 조국은 이런 자리에 있으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 그러나 주식을 가진 자들이 권력을 갖게 되면 해당 정보를 통해 이익을 취하거나 주가조작할 유인이 충분한 만큼, 우선은 윤리 측면에서 이들의 공직 취임을 막아야 하며, 향후 법률 제정을 통해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국회에 있는 자들이 그렇게 해처먹고 있는데 법률 제정이 가능할까? 자기들한테 칼날이 들어오니 검찰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해체해 버린 정부와 여당이?

 

3. 주목할 만한 사람은 강양구 기자. 황우석을 깠던 의학전문기자 '개양구'로만 알고 있었고, 그 당시 나를 상당히 불편하게 했다. 이 책에서는 미디어부터 정치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지식과 철학을 보여준다. 대담 형식의 책이기에 ㅎㅎ 하고 웃고 넘어갔지만, 토론상대로 맞붙는다면 진중권도 식은땀을 흘릴 만큼 논리력을 갖추고 있다. 그의 페북에 주목한다.

 

4. 서민은, 그가 블로그에 남겼던 후기처럼 별 역할이 없었다. 언론에 보도된 사실을 열거하거나, 본인이 경험한 클리앙, 엠엘비파크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 그친 거 보니, 고백대로 대담 후 내용을 끼워넣은 것 같다. 별을 하나 뺀 이유. 그래도 지금 현실을 기생충 사회에 비유한 '나가는 말'은 재밌다. 그래도 그의 블로그는 재미있으니 계속 볼 것.

 

나처럼 문재인을 지지하던 이들이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그 주변세력들의 타락을 고발하는 내용들이 처음으로 책으로 출간되어 반갑다. 민주당의 미통당에 대한 윤리적 우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성폭력 사건이 민주당만 있지 미통당은 더이상 없다. 그것은 미통당의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졌기 때문이 아니라, 민주당 쪽수가 많아졌기 때문이리라. 4.15 선거 때부터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지만, 윤미향 쉴드 쳐주는 게 그들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한 본격적인 계기가 되었다. 주변에서 후원금을 막 쓰는 사람을 봤기에  그들의 행태를 어느 정도 안다. 검찰개혁이라는 구호는 위선으로 보이기에 역겹기만 하고, '촛불'이라는 용어를 독점하려 드는 짓은 '태극기'를 독점한 것과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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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20-08-30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 감사합니다. 이 책 리뷰를 보려고 계속 인터넷서점을 기웃거리는데, 제대로 된 리뷰가 거의 없더라고요. 일방적 찬양과 폄하 둘 중 하나고, 대부분이 책을 안읽은 분들이 남긴 것 같더군요. 근데 님의 리뷰는 책의 핵심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어서, 아주 반가웠습니다. 제가 한 일이 없다는 솔직한 평까지 남겨주셔서 리뷰의 신뢰를 더 높여주네요. 건승하시기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