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똥 민들레 그림책 1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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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도서관 유아 자료실에 있더라. 신축 포은 도서관의 좋은 점 중 하나가 유아 자료실

이지 싶다. 유아들이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도서관은 나로선 여기가 처음이다. 푹신한 

패드도 깔려 있고 앙증맞은 유아용 테이블하며, 책들도 유아들의 눈높이에 맞게 진열되어 

있다. 

이곳에서 그 작고 귀여운 테이블에 앉아 이 책을 읽었다. 워낙 많이 언급 되길래 무척 궁금

했었다, 어떤 내용일까? 

기대에 부풀었던 마음과 달리 그냥 여느 동화책과 별 다를 바가 없어서 적잖이 실망하고, 의

아해하며 마지막 장,  "세상 가장 낮은 곳의 이야기"란 제목으로 이재복 아동문학 평론가의 

해설을 읽는데 그때서야 알겠더라. 왜 이 동화책이 훌륭한가를!

이 책이 가장 처음 초판 된 때는 1969년이다. 그 시절은 왕자와 공주 이야기만을 즐겨 읽었던 

때라는 걸, 전쟁으로 인해 고달프고 힘겨운, 모든 것이 턱없이 부족한 보릿고개 시절이었다는

 

걸 생각해 보니 이 책의 가치를 거뜬히 짐작하겠는거라! 

 

 

 "(...)
이래서 이 세상에 돌로 버려지면 어쩌나 두려워하면서
이래서 이 세상에 꽃으로 피었으면 꿈도 꾸면서 " (신경림)

나 이 세상에 강아지 똥처럼 돌로 버려질까 두렵지만, 강아지 똥이 민들레의 꽃을 피웠듯이 

나 민들레 꽃으로 피어 날 꿈을 꾸면서, 민들레 씨앗으로 다시 피어나 바람 타고 훨훨 훨~훨

날아 갈 꿈을 꾼다. 






*(...)
우리에게는 독특한 역사가 있습니다. 우리의 역사는 남에게 끊임없이 고통을 받는 역사 였습
니다. 일제 식민지 시대를 거치고 분단을 거치고 전쟁 겪으면서 우리 겨례는 용케도 죽지 않고
살아남았습니다. 이렇게 독특한 역사를 가진 우리 겨례에게는 서양과는 다른 동화 형식이 필
요합니다. 왕자와 공주가 아니라 <강아지 똥>과 같은 운명을 살아야 했던 우리 겨례의 그 끈
질긴 생명 의식을 이야기 속에 담아 내야 합니다.
< 강아지 똥>이 있기 전까지 우리 어린이들은 대개 왕자나 공주 이야기만을 즐겨 읽어 왔습니
다. 그런데 <강아지 똥>의 세계는 어린 왕자나 공주가 사는 환상의 세계와는 전혀 딴 판인, 그
반대되는 세상을 보여 주었습니다. 지금까지 아동 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 준다면서 어딘지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의 세계만을 보여 주었는데, 권정생 선생님은 이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비록 어둡고 추운 곳이지만 그곳에도 왕자나 공주 못지않
게 따뜻한 영혼을 간직한 수많은 존재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어린이들에게 보여 준 것입니다.
< 강아지 똥>이 우리 동화 문학에 혁명을 가져온 작품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지요.
(...)"   이재복(아동문학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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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변방은 어디 갔나 창비시선 332
고은 지음 / 창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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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은 高銀

 

     시인생활 50여년
     시집 여럿

이렇게 간략한, 명쾌하고 유쾌한, 그러면서 저력이 보이는 프로필은 본 적 없다. 작가의 사진 

아래 달랑 이 세 줄, 14글자가 프로필의 전부라니! 내가 본 최고의 프로필, 단연 으뜸 중의 

으뜸이다. 얼마나 매력적인가! "누님께서 더욱 아름다웠기 때문에 가을이 왔습니다."라는 

구절을 처음 읽었을 때 만큼이나 전율이 일었다. 찬란하다는 말보다 더 빛나는 단어는 무엇

일까? 그를 대표하는 더 상위의 단어를 자꾸만 찾게 만든다. 

'순간의 꽃'보다는 은유가 많은 듯해 조금 더 어려운 듯 하나 제차 보니 처음 보다는 덜하다.

 

ㅎㅎ 찬찬히 두고두고 수 차례 읽어 봐야 할텐데 오늘이 반납일이구만. 





- 만찬

어머니는 돌아오지 않았다
배가 고팠다
별 내려와 있다
별을 먹고 먹었다




- 화개

바야흐로 꽃의 날이다

다 그만두고
너도 울어라
나도 울어라





- 4행의 노래

눈 뜨니 꽃 피시더라
눈 감으니 비 오시더라

살아서 새 우시더라
죽어서 눈 내리시더라

이만




- 후일

며칠을 두고 두 사내가 지지 않누나

바람이 움직이나니
깃발이 움직이나니 지지 않누나

며칠 뒤 한 사내가 나서서
두 사내를 단반에 이기누나

마음이 움직이나니

천 오백년 뒤 심심한 사내 하나 나서서 지지 않누나

함께 바람 움직이나니
함께 깃발 움직이나니
다함께 마음 움직이나니

아이고 잡것들 지랄하고 자빠졌네 잔이나 들어






- 포고

더이상 발견하지 말 것
다시 말한다
더이상 발견하지 말 것

불을 발견하고 술을 발견하던 시절이여
거기로부터
너무나 멀리 와버렸구나

바람분다
나비들
어서 내려앉아라

태평양
인도양
또는 대서양 심해 생명 140여만 종

천만다행이구나
미발견 생명 3천여만 종
제발 그냥 놔둘 것

에디슨아
에디슨아
에디슨아

더이상 발명하지 말 것

이로부터 발견과 발명 그리고 모든 발전
극형에 처함
이와 함께
모든 진리 극형에 처함






- 일몰

누구에게는 이 세상은
단 한번도 태어나지 말아야 할 세상이겠지

아니
누구에게는 이 세상은
단 한번이 아니라
여섯 번
일곱 번이나 또 태어나서
여섯 번
일곱 번이나 또 살아야 할 세상이겠지

막 해가 지누만






-어느날의 일기

아침 여섯시 반 일어났다
웬일로 새소리가 없다 차라리 좋다

말년의 긍정 사절할 것
말년의 타협 거절할 것

감히 모든 유혹의 끄트머리 거기

네 백발귀신 너를 노려본다 당장 오는 춘삼월 어쩔테냐






- 내 변방은 어디 갔나

두 번 세 번 부당하구나

삼천리 강산이 모조리 서울이 되어간다
오, 휘황한 이벤트의 나라
너도나도
모조리 모조리
뉴욕이 되어간다
그놈의 허브 내지 허브 짝퉁이 되어간다

말하겠다
가장 흉측망측하고 뻔뻔한 중심이라는 것 그것이 되어간다

서러웠던 곳
어디서도 먼 곳
못떠나는 곳
못 떠나다
못 떠나다
기어이 떠나는 곳
내 마음이 개펄 바닥
해거리 명자꽃이 똑똑하던 곳
10년 전과 
10년 후가 같았던 곳
어머니의 흐린 경대
거기 계신
한번도 본 적 없던
증조할머니도
못 본 고조할아버지도 함께 살던 곳
아버지쯤이 아득한 과거인 날들
꿈에도 없는 곳
무식한 아버지
묵은밭 어둑어둑 갈던 곳
진리가 마을 안에 있던 곳
내가 잠들면 너도 잠드는 곳
죽은 아저씨 살아 돌아오는 곳
소작료 삼칠제로 뼈 빠져버린 곳
눈 뜰 힘 없어 눈 감고 죽는 곳
낮은 콧잔등으로
호된 가난 견디어온 광대뼈로
제사상 앞에 엎드리던 곳
백년대계 따위 소용없는 곳
궂은비 오는 날 끼리끼리이던 곳
누가 죽으면 모두 상주인 곳
김씨도 장씨 숙부이고
갑씨도 을씨 사촌이던 곳
사또 나리 오시지 않는 곳
커다란 달밤
누군가가 그 달밤에
식칼 갈아 허공 포 뜨며 번뜩이던 곳
의미가 무의미에 고개 숙이는 곳
두고 온 그곳

내 변방은 어디 갔나

 






- 부탁

아직도
새 한 마리 앉아보지 않은
나뭇가지
나뭇가지
얼마나 많겠는가

외롭다 외롭다 마라

바람에 흔들려보지 않은 
나뭇가지
나뭇가지
어디에 있겠는가

괴롭다 괴롭다 마라

 






- 이별

무지무지한 천둥번개가 있어야겠다
여름이다
완전무결한 이별이 있어야겠다
가을이다

낙엽아
낙엽아
낙엽아
낙엽아
낙엽아 너처럼 너 잘 가라

 






- 구름 해설

술 깼어 2천년이나 묵은 동아시아 넋두리 하나 있어

생야 일편부운기(生也一片浮雲起)
사야 일편 부운멸(死也一片浮雲滅)

더러 내 입에도 발려나와
이것으로 제법 세상을 얼러보았어
과연 그렇까
태어남이 살아옴 살아감이
한 조각 이는 구름이요
억울하게시리
세상살이 작파해야 하는 것 그것이
한 조각 구름 사라짐인가

상여 나갈 때 상여 앞귀에 내건 구름 운(雲)자도
황천길 가 저승 구름 되었다가 이승의 비로 내려온다는 그것인가
구름이라
구름이라
한 조각 구름이라
때론 상서로운 구름 자색 구름
때론 이팔청춘 푸른 구름
때로는 미친 구름
때로 달 묻어
흉흉한 밤
대궐에 무슨 변고 있을 구름이라

 

동아시아나

서아시아나

유라시아나

이따위 제 앞가리기 구름 노릇이다가

 

19세기쯤

한 허름한 영국 촌 녀석이

하도 하도

구름에 들린 나머지

날이 날마다

구름 보다가

구름 일어나는 것

구름 스러지는 것 보고 보다가

서른 살에 이르러

대오각성

마침내 구름 이름 하나하나 지어내느니

 

낮은 구름 층운이라

높은 구름 권운이라

무슨 구름 적운이라

무슨 구름 적란운이라

이토록이나 구름 이름 지어놓으니

그 숱하디숱한 구름들이 감응하여

꿈속에서도 두둥실 나타나

나 적운이야

권운이야

층운이야

 

이로부터 나라마다

그 이름 불러주느니

사람들도

층운 장녀

권운 차남

적운

적란운 이종사촌으로 태어나더군

 

나도 덩달아 한마디 어깃장 놓아보니

 

생야 일편부운멸(生也一片浮雲滅)이요
사야 일편 부운기(死也一片浮雲起)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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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 2016-06-02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 편의 시를 옮기다 보니 욕심이 생긴다.
필사할까? 내 것으로 하나 만들고 싶다는!

2016-06-01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01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01 1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울면서 하는 숙제 산하어린이 10
이오덕 지음 / 산하 / 199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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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 '권정생'의 책을 읽으면 내가 그렇게 부끄러워진다. 내 아이들의 교육도 잘못 시킨

것 같아 후회스럽고, 되돌릴 수도 없음에 더욱 한탄스럽기만 하다. 순수하고 아름답기만 한

아이들의 마음을 병들게 한 사람이 바로 나인 것만 같다. '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는 책

제목에 가슴이 얼마나 뜨끔했는지, 알고서야 그러겠나, 모르기때문에, 욕심때문에 그르친 

일이 어디 육아뿐이랴. 공부하지 않으면 큰일나는 줄 알았다. 사람은 평생 공부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랬듯 내 아이들도 학교공부야 어차피 즐겁게 할 수는 없다 생각했고, 그렇

더라도 해야하는 것이 스스로를 키우는 일인 줄 알았다. 그래서인가, 역시 내가 그랬듯 내 아

이들의 성적도 좋지는 못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다그치지 말걸... 온통 아쉬움 투성이다...

나는 내 아이들을 많이도 아프게 한 듯해 미안하고 미안하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홈스쿨링'을 하는 '숲노래'님이 떠오른다. 그의 마음이 꼭 이 책과

한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랬더니 아이들을 위한 그의 결정이 얼마나 아이들을 위한 것이며,

훌륭한 것인가가 이해된다. 어쩌면 그는 이오덕 선생님의 후계자인가 싶어진다.

옮겨 쓰고 싶은 구절이 너무 많아서 책을 살까, 필사할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결국 몇몇만 

 

옮긴다. 아주 훌륭한 책이다.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것은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함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서로 점수를 
많이 따려고 다투면서 사람답지 못한 마음과 태도를 배웁니다. 남의 위에 올라서는 곳을 영
광으로 생각하고, 돈과 권력이 세상에서 제일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는 것도 학교가 아닐까요?

*아무리 과학이 발달되어도 사람의 마음이 착하고 깨끗하지 않다면 인간사회는 싸움과 굶
주림과 비참한 죽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사람의 마음이 악한 상태에서는 과학의 발달이 더
한층 해독을 가져옵니다.

*목숨을 귀중히 여기는 정신은 인간이 행복을 찾는 모든 생각의 바탕이 되며, 인간이 하는 
모든 일의 근원이고 표적이 되어야 합니다.

*여러분, 살림이 넉넉해서 시설 좋은 학교에서 걱정없이 공부하는 학생들이 피와 땀으로 
살아가는 아이들만큼 참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갖지 못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학교에 가고 싶어도 못가는 아이들이 있는 한, 여러분들이 결코 행복할 수 없습니다. 자기
생각만 하는 사람의 마음엔 병든 열매밖에 맺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원래 공부에서 전체 성적을 등급으로 매긴다는 것은 아주 잘못된 일입니다. 책을 전혀 읽지
못하는 어린이들 가운데는 흙으로 놀라울 만큼 여러가지 모양을 잘 만들어 내는 어린이가 있
는가 하면, 토끼 기르기에 대해서 선생님보다 더 잘 아는 어린이도 있습니다. 책을 읽는 것이
짐승을 기르거나 손으로 물건을 만드는 일보다 더 소중학다고는 결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사
람의 재주란 온갖 모양으로 나타나는 것인데 시험 점수로 사람의 등급을 매기다니 당치도 않
은 일입니다. 모두가 남다른 재주와 성품을 가졌으니 모두가 제 하는 일에 1등을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 아저씨는 몹시 찡그린 얼굴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왜 그렇까요? 그 아저씨는 집에 무슨 
걱정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혹 어린애를 병원에 두고 온 것은 아닐까요? 어쩌면 어릴 때부터
늘 괴롭게 살아왔고 괴로운 생각만 하다가 어른이 되어서 그만 웃을 줄도 모르게 된 것인지
모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일하는 사람들을 대할 수 있다면 이런 어린이는 진실을 보는 
눈이 열린 것이라 하겠습니다.

*여러분 가짜 선생님이라 해서 사람도 아닌 것처럼 생각하지 마세요. 진짜 자격증을 가졌다
고 해서 반드시 훌륭한 인격과 학식을 갖춘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진짜와 가짜를 가릴려면 사람의 인격과 인간됨으로 해야 하는 것이지, 졸업장이나 자격
증으로 사람의 값을 매겨서는 안 됩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법의 질서를 아주 무시하
는 것이 좋겠다는 말이 결코 아닙니다. 질서는 지켜야 하고 법은 존중해야지요. 그러나 법도
인간이 만든 것이라 잘못된 점이 있을 수 있고, 그래서 우리는 항상 사람된 도리와 정의가 바
로 설 수 있게 더욱 이치에 맞는 법을 만들도록 해야 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임을 잊지 말아야
겠어요.

*들새를 기른다는 것은 기르는 게 아니라 사실은 가두어 죽인다는 말입니다. 새뿐 아니라 소도 
닭도 개도 돼지도 모두 그렇지요.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는 거짓이 많습니다. 여러분, 교실에서
물고기를 끝까지 기른 일이 있습니까?

*글은 자기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것, 가장 쓰고 싶은 것을 본 대로 느낀대로 정직하게 써야 합니
다. 그래야만 남들이 읽어서 맛이 나고,  쓰는 사람도 즐겁고, 쓰는 이의 마음도 자라나게 됩니

다. (...) 선생님들은 상 타기 위한 글과, 의무로 교육청 같은 데 내어야 하는 글을 어린이들에게

쓰게 느라고 거짓스런 꾸미기를 가르칩니다. 이렇게 거짓글을 지어 내도록 가르치는 근거를 선

생님들은 소설가나 시인들이 글을 쓰는 방법에서 찾고 있는데, 이것은 큰 잘못입니다. 문학 작

품을 쓰는 어른들은 실제로 있었던 얘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 있을 수 있는 얘기를 만들어 냅니

다. 말하자면 거짓 얘기를 만들어 내는 것인데, 그것은 있을 수 있는 얘기니까 실제로 있었던 

얘기보다 더 참된 얘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린이들은 그런 글을 쓸 필요가 전혀없고

쓸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어른들 글 쓰는 흉내를 내어서는 안되지요. 어린이들은 어디까지나 

자기가 겪은 사실을 정확하게 써야 글이 되고 공부도 됩니다. 문학 작품의 기초는 이렇게 해야 

닦아집니다. 이것이 어린이들의 글과 어른들의 문학 작품이 다른 점이지요.

*교육이란 학생들에게 착한 마음씨를 심어 주고 고운 마음을 갖게 하며 참된 행동을 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 점수를 나쁘게 받고 멸시를 당하는 어린이가 불행한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이른
바 우등생이란 어린이들도 교만해지고, 제 욕심만 차리고 살아가는 태도를 자랑스럽게 배우게 되
는 것이니 이만저만 불행한 것이 아닙니다. 모두가 사람 아닌 길이요, 사람 안 되는 공부랍니다.

*아이들의 공부란 하고 싶을 때 한 달을 가르치는 것이, 하기 싫은 때 한 해를 가르치는 것 보다

더 낫다는 것입니다.

*교육이 잘못되어 있는 것은 학교 밖의 사회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려면 두 가지를 해야 합니다. 첫째는 손발을 움직이는 것이고, 둘째는 

책을 읽는 것입니다.

*사람보다 곤충이나 짐승이 아름답지만, 곤충이나 짐승보다 또 더 아름다운 것이 나무라고 나는

생각 합니다.


*초등학교나 중학교를 나온 아이를 도시에 보내 못된 풍습에 병들게 하지 말고 이런 산골에서 

깨끗한 공기와 물 마시고 땅 파며 사람답게 살도록 하면 얼마나 졸겠습니까?

*남들이 모두 간다고 덩달아 따라가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세요. 백 사람이 다 그 길을 가더라

도 그것이 자기 생각에 맞지 않는다면 딱 잘라 물리치고 제 혼자라도 다른 길을 가세요. 백 대 

일이지만 조금도 걱정할 것 없습니다. 조금은 외로울 것입니다. 그 외로운 것이야말로 소중합

니다. 백 대 일이라도 백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하나가 이기는 것입니다. 이것이 역사입니다.

*학생들이 선생님의 말이라고 무엇이든 꼬박꼬박 순종해서 듣도록 해서는 안되겠다. 잘못 시키

는 일은 따르지 않도록 하고, 때로는 반항하는 마음까지 갖도록 해야겠다. 그래야만 우리 어린

이들이 참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가꾸어 나갈 수 있겠다 하고요.
숙제도 그렇지요. 1학년 어린이가 두 시간이거 세 시간이고 엎드려 베껴 써야 하는 숙제, 잠자

는 시간조차 빼앗기는 숙제는 아무리 선생님의 명령이라도 해 가지 않을 권리가 당당하게 우리

어린이들에게 있는 것입니다. 뭐, 벌을 받는다고요? 벌을 좀 받으면 어때요? 벌이 그토록 무서

운가요? 사람이 자라나기 위해서는 벌 같은 걸 좀 받을 필요도 있습니다. 잘못한 것이 없는데 

받는 벌은 몸과 마음을 더욱 튼튼하게 키워 가는 데 도움이 되는 단련이요, 시련임을 알아야 합

니다. 그런 단련을 받을 기회를 얻게 되면 영광으로 생각하세요. 예수님은 십자가의 벌을 받으

셨지요. 시험 점수 따기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까짓 점수 한 점이라도 더 따려고 버둥거리

고, 상장이란 것을 타려고 악착같이 재주를 피우고, 결석 한 번 안 한 것을 대단한 자랑거리로 

여기는 사람은 결코 큰 사람 못 됩니다. 사람다운 사람 못 됩니다.

*어린이의 마음은 하늘과 땅에 닿는 것이고,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모든 생물에 통하는 것입

니다. 어린이의 마음은 거짓이 없고 헛된 욕심이 없고 저와 남을 한몸으로 압니다. 어린이 마음

은 호랑이나 뱀같은 흉악하고 흉칙스럽게 보이는 동물까지도 어린이같이 착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어린이 마음보다 더 귀한 것은 없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어린이 마음이 된다면 이 세상이 바로 천당이 되지요. 어린이 마음을 죽

을 때까지 지니고 살아간 사람은 위대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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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또 올게 - 아흔여섯 어머니와 일흔둘의 딸이 함께 쓴 콧등 찡한 우리들 어머니 이야기
홍영녀.황안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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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오년 전 쯤이던가 우연히 인간극장 '그 가을의 뜨락' 재방송을 보고는 '홍영녀'라는 이름을

새겨 두었었다. 경로당보다는 노인대학을 선호하는 노년보다 홍영녀 할머니의 노년이 훨씬

바람직하게 보였다. 아, 나도 저런 노년을 준비해야하는 거겠구나 다짐했다. 책을 내셨다기

에 주문할려고 보니 절판이더라. 얼마나 안타깝던지! 

아, 그런데 그렇게 내게 다짐을 주었던 분의 딸이 '황안나'라니! 책을 빌릴 때도 몰랐다. '홍영녀'

라는 이름이 표지에 아주 작은 글씨로 되어 있어 못 보았고, '황안나'의 책으로 빌린 것이었는데

이렇게 홍영녀 할머니를 만나게 되는구나. 시절인연이 이제사 닿았구나. ㅎㅎ

고생고생만 하며 사신 우리 할머니 세대의 이야기가 가슴 아프다. 일꾼에 불과했던 모든 그녀들

의 삶이 애닯기만 하다. 아내, 며느리에 대한 인식이 지금은 많이 달라져 천만다행이다. 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홍영녀 할머니도 과거를 그리워 하신다. 추억이란 그런 것인 듯하다.

표지의 그림이 참 따뜻하고 포근하다. 수북히 쌓여있는 분홍색 꽃밥이 정스럽고도 다정하다.

어머니의 마음을 엄마인 나도 헤아리기 어렵다. 주고싶기만 한 마음이 어머니 마음이고, 더 줄

수 없음을 안타까워 하시는 게 우리 엄마다. 그 진하고 깊은 애정을 뭘로 표현할 수 있을까.

나의 최소의 효도는 걱정끼치며 살진 않으리란 것이었다. 마음 편히 해드리는 것 만큼 훌륭한

효가 어디 있겠느냐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난 내가 엄마를 봉양하고 싶다. 아래로 남동생이 둘 

있지만 엄마만큼은 내가 봉양하고자 하는 마음을 오래 전 부터 가졌다. 이 책을 읽고 부모를

봉양하는 자식의 자세가 어떠해야한다는 걸 헤아려 본다. 또한 기력이 쇠잔해진 노인들의 마음

이 어떠할 것이란 것도 헤아려 본다. 홍영녀 할머니 임종하시는 순간은 마치 내 엄마인 듯 눈물

이 그렁해진다. 지금도 건강히 계시는 부모님이 고마운데, 그래 임종이란 건 떠올리기도 싫은데 

나도 언젠가는 내 부모님의 임종을 봐야할 것을 생각하면 서럽도록 슬프다. 견딜 수 없을 것만 

같다. 미쳐버릴 것만 같다. 그저 부모님의 건강만 바랄 뿐이게 된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계셔서

언제까지고 나의 힘의 원천, 위안의 원천이 되어 주시길 소망한다. 

무척 훌륭한 책이었다. 또한 무척 따뜻한 책이었다. 






*생각해보면 어머니께 가장 값진 선물은 자식들이 곁에 둘러 앉아서 어머니 말씀을 들으며 함께
있어 드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몸이 부서져도 내 일은 내가 해야 했다. 죽으면 썩을 몸인데 아껴서 무엇하나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자유를 누릴려면 외로움도 견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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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가 어때서? - 65세 안나 할머니의 국토 종단기, 2009년 네이버 오늘의 책 선정
황안나 지음 / 샨티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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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녀만의 힘이 분명 있다. 딱히 꼬집어 뭘라 말할 수는 없는데 분명 있다.

 

힘겨워도 견디고 또 견디다 보면 슬픔도 아름다운 노래가 된다던 이철환 작가의 말은 그녀의

 

것이 되고도 남았다. 부럽다. 견디고 또 견디어 낸 그녀가 부럽다. 이젠 아름다운 노래가 된

 

그녀가 부럽다.

 

걷기여행, 산티아고를 꿈꾸어 온지도 10년이 넘었네. 막내 대학만 가면 훨훨 날리라 다짐하고

 

다짐하면서 꾸욱꾸~욱 눌러 왔다. 그러나 그 막내, 대학을 가니 다른 것이 나의 발목을 억세게

 

잡는다. 그때, 마음이 올랐을 때 할 것을... 두고 보지 말 것을... 미래에 두지 말 것을...

 

'~후에' 보다는 '바로 지금'을 택할 것을...

 

하루의 코스와 걸은 거리, 경비를 명시해 둔 부분은 정말이지 마음에 들었다. 여전히 꿈만 꾸고

 

있는 내게 좀더 구체적인 상상을 할 수 있게 해 줄 것이고, 자꾸만 자꾸만 그 꿈을 닮아 갈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23일 간의 국토종단, 23일 만에 우리나라를 종단할 수 있을 만큼 이 땅이 좁은건가 싶다가, 23일

 

만에 종단할 수 있을 만큼 그녀가 잘 걷는구나 싶기도 하다. 혼자하는 여행이 그렇게 외롭기도,

 

쓸쓸하기도 하구나, 생각만큼 두렵고 무섭지는 않구나, 그래서 내게 상처 줬던 사람들에 대한

 

미움도 한 꺼풀 벗길 수가 있구나... 그렇구나... 아, 그렇구나...

 

65세에 이런 일을 시작할 수 있었던 그녀의 힘, 그 힘 중에는 명랑한 그녀의 성격이 있을 것이고,

 

든든하고 애정어린 가족의 힘도 있을 것이다. 빛난다. 슬픔을 아름다운 노래로 만든 그녀기에

 

더욱 빛난다. 나 같은 여자들의 마음을 많이도 흔들었을 그녀, 할머니기에 더욱 본보기가 되었

 

을 그녀, 이 땅의 길이 그래도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 준 그녀, 더 많은 빛나는 '황안나'를, 아름

 

다운 여자, '황안나'를 꿈꾸어 보게 해 준 그녀, 찬란하다.

 

 

 

*"책두레"라는 게 있더라. 이 책은 포은 도서관엔 없어 대잠도서관까지 가야 하나 했었는데, 

도서관 홈피에 '책두레' 신청을 하면 포은 도서관에 없는 책도 포은 도서관서 대출 받을 수 

있는 아주 편리하고 유익한ㅎㅎ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책두레는 2권까지 가능

하다. 포은도서관서 빌릴 수 있는 5권에는 포함되지 않아서 더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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