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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견만리 : 새로운 사회 편 - 정치, 생애, 직업, 탐구 편 ㅣ 명견만리 시리즈
KBS '명견만리' 제작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6월
평점 :
20대의 미혼 교사 A가 있다.
작년에 그녀는 오래된 중고차를 구입했으나 지금은 새 차가 사고 싶다.
그녀의 엄마는 그녀에게 돈을 좀더 모은 후 새 차의 구입을 권했다.
<명견만리>시리즈를 읽기 전이었다면 나도 그녀 엄마의 조언에 공감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그녀 엄마의 조언에 동의하지 않는다.
세상은 너무나 달라져있고, 구시대적인 나의 삶의 잣대가 이 시대에도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겠구나라는 것을 <명견만리>시리즈를 통해 배웠다.
우리의 제도가 현재의 형태대로 살아남을 수 없다면 그 제도가 담고 있거나 추구하는
가치관과 규범도 존속될 수 없다. 일부 가치관을 내버리고 새롭게 등장하는 가치관을
추구해야 한다. 어떤 이는 가치관을 악(vice) 혹은 미덕(virtue)으로 규정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지금 우리의 다양한 가족체계가 산업시대의 일률적인 핵가족 체계가 담았던
것과 같은 가치관을 심어 주거나 나타내기를 기대하는가?
또는 어째서 산업사회 이전의 농경사회에서나 흔했던 대규모 다세대적인 가족의
가치관과 같기를 기대하는가? -엘빈 토플러
엘빈 토플러의 위의 말이 떠오른다.
우리 시대는 그랬다. 저금이야말로 바른 삶의 기본이었고, 그 저금의 첫 번째 목표는
대부분 '내집마련'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역시 저금은 중요한 삶의 한부분으로 여전할지도
모르겠으나, 지금 세대들은 '내집마련'보다는 훨씬 더 다양한 목표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준 책이 이 책이다.
그래서 나는 A에게 더 저금하라고 조언하기 보다는,
묵묵히 적당한 돈이 모일 때까지 아끼고 절약하며 모으기보다는,
차를 사기위한 plan1,2,3를 만들어보고, 그에 맞는 상황에 따라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보는
쪽을 권하고 싶다. 비록 그 계획들이 아주 현명한 것들이 못되더라도 그 나이엔 그리
현명하기 보다는 이것저것 해보는 것이 훨씬 유익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이 책에서
배웠다. 또한 "나중에"라는 것은 없는 것이다. 나중을 위해 돈을 모으기만 하다가 덜컥
아프기라도 하거나, 더 큰 어떤 일이 생겨버리면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정말 세상은 많이 변했더라. 이 시리즈 책들을 보니 나의 생각보다 훨씬 많이 변했더라.
부모의 봉양을 자식이 아니라 국가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세상,
노인은 더이상 공경의 대상으로만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이 책을 읽지않았다면
내가 어찌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4주 동안 총 12시간을 놀이기구와 그림으로 재미있게 공부하고 난 뒤 수학을 전공하는
서울대생과 함께 수능문제를 푼, 미적분 공식도 모르면서 그 문제에 담긴 의미를 읽고
답을 찾아냈다는 초등학생들, 이를 가능하게 한 조봉한 박사,
스카이프의 에스토니아,
데이터 과학자,
재패니메이션에도 나오던 문과, 이과의 구별,
충북 진천 초평초등학교와 코딩교육등등 새겨볼만한 것들이 많았다.
<명견만리>시리즈, 권장도서 1위라고 나는 떠벌리고 다닌다.
*아무리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이 많다고 해도, 결국 최종의사결정권이 대통령 한 명에게
집중된다면, 단 한 명의 권력자가 정치, 경제, 외교 등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국가적 사안들을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렇게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구조는, 대통령이
국민이 뽑은 임기 5년의 계약직 공무원일 뿐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
5년은 생각보다 짧은 기간이다. 때문에 임기 동안에 내리는 결정 하나하나가 향후 몇 년,
몇 십년 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 행정부 전체가 긴 안목을 가지고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5년 임기 안에 모든 것을 바꾸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지는데
이 역시 대통령의 권한이 매우 강한 탓도 있다.
*지금의 한국 정치로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20대 국회의원의
연령대만 살펴봐도 독일과 대조적이다. 평균 연령은 55.5세이고, 20대는 단 한 명에 불과
하다. 국회의원 300명 중 130여 명이 법조인, 관료, 교수 출신에, 평균 재산이 39억원이
넘는다. 과연 시민들이 겪는 일상의 문제를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 청년실업, 저출산,
복지 등 여러 민생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까?
*아무리 건강수명이 늘어나고 은퇴 시기가 늦취지더라도, 언젠가는 은퇴해서 부양을 받아야
하는 시간이 온다. 그런데 일본의 사례처럼 120세 시대에 자식의 봉양을 바라기는 쉽지 않다.
장성한 자식이 효로써 연로한 부모를 모시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부양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수명이 길어져도 너무 길어졌기 때문이다.
*문과, 이과를 나누면서 수학 공부의 범위를 미리 정해버리는 방식에 대해서도 과연 옳은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한국은 세계에서 문과와 이과를 나누는 거의 유일한 나라다. 소위 문과에
속하는 과목은 상상력을 키워주는 학문인데, 그것이 수학, 데이터 등과 만나 융합할 때
큰 폭발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