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 1
원오극근 지음, 석지현 옮김 / 민족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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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을 다 읽었으나, 나는 읽은 바가 없는 것 같다.

모르겠다. 도대체 모르겠다.

 

뜰 앞의 잣나무라니!

마 삼근이라니!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그럼 생각 이 전의 나는 무엇인가?"

...생각 이 전의 나는 정말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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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야, 미안해…
박 북 글.그림 / 이카로스의날개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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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는 말투가 어눌하고, 생김새도 평범하지 않아서 특히 남학생들의 놀림을 받는다.

어눌한 말투로 그 남학생들에게 끝가지 대항하고,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웃는 얼굴로 교실로 들어오는 수미.

<목소리의 형태>에서 니시미야 쇼코와 겹쳐진다.

 

니시미야와 수미는 받아들이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 싶다.

나를 내려놓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 싶다.

 

그런 수미를 '나'는 바라보기만 했을 뿐 도와준 적이 없다.

'나'처럼 그냥 바라보고만 있었던 경험은 누구나 한 번 정도는 있었음직 하다.

 

어느 날, 수미 오빠가 그 남학생들을 찾아 교실로 찾아 오고,

그들의 멱살을 잡는 수미 오빠의 모습에서 느낄 수 있는 분노는,

그림으로 충분했다.

 

그림이 여느 그림책과 달라서 그림 감상만으로도 멋진 책이었다.

글밥이 그리 많지 않다. 아니, 최소한의 글만 있다고 해도 될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감정이 그림에 다 묻어있다.

대단한 재주다.

 

이 작가의 책이 더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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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살이 詩집살이
김막동 외 지음 / 북극곰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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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9분 할머님들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도귀례, 조남순 할머님은 <시인할매> 영화에는 출연하시지 않았다.

아마도 영화를 찍을 당시에 곡성에 계시지 않았거나, 몸이 많이 불편하셨던가 보다.

 

사투리가 굉장히 질펀해서 우리 말이 맞나 싶을 정도로 모르는 말이 많았으나

할머님들의 삶을 느끼기에는 더없이 훌륭했던 것 같다.

 

남편을 향한 속상함이, 아궁이 불을 3년을 때니 없어지더라는 감막동 할머니.

벌건 불을 보면서 자신의 애간장까지 다 태웠을 할머니가 그려진다, 애틋하게 이해된다.

 

시아버지, 시어머니 어려워서 눈이 사뿐사뿐 걸어온다는 김점순 할머니.

어른이 얼마나 어려웠으면 눈까지 사뿐사뿐 내릴까.

 

늙은께 삐다구가 다 아픈지 / 한 발짝이라도 덜 걸어올라고 / 왈칵 밤이 내려와 앉는갑다

라고 산중의 밤을 노래한 도귀례 할머니. 걷는 것도 힘이 드신다는 표현을 이렇게

멋지게 하시다니!

 

달이 훤하더냐고? / 벌로 봤네

분주했을 추석을 이만큼 잘 표현하기도 어렵지 싶다. 박점례 할머니.

 

딴 살림을 차린 남편을 뻔히 보고도 어쩔 수 없었을 안기임 할머니,

기생같은 화장네랑 둘이서 산에서 뭘 먹고 있는 걸 보고도 모른 척 하고 지나온

그 마음은 얼마나 억장이 무너졌을까, 못된 남편같으니라고!

 

머리 맞대고 / 장만해서 먹고 / 아무 탈 없이 갔은께 / 추석 잘 보낸거제

양양금 할머니의 선한 마음이 느껴진다. 감사하며 사시는 마음을 알겠다. 욕심없는 마음을

알겠다.

 

장독에도, 지붕에도, 대나무에도, 걸어가는 내 머리 위에도 사박사박 쌓이는 눈을 보고

잘 살았다고, 잘 견뎠다고 연결시키는 이 마음은 어찌 이리 내 가슴을 흔드는지 모르겠다.

잘 견뎠다는 윤금순 할머니의 말은 나에게도 그러라고, 잘 견디라고 이르시는 듯 해서

자꾸 눈물이 난다. 이 시는 <시인할매> 영화의 예고편에도 나온다.

 

눈이 쌀이라면 밤새도록 잠도 안자고 쓸어오겠다는 조남순 할머니,

가난이 무엇인지 알겠다.

 

시를 쓰자니 아무 생각도 안나는 내 머릿속 같이 하얗게 눈이 온다는 최영자 할머니.

아주 동시틱해서 귀엽다. 최영자 할머니도 참 귀여우실 것 같다.

 

 

곡성 마을의 작은 도서관 관장이신 김선자 님의 시가 한편도 없어 좀 아쉽다.

이 모든 것을 이룬 그녀의 시도 한 두편 정도 같이 실렸었다면 참 더 좋았을텐데.

아름다운 그녀에게 존경과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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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푼젤 - 아웃케이스 없음
나단 그레노 외 감독, 도나 머피 외 출연 / 월트디즈니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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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재미있는 애니를 어찌하여 이제사 보게 된 것인지!!

<겨울왕국>이 어찌하여 이 애니보다 더 유명해진걸까?

나라면 단연 라푼젤을 쑥 밀어 올리겠다.

 

라푼젤과 유진이 강의 보트에서 바라보는 하늘에, 왕과 왕비가 첫 lantern을

띄워올리고, 이어 수많은 lantern이 하늘을 가득 메우던 장면은 너무 아름다워서

전율이 일었다. 내가 상상을 해도 이토록 아름다운 장면은 상상하기 어렵지 싶다.

음악과 장면이 합쳐지니 너무너무 완벽했고, 너무나 완벽하다 싶으니, 보고 들을 수

있는 나에게 감사함이 쏟아져 나왔다. 압권이었다.

 

이러한 상상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하늘에서 빛이 떨어져 a magic golden flower가 자라고, 그 꽃은 출산 직전의 아픈

왕비를 위해서 바쳐지며, 그래서 태어난 공주는 마술의 황금빛 머리카락을 가진다니!

정말이지 대단한 상상력에 경외감마저 들었다.

 

서양의 동화적 상상력은 늘 동양의 그것을 훨씬 초월한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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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사뿐사뿐 오네
김막동 외 지음, 김선자 / 북극곰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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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할매>라는 독립영화를 보았다.

 

한 평생 한글을 모르고 살아오다가 동네 작은 도서관 관장의 도움으로 한글을 깨치고,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려서 책으로 엮어 낸 몇 분의 할머니들 이야기.

 

예고편에,                <그냥 살았다

                            살았더니 살아지더라>                라는 구절에 목이 메이고,

 

윤금순 할머니의 <눈>이라는 시에 또한번 목이 메여서 예고편 만으로도

결국 눈물바람 하고 만다.

 

할머니들의 한 많은 삶에도 마음이 가지만,

나는 한 사람의 힘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를 본 것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 작은 도서관 관장이 없었다면 이런 영화는 없었을 것이며, 이런 책도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은 할머니들의 시에 그녀들의 그림이 곁들여져서 참 예쁘다.

예쁘게 책을 참 잘 만들었다.

 

지속적인 성장이 있을려면 소비적인 일은 줄이고, 생산적인 일을 해야한다고,

생산적인 일을 할 때 보람을 느낄 수 있으며, 그 일의 대표적인 것이 봉사라고

법륜 스님 말씀 하셨다.

 

이 도서관 관장님이 느끼는 보람이 얼마나 생산적인 것일지는 할머니들의 읽을 수

있다는 자존감에서 벌써 알 수 있으며, 그것이 관장님을 얼마나 더 지속적으로

성장 시켰는지도, 그녀(관장님)가 이 할머니들을 모티브로 해서 여러가지 일들을

추진한 것에서 모두 볼 수 있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

 

 

 

- 눈 -

             윤금순

 사박사박

장독에도

지붕에도

대나무에도

걸어가는 내 머리 위에도

잘 살았다

잘 견뎠다

사박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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