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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살이 詩집살이
김막동 외 지음 / 북극곰 / 2016년 4월
평점 :
이 책에는 9분 할머님들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도귀례, 조남순 할머님은 <시인할매> 영화에는 출연하시지 않았다.
아마도 영화를 찍을 당시에 곡성에 계시지 않았거나, 몸이 많이 불편하셨던가 보다.
사투리가 굉장히 질펀해서 우리 말이 맞나 싶을 정도로 모르는 말이 많았으나
할머님들의 삶을 느끼기에는 더없이 훌륭했던 것 같다.
남편을 향한 속상함이, 아궁이 불을 3년을 때니 없어지더라는 감막동 할머니.
벌건 불을 보면서 자신의 애간장까지 다 태웠을 할머니가 그려진다, 애틋하게 이해된다.
시아버지, 시어머니 어려워서 눈이 사뿐사뿐 걸어온다는 김점순 할머니.
어른이 얼마나 어려웠으면 눈까지 사뿐사뿐 내릴까.
늙은께 삐다구가 다 아픈지 / 한 발짝이라도 덜 걸어올라고 / 왈칵 밤이 내려와 앉는갑다
라고 산중의 밤을 노래한 도귀례 할머니. 걷는 것도 힘이 드신다는 표현을 이렇게
멋지게 하시다니!
달이 훤하더냐고? / 벌로 봤네
분주했을 추석을 이만큼 잘 표현하기도 어렵지 싶다. 박점례 할머니.
딴 살림을 차린 남편을 뻔히 보고도 어쩔 수 없었을 안기임 할머니,
기생같은 화장네랑 둘이서 산에서 뭘 먹고 있는 걸 보고도 모른 척 하고 지나온
그 마음은 얼마나 억장이 무너졌을까, 못된 남편같으니라고!
머리 맞대고 / 장만해서 먹고 / 아무 탈 없이 갔은께 / 추석 잘 보낸거제
양양금 할머니의 선한 마음이 느껴진다. 감사하며 사시는 마음을 알겠다. 욕심없는 마음을
알겠다.
장독에도, 지붕에도, 대나무에도, 걸어가는 내 머리 위에도 사박사박 쌓이는 눈을 보고
잘 살았다고, 잘 견뎠다고 연결시키는 이 마음은 어찌 이리 내 가슴을 흔드는지 모르겠다.
잘 견뎠다는 윤금순 할머니의 말은 나에게도 그러라고, 잘 견디라고 이르시는 듯 해서
자꾸 눈물이 난다. 이 시는 <시인할매> 영화의 예고편에도 나온다.
눈이 쌀이라면 밤새도록 잠도 안자고 쓸어오겠다는 조남순 할머니,
가난이 무엇인지 알겠다.
시를 쓰자니 아무 생각도 안나는 내 머릿속 같이 하얗게 눈이 온다는 최영자 할머니.
아주 동시틱해서 귀엽다. 최영자 할머니도 참 귀여우실 것 같다.
곡성 마을의 작은 도서관 관장이신 김선자 님의 시가 한편도 없어 좀 아쉽다.
이 모든 것을 이룬 그녀의 시도 한 두편 정도 같이 실렸었다면 참 더 좋았을텐데.
아름다운 그녀에게 존경과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