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8.30 

낭만은 그런 거였다.

 

숨이 턱까지 차서 헐떡거리다 다시 앞이 노래지면서 어지럽다.

운전할 땐 느낄 수 없었던 오르막들이 나를 이렇게 지치고 탈진하게 만든다.

나는 더 이상 안된다고, 여기까지 밖에 못 갈 것 같다고 늘 생각하는데... 결국은

그 오르막들을 다 넘고서 신나게 또 달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것이 이 자전거의

마력인 것 같다.

 

싱그러운 논밭이 보이고, 짙은 푸르름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을 가슴으로 받아 들일때

비까지 내려준다. - 낭만이란 이런 거였다. 학창시절 흔히 부르짖었던 낭만과 지금 내가

느끼는 낭만은 그 정도의 차이가 너무나 커서 놀랍기까지 하다. 그 시절 내가 이런 식으로

낭만을 느꼈더라면 지금의 나는 좀 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을란가 싶었다.

 

내가 살고 있는 근교에 이렇게 멋진 숲이 있었고, 길이 있었다는 걸 모르고 지냈다.

차를 운전하면서 보는것과, 자전거로 달리면서 보는 것과의 차이는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으리라, 여태 내가 모르고 지내왔던 것 처럼.

 

새로이 한 코스를 또 알게 되어 너무 기쁘고 즐겁다. 집에 도착했을때 그 흥분을 쉽게

가라앉히기 어려워 친구를 찾았다. 오늘 달렸던 그 멋진 길을 설명하는 내 목소리는 어찌나

커서 지나던 사람이 모두 치어다 본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즐겁다.

 

와인을 한 잔 했더니 피로가 고스란히 팔, 다리로 몰려 들어 결국 태우는 엄마에게 10분 안마를

해 주었고 500원을 벌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7.8.26 

눈을 뜨니 6시 입니다. 어제 종일 누워있었더니 이제 뇌에 산소도 충분히 공급된 것 같고,  

갑자기 어양지가 떠오릅니다. 벌떡 일어나서 나갑니다. 레드존 셔츠입고.. 태우를 깨울까  

하다가 오늘은 용기를 내서 혼자 가보기로 합니다. 터널이 신경이 많이 쓰이는데 정히  

무서우면 돌아올 요량으로..

자전거를 시작할 수 있게 해준 첫 동기의 장소가 어양지 입니다. 잊을 수 없는 곳이죠.

 

꼬박꼬박 횡단보도에서는 자전거에서 내려서 걸어갑니다. 내가 혹여 다치기라도 하면 우리집  

엉망될 것이 뻔하기에 최대한 조심하면서 몸사립니다. 더욱이 혼자가니 소심함이 극에 달합니다.

 

터널...지나가는 차가 없어 무사히 건넜습니다. 바짝 긴장되긴 했지만 생각만큼 무섭진 않았어요.

좋은 징조라 여기며 룰루랄라~ 잘 갑니다. 처음보다는 역시 한결 가벼워진 마음이고 가벼워진  

페달밟기입니다. 못에 잠시 앉아서 아주 흐뭇해하며 즐깁니다. 근데 온통 할아버지들 이십니다.  

조금 민망합니다.

그때 한 분이 못의 오른쪽으로 자전거타고 가셨는데 왼쪽으로 나오십니다. 나도 함 그래볼까  

싶어 저는 왼쪽으로 들어갑니다. 그게 다였습니다. 조금가니 개가 있어 더 못갑니다.  

많이 망설였지만 개 땜에 저는 더 안되겠습니다. 한사람이라도 더 있었더라면 문제 없었을텐데..   

겁 많은 성격 여실히 드러납니다.

개가 거슬려 할까봐 조심조심 자전거 되돌려서,

 

창포사거리 쪽으로 나와서 포여중쪽 오르막 오릅니다(처음 자전거로 여기 지날때 태우는 잘  

타고 올라 가던데 저는 끌고 올라갔어야 했었답니다. 그때는 기어 조절도 할 줄 몰랐고... 

기어의 용도조차도 몰랐다는...). 결코 내리지 않겠다 생각하고...

'태산이 높다하되~끙, 하늘아래~끙, 뫼이로다~끙끙끙.......중략.......뫼만 높다 하더라~휴'

시조 한 수 다 외우니 정말 다 올라와 버렸습니다. 시조, 효과 있었습니다.

 

사십여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여섯시에 출발하고 삼십분 정도로 줄이면 아침 모닝콜 지장없이

체력 쌓기에 좋겠다 싶은 생각에 은근히 즐겁습니다.

 

-던전씨 자전거 타고 나면 곧바로 글 올리고 올리고 하는 것 읽어보면서 '그러고 싶은가?'  

생각 했었습니다. -그러고 싶네요.

-오늘은 시들해진 화분에 물도 주고, 밀린 집안일이며 공부도 해야 합니다. 자전거가 더욱  

재미있을라면 자신의 일을 더욱 견실히 해 두어야하는데 자꾸만 자전거가 첫번째가 될라해서  

자신을 다잡기에 무척 애를 먹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7.8.25 

밤새 뒤척입니다. 긴장감인지 불안함인지 잠이 오질 않아 내내 뒤척이다가 5시에 일어나니  

몸이 영 기운이 없는것이 자전거 접어서 차에 실을 힘도 겨우 내었습니다.  

계속 불안합니다. 오늘은 좀 더 발전이 있어야 할텐데, 덜 민망해야 할텐데, 오늘조차도  

안계댐때처럼 널부러 진다면 절대 안되는데...       그런데 기운이 너무 없다.

 

운동장엔 제법 많은 남성들이 서성이고 있었고 저는 의지할 딱 한사람만 찾으면 됩니다. 전날

bike dream 에서 여러마디 나누었다고 사장님, 텐보이, 소다씨보니 한결 마음이 수월해집니다.

배도 아픈것 같고, 화장실도 가고 싶고...

그냥 출발합니다. 역시 자전거에 올라타니 모든 것이 묻어집니다. -완주만 하면 된다.-

 

여전히 마지막을 면치 못하지만 조금 나아진 듯해 마음이 살짝 가벼워집니다.  

그런데 밀어버리고 싶은 산길 오르막이 한없이 보입니다. 밀려가기도 하고, 끌고 가기도 하고,  

걸어가기도 하면서 ... 갑니다.

머리속에 산소가 부족해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또 눕고만 싶어집니다. 어지러울것 같다는  

한마디를 뱉었는데 던전씨 "나도 힘쓰고 나면 어지럽거든요." .... 내리막에선 벌써 내려가고  

보이지도 않습니다.

좀 앓는 스타일인 저이고 보면 잠시 쉬라고 할 줄 알았는데 전혀 틈을 안줍니다.  

먼저 출발하고 밟아라는 말만 들립니다. 오늘따라 던전씨 빡십니다. 오르막에서 내리면 더  

힘들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지만 ... 아이고, 힘듭니다.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시조, 소용없습니다.

 

다른 사람들 페달 밟는 모습은 너무 가벼워 보이는데 나는 온몸으로 용을 쓰고 있습니다.

 

넓은 들판이 보이고 멋진 못도 보이고... 어딘지는 모르겠으나 이제 행복하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일상생활에서 느껴보지 못한 행복하다란 말이 자꾸자꾸 하고 싶어집니다.  

"나는 참 행복합니다."라고 고함치고 싶었습니다. 역시 파랑새는 가까이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재억(남편)씨에게 전화를 합니다. "나, 운동장 도착했거든!"

 

-뒤에서 애써주신 소다씨, 사장님 감사드려요. 마린아가씨 고마워요. 참 멋진 아가씨입니다.

-제게 뭔가 영양식품을 주시려 했던 분, 사양했던 걸 몹시 후회했습니다. 돌아오던 차 안에서

  허기가 져서... 

-저로 인해 늦어졌지만 묵묵히 기다려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그 배려, 오래도록  

간직하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7.8.19 

제목을 어떻게 올려야 할까 많이 고민한다.

 

애초에 아파트 주변만 돌던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눈치채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는다.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얼마나 걸릴까? 분명 문제가 될 것 같다.

 

너무 힘들고 힘들어서, 어지럽고 속이 메슥하기까지 해서 땅에 그냥 드러눕는다. 내가 이게 뭣하는

짓인지.. 늘 그러하듯 '이 나이에!'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모든 사람이 나로 인해 지체되고 있고

특히, 던전님께 못할 짓이다 싶은 생각이 드니 지나가는 차 붙들어 좀 태워달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이

목까지 찬다.

 

다시 일어난다. 아~! 오르막.. 정말로 미칠것 같다.

뜨거운 햇살이 온 몸으로 쏟아진다. 완주하기만 하면 얼굴 그을리는 것 쯤은 대수롭지 않다 싶으니

갑자기 태양볕 앞에서도 용감해진다. 시간이 갈수록 민망하다. 너무 미안해서 민망하고, 너무 형편없

다 싶어 민망하고.    자전거 새로 사서 올걸...

모든 사람이 오직 한사람으로 인해 더없이 지체되고 있고 그로인해 자신의 하루 계획까지 수정을 해

야 할 수도 있을터인데...

미안해서 열심히 밟는다.

평지~ , 평지~

이 단어가 최고다.

내가 이렇게 땀 흘리고 힘들어 해 본지가 언제가 마지막이었었나?

나를 깨우고 있다.

분명 내가 원했던 것은 바로 이런 것이 맞다.

더없이 정확하다.

 

 

-중도에 포기 했더라면 다시는 red-zone을 들락거릴 일이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완주하게 해 주신 던전님께 제 인생의 한 page를 드립니다.

제가 다시 도전해 볼 수 있게 몇번의 기회를 더 바래도 용서하시겠습니까?

분명 또 여러명의 사람이 저로 인해 지체할 수도 있고 차질이 생길 수도 있을텐데...

도저히 따라잡기에 역부족이고 체력적으로 많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더이상 폐 끼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 전에 죄송하지만, 양해해 주실 수 있다면 몇번만 더 기회를 잡아보고

싶어요. 아들로 인해 시작한 일에 제 목표가 생겨 버렸어요. 이래서 제가 Trouble 인 겁니다.

 

-토요일 새벽 안계댐!

 참석하셨던 모든 분께 죄송한 마음과 함께 많이 감사드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흔, 이렇게 나이들어도 괜찮다 - 행복하고 유쾌하게 나이 드는 지혜
사토 아이코 지음, 오근영 옮김 / 예인(플루토북)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늘 어름하게 느끼고만 있던 것을 누군가가 콕 집어서 말로 표현해줄때의 그 짜릿함, 

후련함, 아울러 그렇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에 대한 경외감이 들었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너무나 흡사하다. 심지어 옛날 흔히 떠올리는 추억조차도 비슷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겨울연가'가 그렇게 일본에서도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일게다.  

현대의 아버지는 나약하기 그지없고 그렇게 만드는 사람은 바로 '아내'들이라는 부분에선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회풍조의 흐름이 일본이나 한국이나 매 한가지, 사람사는 곳은 

어디나 다 현대병에서 제외되진 않나보다.

Jtv인가에서 '순정'이란 방송을 어느날 우연히 접하고는 일본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지면서 

일본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 다시 사토 아이코의 책은 더욱 그것을 부채질한다.  

그녀의 분석력과 관찰력에, 시원스레 써내려가는 문체에 가히 압도당할만 했던 것 같다.

 

별을 하나뺀 이유는 빈 여백이 너무 많다. 결국 장수 채우기위한 것 아니냐는 느낌이 강해서 

하나를 지운다. 요즘의 책들은 거의 이런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꽉찬 책이 없다.  

참지 못하는 현대인의 성미를 잘 파악해서 제본되어진 책들이다보니 책 한권을 단숨에 다 읽기란 

요즘같이 식은 죽 먹기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