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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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창 <최고의 사랑> 이라는 드라마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을 때 이 책이 해성같이 등장했습니다. 어쩌면 시기가 잘 맞아 떨어진 건지도 모르겠어요. 알콩달콩 달콤하고 두근두근하는 설레임을 느끼고 싶었던 사람이 많았나봅니다. 하루하루 무뎌져 가는 일상 속에 엔돌핀이 된 드라마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 또한 우리가 꿈꾸는 인생의 제목이었고, 표지도 예쁜 풍선이 들어간 파스텔 톤이라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책을 고른 이유도 표지와 제목이 90%를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책의 내용을 훑어보고 책을 구입하는 독자도 많겠지만, 그보다는 역시 표지를 보고 구입하는 독자가 더 많다는게 제 개인적인 소견입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눈에 띄지 않으면 바쁜 사람들에게 그냥 잊혀질 뿐이죠. 내용이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말이예요. 표지는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애란>이라는 작가를 사실, 이 책으로 처음 접했습니다. 제목과 표지가 마음에 쏙 들었지만, 그게 꼭 선택의 전부는 아니었어요. 처음이면 뭐든지 쉽지 않잖아요. 괜히 낚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괜한 의구심도 들고 말이죠. 표지나 디자인에 신경쓸수록 별로인 경우도 많이 봤거든요. 그래서 이 작가에 대한 사전조사가 필요했습니다. 리뷰들을 보니, 어휴- 기대평이 엄청나더군요. 그런데 또 이외수 작가님처럼 마니아층이 있으십디다. 아.. 기대가 너무 크면 실망도 클텐데, 하지만 저는 모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마니아가 있다면 분명히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판단에서였죠. 이 책은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작가를 이제서야 알게되었다는게 죄송스러울 정도였으니까요. 이렇게 첫만남은 의심으로 가득찼었으나 마무리는 만족으로 바뀐 좋은 케이스의 책이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슬퍼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제가 늘 생각하는 건데, 제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되었을 때 단 한사람이라도 울어줄 사람이 있다면 그 인생은 헛되지 않았다,는 말이 있잖아요. 이 말에 굉장히 공감해요. 그 사람을 굉장히 많이 사랑했다, 더 많이 사랑해주지 못해 아쉽다라는 마음이 담겨있는 것 같아서요.

  이 책에는 세살 때 부터 희귀병인 조로증(早老症)를 앓고 있는 열일곱살 난 <아름이>가 주인공입니다. 130센치의 키에 눈썹도 없고, 속눈썹은 하얗게 세었고, 서서히 시세포가 파괴될 수 밖에 없는 망막을 가지고 있어요. 꼭 80세 노인의 형상을 띄고 있는 아름이가 부모님보다 먼저 늙어가면서 겪게되는 희로애락을 담은 작품입니다.

제목과 표지만 보아서는 달콤한 사랑이야기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볼수록 슬픔이 묻어났습니다. 아무래도 아픈 아이가 주인공이기 때문일거예요. 부모보다 빨리 늙어가는게 어떤 기분일지 또 그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어떨지 착잡하기만 했거든요. 그저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책을 보면서 내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생각이 나는거예요. 이 책은 <타임슬립>의 구도는 아니지만 어린 아이가 어른스러운 것은 똑같다는 점에서요. 아름이는 굉장히 어른스러워요. 오히려 부모님보다 더요. 아프면 그만큼 성숙해질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지만, 아이가 아이답다는 것도 아름이 입장에서보면 굉장한 축복이 아닐까 싶어요. 아름이는 겨우 열일곱. 아이같이 떼쓰고 울면 차라리 부모된 입장에서는 속이 편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름이는 혼자 이겨내는 법을 열일곱해 살아내는 동안 다 배웠어요. 아이답지 않은 아이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오히려 담담하기까지한 아름이의 행동이 아직도 많이 생각이 나네요. 이게 아마 작가의 필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군더더기없이 담담하게 풀어나가면서도 그것이 결코 밋밋하거나 지루하지 않았어요. 그 담담하고 조근조근한 필체가 오히려 이 책을 흥미진진하게 만든 것 같아요. 마치, <병원 24시>나 <궁금한 이야기 Y>같은 느낌도 있었습니다. 실제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이 많고, 부모님의 힘을 덜어주기 위해 매스컴에 도전하는 부분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궁금한 이야기 Y> 에서 얼마전에 방송한 "하늘이" 이야기를 보신 분이 있으신가 모르겠어요. 인기가 꽤 많은 프로그램이라 아마 보신 분이 많을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하늘이를 잠시 소개할께요.
8살이구요. 여아입니다. 하늘이의 병은 우리나라에 단 3명밖에 없다는 '장관상피형성 이상증'으로 소장에 융모가 없어 음식을 흡수할 수 없는 8살 하늘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고통스러운 병이라고 합니다.



굉장히 똘망똘망한 아이였어요. 물론 모습은 아름이와는 다릅니다. 병명이 다르니까요. 하지만 이 방송을 보는 내내 아름이가 많이 생각이 났습니다. 하늘이는 쏟아내면서도 먹는 즐거움을 놓지 않았어요. 쏟아낼 것을 알면서도 꾸역꾸역 먹는 아이가 가여워서 혼났습니다. 마지막 수술을 받는 장면에서 엄마 품에 안겨있던 하늘이가 갑자기 "짬뽕" 이라고 외치더라구요. 그런 하늘이를 보면서 엄마는 "잘 하고 오면 엄마가 짬뽕 열그릇 사줄께" 합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하늘이가 "도~온" 하더라구요. 짬뽕오면 자기가 계산하고 싶어서 그 돈을 달라고 하는 겁니다. 수술 준비한다고 연결해놓은 호스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자그마한 몸이 아플법 한데도 끝나고 오면 짬뽕먹을 생각에 만원을 손에서 놓지 않고 꼬옥 쥐고 있더라구요. 겨우 여덟해를 다 채우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고...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맛있는 음식 마음껏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늘아.. 잘가... T_T ....

병원에는 항상 두근두근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저도 병간호를 한 적이 있어 보호자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좋은 감정이 생길 때만 두근두근 하는게 아니잖아요.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불안감에서도 두근두근하는 감정이 생기죠. 작가님은 “아름이에게 연애의 감정을 선물해 주고 싶었는데 결국 그가 처한 세상의 현실을 다시 알려주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며 소설 쓰며 들었던 고민을 넌지시 밝혔다고 하십니다. 사실, 그 점은 저에게 잘 와닿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정해진 결말이어서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애초에 연애감정이 생길지도 몰랐지만, 아름이에게 그런 감정을 가르쳐주는게 과연 옳은 것인지 저 스스로도 해답을 얻지 못한 상태였었거든요. 아름이의 감정에서 읽기 보다는 부모된 마음에서 안타까움으로 읽었던게 조금 아쉽습니다. 다음번에 다시 이 책을 들었을 때는 온전히 아름이 입장에서 읽어보고 싶어요. 이 책을 통해서 김애란 작가님을 더 알아보고 싶어졌습니다. 다음 소설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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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다 설레다 설레다 - 지겹도록 밋밋한 오늘에게 보내는 한 장의 감성메모
설레다 지음 / 고려문화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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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네이버) 


  포스트잇, 다들 아시죠? 워낙 아무데나 끄적이는 것을 좋아해서, 포스트잇은 저에게 참 유용한 친구인데요. 이걸 활용해서 전시회를 여는 분이 계신다고 하네요. 처음에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그저 노오란 표지가 예뻐서였고, 카툰이어서 뜨거운 여름날 가볍게 읽기 좋겠다 싶어서였습니다. <미리보기>로 책을 들여다보았을 때는 글쎄요. 미리보기를 아마 잘못 뽑은게 아닌가 싶었어요. 사실, 미리보기에는 그렇게 끌리는 그림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미리보기는 미리보기일뿐. 실제 책을 보면, 마음에 와닿는 글귀가 얼마나 많던지요. 포스트잇의 변신을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겉표지는 이래요. 노오란 포스트잇에 그려지고, 새겨지는 그림과 글인 만큼, 잘 표현한 것 같아요. 커피를 좋아하는 설레는 토끼, 줄여서 설토 >_< 직장인들은 하루에도 몇번씩 커피를 입에 달고 살죠? 속이 느끼하다 싶으면, 혹은 아침에 눈뜨면, 또는 식사 후 이내 찾거나.. 직장인 뿐 아니라, 한국사람에게 커피는 아마 김치같은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주변에 둘러보면 커피가게도 굉장히 많잖아요? 바리스타라는 직업도 생기고. 또 하루에 두 세잔 정도는 괜찮다고, 뉴스에서도 그러니까. 오히려 두 세잔은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나요? 커피를 마시면 잠이 안온다는 것도 다 옛말인 것 같아요. 저야 아직도 밤을 새기 위해서 마시는게 커피이기는 하지만 헤헤 :)



  <미리보기>
  이런 포스트잇이 235개나 등장해요. 전시회를 하면서 마음에 드는 포스트잇을 떼어가시는 분도 있다고 하네요? 처음엔 한 장씩 없어지는 포스트잇이 속상하셨다가도, 이제는 이해가 되신다고 해요. 그만큼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는 인간이기에 그 감정들을 공유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 나의 마음에 와 닿았던 글귀를 전시회에서 발견했을 때, 갖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연히 나도 이 전시회에 가게 되면, 그런 마음이 불쑥 들지도. 그런 마음이 생기기 전에, 나도 드로잉을 잘 하는 사람이면 좋을텐데, 그러면 떼어가지 않아도 내가 그리면 되잖아? 하는 생각도 들긴합니다. 하하하 - 



  뚜껑이 열려있는 토끼가 어찌나 귀엽던지 ^^ 가끔씩 진짜 내 머리가 뚜껑이 달려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 뿐이 아니라는게 신기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사람이라는 존재는 같은 감정들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걸까. 각자 다른 삶들을 살지만, 갖가지 느끼는 감정이 일치할 때면 괜스레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비록, 나와 그 사람이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하루에도 수백번 씩 열리는 뚜껑을 잠재울 새도 없이 빨개지는 얼굴. 잠시라도 사무실을 박차고 나가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건만, 저렇게 뚜껑을 열어놓고 환기를 시킬 수 있다면, 조금은 색다른 기분으로 일이 와닿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고..

카툰이지만, 마음에 툭 와닿는 글들과 그림. 간결하지만 강렬한 메세지들이 참 좋았습니다.





이 책에는 사계절이 담뿍 담겨있는데 지금은 가을이니까, 이 부분을 골라봤어요.
 계절에 치우치지 않고, 사계절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따뜻한 코코아가 마시고 싶어지는 책. 읽고 나면 이렇게 따스한 온기가 제 안에 느껴져요. 그리고, 누군가에게 차를 타 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



  우리는 모두 마음에 작은 아이가 있습니다. 경쟁하는 사회구도 속에서 지쳐가고 있구요. 늘 이리치이고 저리치이고 상처받은 영혼들이예요. 그런 우리를 위로해줄 만한 따뜻한 카툰이 여기에 있습니다. 토닥토닥 괜찮다고 꼬옥 안아주는 이 책이 여러분에게 그림과 글 이상의 위안이 될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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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불행
케빈 A. 밀른 지음, 손정숙 옮김 / 황소자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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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하게 불행한건 어떤 것일까. 인생은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는다는 뜻일까.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볼 수 없이 공존하는 그런 것.

달콤한 초콜릿을 먹고 싶었던 것 뿐인데 그것이 사고로 이어져 모든 원인은 자기 때문이라고 믿고 살아가는 소피. 하필이면 생일 때 부모님을 여의어 마음 놓고 축하할 수도 없는, 심지어 자신의 생일을 싫어한다. 그녀는 커머스 애비뉴 작은 상점가에 '쇼콜라 드 소프'라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포춘쿠키는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쿠키 안에 그 날의 운이 담겨있다. 포춘쿠키이기 때문에 행운의 말들로 가득차 있다. 사람들은 좋은 면을 보고, 좋은 일만 일어나기를 바라기 때문에 이런 쿠키도 생겨난 것이 아닐까. 소피는 이것의 허를 찔렀다. 미스포춘쿠키. 행운의 말이 아니라 불행의 말들이 잔뜩 숨어 있다. 예를 들면,
"당신의 일은 지금 무탈해 보입니다. 하지만 조금 기다리세요. 영원히 지속되는 건 없어요! " (49쪽)
와 같은 알쏭달쏭한 종이들이 등장한다. 결론은 좋지 않다는 이야기. 자신이 불행하기 때문에 결코 좋은 말이나 좋은 생각을 뱉어낼 수 밖에 없는 소피. 나 혼자만 불행할 수는 없잖아! 그녀의 기운 쭉쭉 빠지는 불운의 무차별적인 메세지는 계속된다.

"행복이란 게 대체 뭐야? 스스로 행복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역시 그런 간단한 질문에 대답하지 못할 가능성이 썩 높다고 생각해. 그리고 행복이 뭔지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어쩌면 스스로에 대해 좀더 나은 기분을 느끼려고 뭔가를 지어내는 것일 수도 있어." (50쪽) 생일에 부모님을 자신이 돌아가시게 했다고, 그 일이 있은 후부터 소피는 줄곧 불행했다고 생각한다. 삐딱한 시선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염세주의자 그녀. 그녀가 세상을 밝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과연 올까.

그런 기회는 온다. 가렛과 결혼을 약속하며 새로운 삶을 꿈꾸었던 그녀. 하지만 그가 이유없는 이별선언을 한 탓에 더욱 지독한 염세주의자가 되어 버렸다. 가렛은 소피와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소피가 모르는 이유가 있었기에 그리고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기에 그녀에게 변명할 기회를 단 한번만 달라고 사정하지만 전혀 통하지 않는다. 기회를 달라는 그의 끈질김이 계속되자 소피는 내기를 제안한다. <시애틀 타임스> 에 광고내기. 광고인 즉슨, '행복을 찾습니다' 광고를 낸 후 100명에게서 현명한 답변을 얻는 조건이다. 단, 영속하는 행복만 되고, 덧없이 사라지는 것은 안된단다. (-_-;) 사라지지 않는 행복이라는게 과연 존재할까? 소피는 확신한다. 가렛이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단 한번의 변명의 기회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예상외로 광고의 반응이 좋다. 그녀의 사서함으로 미친듯이 영속하는 행복에 관한 메세지들이 폭풍처럼 쏟아진다. 주변사람을 총동원해 분리 작업을 하고 검열을 거쳐야 할 정도의 방대한 양이었다. 그러던 중, 소피의 생일에 벌어진 부모님을 여읜 사고에 관련된 메세지가 도착한다. 그 메세지로 인해 소피는 변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탓이 아님을, 자신에게는 없을 것이라 믿고 살았던 행복이 무엇인지 조금씩 깨닫게 된다.

"가끔씩 태풍이 몰아치지 않으면 맑은 하늘 고마운 줄 어떻게 알겠어요?" (363쪽)
"맞아, 인생에는 맛이 씁쓸한 순간도 많아. 하지만 그건 여기저기서 터져오르는 행복의 순간 때문에 누그러지지.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맛있는 경험이 되는 거야." (366쪽)
소피는 점점 마음의 짐을 덜어간다. 그리고, 세상을 보는 관점을 희망적으로 바꿔가고 있다. 여전히 미스포춘쿠키는 굽고 있지만 달라진 점이라면 쪽지가 두개 들어간다는 것. 하나는 긍정적인 것, 또 하나는 조금 좋지 않은 것. 나쁜 것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소피는 다른 삶을 살아가기 위한 노력으로 보여진다.

나도 소피처럼 어릴적부터 불운한 인생을 겪었기 때문에 소피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제대로 현실을 직시하고, 받아들이고 싶어도 어차피 내 뜻대로 되는 일은 없으니까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살아갔었던 게 사실이다.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불만이 확 하고 줄어든 것은 아니다. 완전히 나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소피처럼 양면 중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많이 쏠릴 수 있도록 해봐야지. 난 소중하니까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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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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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프로야구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래서인지 야구소설에 대한 감회가 더 새롭다. <압구정 소년들>로 접한 적 있는 이재익 작가님. 나와는 살짝 코드가 맞지 않는 작품을 처음으로 접했던지라 이번 소설도 사실 살짝 꺼려졌었다. 야구에 관한 소설을 연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좋아하는 야구임에도 불구하고, 처음에 생겨버린 편견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었다. 그렇게 편견을 가지고 접한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이재익 작가님의 필력에까지 편견을 두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를 위해 태어난 분이라 생각될만큼 꼼꼼하게 짜여진 스토리며, 흠뻑 빠져들기에 작가님의 필력은 실로 대단하다. 이 작품 뒤에도 계속해서 쉼없이 터져나오는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경악할 정도이다. 일본에 히가시노 게이고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이재익 작가님이 있다. 그만큼 단 시간에 많은 작품을 쓴다는 면에서 말이다. (장난삼아 그 작가의 책만 죽어라고 보라는건가, 싶을 정도로 막힘없이 쏟아져 나오지 않는가!) 아무래도 읽는 쪽이 쓰는 쪽 보다 속도가 빨라야 할텐데 쓰는 쪽에서 부스터를 달고 시작하니, 독자들은 마음이 더 조급해질 수 밖에 없지 않을까. ^^

여름에는 책을 보는 것보다 야구가 좋아서 책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야구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야구를 보러 가는 것과 맞먹는 흥분이 감돈다. 물론, 이 소설이 그만큼 재밌었기 때문에 나오는 흥분이기는 하다. 단순히 야구이야기여서가 아니라 이 책에는 야구가 인생이라는 말이 딱 맞을만큼 스토리가 탄탄하다. 실화가 바탕이 되어서일까, 그래서 더욱 감칠맛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인생의 우여곡절이 야구와 함께 고스란히 녹아있어 그들과 함께 웃고, 또 울었다. 한 편의 드라마, 한 편의 마라톤 경주 같았던 책.

중학교 때까지 투수생활을 했던 지웅.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면 학벌지연사회라 정말 뛰어난 재능과 스폰서가 있지 않는 경우, 스포츠인이나 연예인으로 살아남기는 정말 힘들다. 미래를 위해 서울대에 입학하고, 동아리로 야구부에 가입하게 된다. 가볍게만 할 생각이었으나, 그에게는 그것이 곧 자신의 인생이 되어버리려고 하고 있었다. 그즈음 그는 도망쳤다. 지원없는, 승률도 제로에 가까운 대학야구부에 그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었기 때문에 여느 사람들과 같은 사회생활로 뛰어들어버렸다. 그렇게 해서 성공했다면 모르겠으나 성공한 삶 또한 아니었다. 그렇게 내리막을 향해 가고 있을 때 다시 일어설 힘을 얻기 위해 야구부 감독님을 만나는 것으로 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얻어맞을 때 맞더라도, 한 번쯤은 던지고 싶은 공을 던져봐야 투수 아이가." (48쪽) 이 한마디는 야구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안정적인 삶만 추구하다보니,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은 늘 뒷전이다. 그렇게 시간만 보내고 있지는 않은가. 어차피 한번 뿐인 인생인데 하고 싶은거 하나쯤은 해봐야되지 않을까.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건 말이다.

"군대가기전에 니 공 함 받아보고 싶다." (198쪽) 야구만을 위해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포수 장태성. 끝까지 야구부를 지키다 뒤늦게 군대를 가게 된다. 지웅이는 그렇게 야구부를 외면하고 떠났지만, 투수와 포수, 그리고 남자들의 끈은 그리 쉽게 끊어지는 것은 아닌가보다. 그렇게 그들을 이어주고 하나가 될 수 있게 해주는 야구. 이 문장을 물끄러미 쳐다보는데 왜 바보처럼 눈물이 났던 것일까. 아마도 나는 그들만큼 호흡할 수 있는 야구를 아는 것은 아니지만 배터리의 관계가 우리에게 주는 위안과 희망을 알기 때문이리라.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런게 아이다. 나는 그렇게 몬한다. 마음을 주지 못하면서 받을 수는 없다." (213쪽) 야구부에 발을 들이면서 줄곧 태성만 바라봤던 희정에게 매몰찬 한 마디를 던지는 그 남자. 포수 장태성. 한번 빠져들면 절대로 헤어나올 수 없는 야구. 그것을 하는 사람이든 보는 사람이든 그 매력에 빠지면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린다. 한마디로 통제불능. 태성에게 야구가 그랬다. 오직 야구만을 위해 달려온 인생인데 사랑이 첫번째일 수 없었다. 그 외사랑에 희정은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는 너무 구슬프다. 야구도 사랑도 일방통행일 수는 없다.  투수와 포수, 공격과 수비. 모두 쌍방향이다. 태성은 희정을 야구 그 이상으로 들여놓을 수 없었기에 둘은 엇갈려야만 했다.

"투수 빙신이가? 니 남아래이!" "고마 학 쌔리마!" (354쪽) 데드볼이 될 뻔한 상황. 팬심이 화났다. 깔깔.이 문장을 보고는 한참을 배꼽 빠질 듯이 웃었다. 이 책은 롯데자이언츠가 그 틀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더 실감나고 재밌는 대사가 많았다. 우리쪽 선수에게 불리하게 전개되는 상황에 팬들은 심각하게 흥분한다. 나 또한 야구장에 가면 저런 문장이 밥먹듯이 툭~ 하고 튀어 나온다. 몸은 관중석에 있지만 마음은 그들과 함께 이기에 자연스럽게 빙의가 된다. 얼른 야구장가서 외쳐야지. 마!!!!

책을 다 쓰고 난 지금, 저는 성공과 성취는 다르다고 감히 결론내립니다. 그 차이는 '행복'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성취하더라도 행복하지 않다면 과연 그런 성취를 성공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358쪽) 작가님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소박한 행복이 오히려 사람을 편안하게 할 때가 있다. 너무 세상에 치이지 말고, 많이 성취하려고 하지말고,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그만큼만 느끼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야구에 관한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야구부 일원들을 한 명씩 만나면서 지웅은 잃어버렸던 삶에 대한 열정과 사람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그들의 삶을 통해서 사회에 물들 수 밖에 없는 우리를 만났고, 또 그 속에서 빠져나오려 발버둥치는 우리도 만났다. 살아가면서 수 차례씩 고비가 찾아오겠지만 그것을 감내하며, 혹은 뛰어넘으려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한번 뿐인 인생. 너무 모든 것에 매여서만 살지말고, 나, 그리고 서로를 생각하면서 지치지 않는 용기를 불어넣어주면서 그렇게 살았으면 한다.

인생이라는 밥 위에 야구라는 반찬을 얹고, 사랑, 우정, 열정이라는 디저트까지 듬뿍 담긴 그런 소설이다. 현직 야구선수에게 선물도 했을 만큼 이 책은 나에게 있어 각별하다. 그들과 함께 하는 동안 행복했고,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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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발레리 통 쿠옹 지음, 권윤진 옮김 / 비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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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삶에 만족하는가?
자신의 삶에 100%만족을 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다만, 자신의 삶이 주어진 범위안에서 만족하려고 노력하는 삶이 대다수이지 않을까. 뭐, 불평불만만 하는 삶도 있기는 하지만. 운명이라는 건 쉽사리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우리의 능력밖의 일이기에, 그저 수긍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게 맞을 것이다. 물론, <시크릿> 같은 류의 책을 보면, 마음을 다스리기에 따라 인생이 변할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 엄청 대인배이거나 도통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내 마음대로 무언가를 다스린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지 않은가. 우리는 하루에도 수백번씩 주변사람들의 영향권안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며,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이 더 많은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허구의 운명을 꿈꾸지 않는다. 다 잘될거야, 식의 스토리가 아닌 주어진 환경에서 어떤 중요한 사건들로 인해 인생의 새로운 면과 마주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네 명의 주연이 등장한다. 남편에게 버림받고 혼자 씩씩하게 아이를 키우는 마릴루와 가족에게 느끼는 이유없는 소외감을 떨치기 위해 성공할 수 밖에 없었던 알베르. 예쁘고 당당하고 똑똑한 변호인이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하는 프뤼당스와 성실하게 한단계 한단계 밟아나가면서 성공한 교수이지만 사랑이란 이름하에 이용당하는 톰. 가난하기에 불행한 사람, 성공했지만 외로운 사람, 이용당하는 사람, 유색인종이라 차별받는 사람. 어느 하나 만족할만한 삶들은 아닌 것 같아 보인다.

네 명의 이야기가 동시간대에 번갈아가면서 이루어진다. 말 그대로 여러 사람의 삶의 조각을 차례로 맛보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인연의 끈이 향하는 곳은? 작은 우연의 조각들이 모여 거대한 운명의 퍼즐을 완성한다! _ 코스모폴리탕  이 책을 요약하면 딱 이 책의 겉표지에 장식되어 있는 문구 그대로다. 지하철에서 일어난 자살소동을 기점으로 이 사람들의 운명은 지독시리 괴로웠다가 점점 희망적으로 바뀐다. 그들의 운명은 도미노처럼 이어져 있으며 그 퍼즐들이 맞추어 질 때 묘한 희열을 느끼게끔 한다.

"요약을 하자면 샤를리가 없으면 마릴루도 없고, 마릴루가 없으면 폴로도 없는 거고, 폴로가 없으면 톰도 없다는 거군. 아름다운 인연이야." (243쪽) 처음에는 주인공들 이름도 생소하고 (작가 이름도 유머러스 하지 않은가, 발레리 통 쿠옹 ㅎㅎ) 번갈아 나오는 이야기에 집중이 안되는 듯 싶다가도 조금씩 윤곽이 드러나는 퍼즐들에 소용돌이처럼 빠져들더니 그들의 삶을 응원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하찮은 존재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그들이었는데 서로가 없으면 이 지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 된다니, 그들의 인연은 참으로 고귀하다.

"세상도 가끔 딸꾹질을 하는 게 아닐까요?  어떤 식으로 흘러갈 거라고 정해져 있는데, 무언가가 혹은 누군가가 최후의 순간에 계획을 바꾸기로 결심한거죠. "(243-244쪽) 누군가 최후의 순간에 계획을 바꿔준 덕분에 그들이 새로운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고 있다. 계획 바꾸어주어서 고마워요. 꼭 화려하게 살아갈 필요는 없다고, 내가 존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었으니까.

삶이 하찮게 느껴질 때, 내가 아무 것도 아닌 것 처럼 느껴질 때, 이 책을 통해 존재의 이유를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이 세상에 그 어느누구도 하찮은 존재란 없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봤을 때 이 사람 단 한 명 때문에라도 내가 살아갈 이유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만한 삶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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