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29 39 - 열아홉, 스물아홉, 서른아홉 그녀들의 아슬아슬 연애사정! 소담 한국 현대 소설 2
정수현.김영은.최수영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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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사귄 약혼자 29. 6개월 된 39. 100일 된 19.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카페에서 여자 세 명이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살아온 경험치가 다르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가치관도 무척이나 다른 세 사람. 하지만 한 남자를 사랑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하죠. 그런데 어떻게 세 명을 돌려가면서 만났을까요. 이 파렴치한은! 그럼에도 그녀들은 좋은 사람이었다고 말합니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 고로 진짜 나쁜 남자인거죠. 저는 연애를 오래해서 그런가, 한 사람을 오래 만났으면 만났지. 한 사람을 만나면서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는 사고 방식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보수적인게 아니라 당연한거 아닌가요. 서로에 대한 예의죠. 예의. 하긴, 그렇게 치면 그 한 사람 한사람을 만날 때마다 최선을 다했다고 그것 자체를 인정해줄 사람도 분명히 있을테죠. 그렇게 인정해주는 사람은 함께 있었던 당사자들이겠지만요. 자신이 하찮은 존재가 되는 것은 아마 원치 않을테니까. 함께 있을 때만은 그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고 싶었을 테니까요.





 19의 이야기를 쓰신 김영은 작가님의 말. 열아홉 때는 저런 느낌이셨다고 하네요.
무서울 것이 없는 10대. 포기도 빠릅니다. 그저 좋으면 마음가는대로 하는 나이라죠. 하지만, 저랑은 좀 먼 이야기였어요. 저는 집에서는 모범생(?) 스타일이었으니까요. 좋게 말하면 그렇구요. 그냥 안 거스르고 조용히 지내는 착한 아이였답니다. ㅎㅎㅎ ;;; 사랑하면 그가 약혼자가 있든 어떻든 상관없다는 무서운 19. 하지만 애는 애더라구요. 귀여웠습니다. 나도 저렇게 철없어 볼 걸, 하는 생각도 잠깐  ㅋㅋ




29. 의 이야기를 쓰신 정수현 작가님. <셀러브리티>, <압구정 다이어리>의 저자시기도 하죠. 제 나이대라서 그런지 생각이 조금 비슷한 것도 같아요. 19, 39의 이야기는 그냥 물 흐르듯 흘러갔는데 29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읽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결혼할 때가 되어서 그런지 거기에 촛점이 맞춰지더라구요. 가장 공감가는 이야기도 많고, 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님이라서 그런지 편애를 좀 했네요.
저의 열아홉, 스물아홉이 거의 똑같듯이 서른아홉도 그럴거라고 생각해요. 한곳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제 나이의 색깔은 아마 쭈욱 노란색일 것 같아요. 톡톡 튀는 철없는 노란색말구요. 태양을 바라보는 그윽한 눈빛의 노란색이었으면 더 좋겠네요.




39의 이야기를 쓰신 최수영 작가님. 어딘가 모르게 책임의 무게가 많이 실린 느낌이었어요. 저도 가정을 꾸리게 되면 이런 느낌이 날라나요. 너무 주눅들지 않고, 찌들지 않으면서 딱 지금의 나이처럼만 지낼 수 있으면 좋겠는데, 너무 큰 바람일런지요.





 어느 한 부분도 빼놓기 싫더라구요. 페이지 꽉꽉 채워 마음에 꼭 담은 글들입니다. 29의 4round 부분입니다. 또 다른 사랑에 겁나더라도 다시 손을 뻗어보는,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을 찾으려고 하는 29의 모습이예요. 39보다는 덜 현실적이죠. 미래보다는 사랑을 좇는 여자니까요. 저는 39가 되더라도 남들 시선보다 내 행복이 더 중요했으면 좋겠습니다. 가정을 꾸리면서 저의 본연의 모습을 잃는 것도 원치 않아요. 나답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가볍게만 느껴졌던 이야기. 약간은 속물스러운 설정때문에 썩 와닿지는 않았지만 처음 읽었을 때보다 두번 째 읽었을 때 감회가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다시 읽으면서 새로이 소녀, 여자, 엄마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서로 사랑하는 방식은 달랐어도 여자에게는 사랑이라는 것이 무척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씨앗이 열매로 영그는 과정이라기 보다 각자의 열매의 시각으로 그 사람의 입장에 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물론, 가장 공감되는 이야기는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죠. 자신의 현재의 시점에서 바라볼 가능성이 크니까요. 한 남자를 사이에 둔 찝찝한 사이이지만 '여자'로써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각자의 시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들을 하면서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지나간 19, 다가올 29, 39 에도 제 사랑은 저 자신에게 당당하고 멋졌으면 합니다. 여러분들에게 앞으로 다가올 19 29 39 에게도 화이팅을 외쳐드릴께요. 예쁜 사랑하면서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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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심장
캐서린 라이언 하이드 지음, 권도희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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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체의 신비는 참으로 놀라운 것 같아요. 인간이야 신이 창조했겠지만 의학의 발달로 인해서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범위가 굉장히 넓어졌죠. 사람의 장기를 옮길 수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 옮긴 장기로 다른 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신은 굉장한 걸 만들어 냈어요. 이것이 악용되면 안되겠지만.

제목은 꼭 생로병사의 비밀, 처럼 군더더기가 없어요. 말 그대로 두번째 심장에게서 일어나는 이야기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다른 부위도 아닌 심장을 기증하려는 보호자가 과연 많을까요? 저 혼자 생각으로는 만약 불가피한 상태로 내가 죽게된다면 기꺼이 기증할 마음이 있습니다만, 이것을 가족들에게 알렸을 때는 굉장히 좋지 않은 반응으로 돌아오더라구요. 은연중에 기증센터에 등록하고 싶다는 말을 던진 적이 있어요. 이런 장르의 소설을 많이 접한 것도 영향이 컸겠지만, 저는 생명을 참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갖 태어난 아이가 이 넓은 세상을 아픔으로만 기억하는게 참 안타깝더라구요. TV나 신문기사를 통해서 -어르신들보다 아이들이 - 희귀병 등에 걸려 아픈 모습을 볼 때마다 내 생명에 지장이 없는 한 떼어줄 수 있는게 있다면 떼어주고 싶다고 느껴요. 만약 내가 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꼭 이 세상을 더 살아볼 수 있게 해주고 싶어요. 더 이상은 저에게는 필요없으니까요.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제 남자친구의 반응은 끔찍합니다. "사고가 났다고 쳐. 그런데 신원을 확인하고 장기기증등록자로 되어 있다면 보호자들이 어쩔 세도 없이 너의 장기는 떨어져 나가. 온전히 그것은 네 것이 아니야. 네가 가지고는 있지만 부모님이 물려주신 건데 그렇게 함부로 들어낸다는 게 남은 사람들에게 어떨거 같아?" 라구요. 물론 그 말도 맞습니다. 도리가 아닐 수도 있지만 죽은 자와 살아야할 자는 확연하게 드러나 있지요.
이 책에는 그런 입장차이를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서우리만큼 현실적인 반응들이죠.



 저희는 살아있으니까, 이런 기분을 절대 이해할 수 없을겁니다. 다음날 확실하게 깨어날 것이라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요. 19살인 비다는 태어날 때부터 심장이 약해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피한 소녀입니다. 19살을 버틴 것도 신기할 정도. 그런 아이기에 죽음과 너무 가깝게 지내고 있습니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는 심장이식을 통해서만 없앨 수 있습니다. 몇 차례 고비를 넘겼기 때문에 생과 사의 경계를 알고 있는 아이입니다. 작고 여린아이에게 너무 가혹한 현실이죠. 하지만 저렇듯 담담합니다. 아픈만큼 성숙해지는 것은 맞지만, 이런 비다의 모습은 참 안스러웠습니다. 심장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아픈 세상말고, 더 좋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사랑하는 여자를 잃은 리처드의 장모가 리처드에게 하는 말입니다.
저는 이 글귀를 한참 곱씹어보고는 한참을 울었습니다. 꺽꺽- 소리내서 운 것은 아닙니다. 또르르. 하지만 목이 아프더라구요. 울분이 섞여있었나 봅니다. 이 글을 눈으로만 훑는데도 눈물이 고이는 군요. 참 고맙게 뛰어주는 나의 심장. 온갖 감정을 함께 하는 내 마음의 중심부. 하지만 나는 심장이 건강하기 때문에 한번도 내 심장에게 고마워해본 적이 없네요. 부끄럽게도 말입니다. 장모가 이야기하는 한낱 장기로 생각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리처드에게는 사고로 이 세상을 떠난 로리의 마음이었습니다. 단순한 장기가 아니었습니다. 그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로 옮겨갔다면, 자신을 향한 로리의 마음도 그렇게 옮겨갈 수 있다고 믿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둘은 많이 사랑했고, 쉽게 놓아줄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으니까요. 리처드는 다른 사람에게 옮겨서라도 로리의 마음을 잃고 싶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이런 남자의 사랑을 받았던 로리는 참으로 행복한 여인이었을 거예요.



 리처드에게 로리는 이런 존재였대요. 우리 몸의 70%를 차지하는 물. 로리는 그만큼 중요한 존재였던 겁니다. 저도 제 사람에게 이런 차분함과 침착함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죽으면 행복한 일만 가득할까요? 한에 깊게 둘러싸여 돌아가신 분들을 보면 대부분 눈을 뜨고 계신대요. 그만큼 이 세상이 한스럽고 억울하고 원망스러워서라고들하잖아요. 그 분들을 이제 다른 세상으로 보내드릴 때 거기가서는 행복하게 살아, 하면서 눈을 감겨드리는데 이 대목에서 자꾸 그 생각이 나더라구요. 이 생에서 아팠던 사람은 그 아픔을 남기고 갈 수가 있을까. 거기서는 꼭 행복할 수 있을까하구요. 좋은 것만 볼 수 있는 세상도 존재해야된다고 생각해요. 아프기만 한 인생은 너무 불공평하니까요.



그녀와의 역사가 시작되었던 곳에서 마음을 정리하고 있는 리처드예요. 심장을 이식받고 나서 얼마동안은 그 심장이 기억하는대로 행동에 묻어난다는 말. 일리가 있는 것 같아요. 전적으로 믿고 싶기도 하구요. 기사에도 난 적이 있잖아요. 피해자의 심장을 이식받은 사람이 그 범행을 기억해내서 범인을 밝혔다는 내용, 들어본 적 있으시죠? 지금의 의학,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더 많지만 저는 심장이 그저 장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분명 뇌와는 별개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 많을거예요. 이 세상에 증명되지 않는 진실은 참으로 많으니까요. 로리의 심장을 이식받은 비다에게서 로리를 볼 수 있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을겁니다. 로리로부터 왔지만, 주인이 바뀌었잖아요. 식성이나 그런 것도 예전 주인을 닮아갈 수도 있다고 하지만 비다는 비다일 뿐이니까요. 현재의 주인의 의지대로 바뀔테죠. 비다는 리처드를 사랑한다고 믿었지만, 그것은 로리가 그를 원한 것이었겠죠? 다른 주인에게가서도 사랑했던 사람을 잊지못하는 로리의 심장때문에 슬펐습니다. 로리와 리처드가 만났던 그 곳에서 비다가 장미꽃을 던지는 부분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요. 가보고 싶습니다. 그들의 추억의 장소, 그랜드캐년의 노스림.

로리, 그녀는 떠났지만 비다에게 건강한 생명을 주었습니다. 덕분에 비다는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지요. 주인의 심장과 하나되는 과정을 겪으며 조금은 더 성숙해졌을 그녀입니다. 두번째 심장의 건투를 빕니다. 이제는 행복하기만을 바라겠습니다. 리처드도 새로운 책꽂이를 통해 다른 행복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도 로리는 잊지 않을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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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언젠가 - 개정판
츠지 히토나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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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초콜릿 색 표지가 가을에 딱 어울립니다. 표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읽고 있는 내내 입이 가만 있지를 못하더라구요. 평소 좋아하지도 않는 초콜릿 쿠키를 콱 깨물어 먹었습니다. 초콜릿이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 준다고 하잖아요. 이 책을 읽는 동안 전, 내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안절부절 못하고 이리 끙끙 저리 끙끙. 입이라도 움직이지 않으면 이 초조한 마음을 달랠길이 전.혀. 없었습니다. 왜냐구요?
결혼을 앞둔 한 사내 앞에 예기치 못한 유혹이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결혼식까지 넉달이 남은 상황에서 어떤 낯선여자로부터의 유혹, 그것이 만약 당신에게 들이닥쳤다면 어떠실 것 같으세요? 
저는 이 책을 읽기까지 무려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워낙 외설적인 것은 회피하는 경향이 있는데다 짝사랑, 해바라기 사랑이 전문인 저에게는 전혀 맞지 않는 소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도입부가 굉장히 외설적이예요. 결혼한 남자를 꼬득이는 여자도, 거기에 넘어가는 남자도,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분명 4년전까지는 말이죠. 친구들이 하나둘씩 결혼하고, 제 나이도 한살 두살 먹어가면서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이 책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혼하신 분들의 말에 의하면 결혼하기 전에 굉장히 싱숭생숭하대요. 어쩌면 평생을 함께 해야할 반려자를 결정하는 일이 쉬울 턱이 없지요. 이것 저것 준비하면서 싸울 일도 무지 많아진다고 하는데, 그 때를 잘 넘기면 상관이 없지만 준비하다가 헤어지는 커플들도 많더라구요. 살면서도 이혼하는 세상인데 자신에게 꼭 맞는 사람이란게 과연 존재하기는 할까요.




유타카의 결혼상대, 미츠코. 그녀가 지은 시예요. 유타카가 어떤 잘못을 저지르던지 다 감싸안아줄 것 같은 그녀. 진정한 현모양처감인 것 같아요.

여러분은 사랑받은 기억과 사랑한 기억 중 어떤 기억을 떠올리고 싶으세요?
저도 첫 대답은 사랑받은 기억을 떠올릴 것 같다였어요. 내가 죽게 될 때 나를 위해 울어줄 단 한사람만 있어도 행복할 것 같다고, 늘 생각하거든요. 이 말인 즉슨, 사랑받았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은 쪽이 아닐까. 그런데 미츠코의 시를 보고 있자니 이 말도 참 일리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진정으로 사랑해봤기 때문에 죽어도 후회없다는 뜻일까요? 여기서 유타카와 그녀를 유혹했던 토우코의 안타까운 사랑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넉달동안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는 생각나지 않는다, 추억일 뿐이다, 하고 서로의 감정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세뇌시키는 두 사람. 그리고 그 가운데 아무 것도 모르는 미츠코가 있습니다. 그저 유타카를 믿는 거예요. 그 사랑을 소중히 하고 싶어서 쉽사리 고백하지 않는다는 거짓말을 미츠코는 믿어버려요. 그만큼 유타카를 사랑해서겠지요. 오로지 동반자였던 미츠코, 유타카의 진짜 사랑 토우코. 그들의 사랑은 어쩐지 모르게 슬퍼요. 금방 부서질 것만 같은 얼음조각 같았지요.






토우코는 당당하고 멋진 여성이었어요. 유타카를 향한 마음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정열적이었죠. 그에게 사랑받는 것만이 그녀의 삶의 이유가 되었어요. 무모하지만 부럽기도 합니다. 불타는 사랑, 살면서 꼭 한번쯤은 해보고 싶어하잖아요. 딱 한 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믿으면서 말이지요.



미츠코의 사랑관이예요. 이끌림이 있는 여성은 아니었지만 그녀 자체만으로도 빛나는 사람이었어요. 바람직한 여성상이라고나 할까요? 토우코가 장미같다면, 미츠코는 들꽃 같아요. 두 사람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유타카는 정말 복받은 사내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보네요.

앞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이 책은 정말 초콜릿같아요. 꼭 표지의 영향때문만은 아니예요. 단맛을 좋아하는 초콜릿의 맛이 아니라 단맛을 좋아하지 않는 (어쩌면 극도로 그것을 피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이 느끼는 초콜릿맛이요. 그런 사람이 초콜릿을 접하게 되면요. 정신이 몽롱해져 그것이 단맛인지 무슨맛인지를 느끼지 못하고 나중에는 그냥 원래 그것을 좋아했던 냥, 아니면 먹을 수 밖에 없는 상태에 이르러요. (그냥 무의식 중에 집어넣는다고 하는게 맞을지 몰라요.) 제가 꼭 그랬거든요.  실컷 그것을 입에 집어넣고 나중에서야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했습니다. 씁쓸함이 남았어요. 초콜릿보다는 카카오에 가깝다고 하는 게 맞을까요. 의도하지 않은 이끌림, 혹은 빠짐. 그런 중독성이 있는 책이었어요. 빠져들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결국엔 빠져든 책이었습니다. 일본의 연공서열은 무서울 정도예요. 사람이 모험보다는 안정을 좇는게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겠죠.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아직은 더 많으니까요. 결국엔 안정된 생활을 위해 그 사랑을 방치해둘 수 밖에 없잖아요.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겠죠. 단지 넉달이었을 뿐인데요. 다른 의도로 접근했다가 넉달동안 불타올랐고, 그것이 인생의 전부가 되다니. 현실을 선택하고 가슴안에만 숨겨두어야 하는 사랑은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30년이 지났는데도 간직할 수 있는 사랑이란게 과연 존재하기는 할까요? 이루어지기를 바랬던 사랑은 아니었지만 애잔한 마음이 드는 사랑, 그리고 이별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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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011-09-28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우리 유키. 평가단 되서 신나써열 ?
 최선을 다해보자 ㅎ
 
 
아가미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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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고로 작은 아이하나 제대로 길러내지 못해 죽음을 택하게 되는 남자. 아이와 함께 이 생을 마칠 생각이었지만 아이는 가까스로 살아남았습니다. 살아남았다기보다, 아가미가 있어 물에 빠져도 스스로 호흡하지 않아도 숨쉴 수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살아갈 운명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이내촌의 노인과 강하에게서 발견되어 다른 삶을 시작하게 되는 곤. 보통 사람과 다르게 태어났다는 것,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이 조그만 아이는 알고 있었을까요.



  어미가 버리고 간 상처때문에 이곳저곳 다 뾰족한 강하. 할아버지가 곤을 이내호에서 구하는 바람에 어쩌다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이제라도 곤을 세상밖으로 내보내고 싶어했지만 보통 사람과는 다른 몸을 가진 곤이 제대로 살아내지 못할까 걱정하는 쪽은 강하였습니다. '곤'이라는 이름도 강하가 지어줬대요. 괜히 심술부려 고기새끼, 잘 불러줘야 금붕어였지만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사랑하는 방식과는 다르게 서툴지만 그의 방식대로 곤을 사랑했습니다. 아마도 곤, 이라고 이름을 불러주면 정말 떠나보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던 건 아닐까요? 곤 그리고 강하를 보고 있자니 시(詩)가 생각이 납니다.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그들은 아마 이 세상에서 제대로 존재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어미에게 버림받고 할아버지 손에 길러지던 강하이기에 늘 불안정한 자신의 존재를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곤 또한, 다른 형상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세상과 어울릴 수 없기에 그저 강물에 둥둥 떠다니는 물고기처럼 세상에 속박되지 않고 살아가야만 하는 인생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대로 존재하지 못하는 그들이 만나 서로에게 꽃이 되고 살아가는 이유가 됩니다. 서로가 안고 있는 상처를 상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들은 벌써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될테지요.

이 책을 읽는 동안 톡톡 터지는 꽃망울처럼 눈부신 빛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곤의 몸이었고, 서로 존재하기 위한 몸짓이었습니다. 구석구석 글들이 물내음이 되어 흐릅니다. 강물에서 헤엄치는 것 같았고 여유로운 아가미의 팔랑임이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햇빛에 반사되어 흐르는 물이 반짝이듯이 그렇게 눈부신 빛을 머금고 있는 글이었습니다. 곤의 이름을 나지막히 불러봅니다. 그의 아가미는 더이상 드러내지 못할 상처가 아니라 아름다움 그 자체였습니다. 푸른 빛을 띈 슬픔의 이름 같지만, 결코 슬프지만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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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의 일기 - 황경신 장편소설
황경신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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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기 전에 "유령"이 등장하는 소설을 몇 권 본 적이 있어요. 저는 추리를 그다지 즐기는 편이 아니라 동화같은 소설만 접했었어요. <네가 있어준다면> <안녕하세요 나는 당신입니다> 와 같은 소설이요. 두 편 다 외국소설이었고 한국소설로는 이 책이 처음이 아닐까 싶어요. 위 두 책을 읽었을 때는 아무래도 외국소설이라 그런지 음악이나 영화가 그렇게 연관되거나 떠오르지는 않더라구요. 이 책을 볼 때는 마구마구 생각나서 혼났습니다. 쿡쿡. 전 역시 한국 사람인가봐요. ^^

 소이는 친구 병문안을 가다가 사고를 당해요. 그리고는 영혼 무이오빠를 만나죠. 처음 만나는 영혼이 영혼으로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기로 되있대요. 그게 유령계(?)의 룰이라고 하네요. 영혼으로 살아가면서 여러 유령들의 이야기도 알게 되고, 처음 사랑이라는 감정도 느끼게 되요. 제목 그대로 영혼이 된 소이의 일기장을 들여다 본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유령"이 하는 사랑은 우리들이 하는 사랑보다 더 아픈 것 같습니다. 연기처럼 만져지지도 않고 영영 사라져버릴 것 같은 불안감, 마음껏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영혼이 하는 사랑은 <사랑과 영혼>이 제일 사랑을 많이 받았죠? 아직도 생각나요. 함께 도자기를 빚던 모습이요. 여러 예능프로그램에서 패러디도 많이 했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전지현의 머릿결이 인상적인 작품이죠. 영화 ost처럼 <바람이라도 좋아> 가 흐르면서 검은 윤기나는 머릿결이 날리는~ 영혼하면 아무래도 바람으로 그 사람이 왔다간 기척을 아는 경우가 많아서 이 작품이 생각이 났습니다.






 이 글귀를 보니 번뜩 신승훈 님의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 뿐> 명곡이죠. 이 노래가 마구 생각이 나더라구요. 이 노래가 1996년에 발매되었으니까 와- 엄청 오래 되었네요. 얼마전 <불후의 명곡2>에서 <다비치 이해리>씨가 부르기도 했죠? 전 아무래도 원곡이 좋아요(-_-;) 무튼, 그만큼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곡임에 틀림없습니다. 이 노래 가사를 모티브로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2009년에 출간되었거든요. ) 작가님의 어머니께서 아프셨을 때 어머니와 소통이 되지 않아 혼란스러웠던 마음이 이 책을 탄생시켰다고 해요. 지금은 꺼내보실 정도의 이야기가 되어 참 다행입니다. 

이 책을 보면 생각난다, 하는 작품들을 풀어봤는데요. 아무래도 소녀의 첫사랑이 담겨 있어서 그런지 성숙된 이미지보다는 풋풋한 느낌이 이 책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혹시 <달빛천사: 만월을 찾아서>라는 만화 아시나요? 일본판 애니메이션이 원작이구요. 한국에서도 방영했었어요. 저 이 만화 엄청 좋아하거든요.



  짠!!  이 만화예요. <줄거리>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난 후 엄격한 외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루나는 아버지처럼 가수가 되고 싶어한다. 그러나 자신의 딸이 사위 때문에 죽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외할머니는 그런 루나의 꿈을 결사 반대하며 허락하지 않는다. 게다가 루나는 치유하기 힘든 병으로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한부 상태였다. 이러한 자신의 운명에 슬퍼하고 있던 루나에게 어느 날 두 명의 사신 콤비가 나타난다. 루나는 이들의 도움으로 건강한 16세 소녀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남은 1년 동안 그토록 바라던 가수 활동을 하게 되는데….- 출처 네이버

 노래하는 만화가 참 좋더라구요. 루나도 아파요. 그래서 이 노래가 생각났던거 같구요. ost <이터널 스노우>가 <유령의 일기> 소이의 사랑을 표현하기에 딱 적당할 것 같아요. 스르륵 녹아버릴 것 같은 눈. 녹으면 사라져버리잖아요. 두 손 가득 눈을 올려놓고 녹지마.. 하며 눈물을 주르륵.. 눈을 지켜내고 싶은 마음이 소이와 꼭 닮았어요. 결국에는 녹을 걸 알면서도 말이예요. 그만큼 안타까웠어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내지 못한채 안녕- 이별을 한다는 건 얼마나 가슴아픈 일일까요. 그래도 소이는 씩씩하게 마지막이 아니라고 언젠가는 다시 만날거라고 말하고 있어요. 소이가 무이를 잊지 않고 꼭 기억하기를 바래요. 여린 소이의 사랑을 무이도 기억해주세요.



 그 이름을 불러도 닿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으세요? 
 존재하고 싶어요. 사랑하는 사람에게만큼은요. 

 존재해주세요. 서로에게. 그리고 많이 사랑하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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