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불행
케빈 A. 밀른 지음, 손정숙 옮김 / 황소자리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달콤하게 불행한건 어떤 것일까. 인생은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는다는 뜻일까.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볼 수 없이 공존하는 그런 것.

달콤한 초콜릿을 먹고 싶었던 것 뿐인데 그것이 사고로 이어져 모든 원인은 자기 때문이라고 믿고 살아가는 소피. 하필이면 생일 때 부모님을 여의어 마음 놓고 축하할 수도 없는, 심지어 자신의 생일을 싫어한다. 그녀는 커머스 애비뉴 작은 상점가에 '쇼콜라 드 소프'라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포춘쿠키는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쿠키 안에 그 날의 운이 담겨있다. 포춘쿠키이기 때문에 행운의 말들로 가득차 있다. 사람들은 좋은 면을 보고, 좋은 일만 일어나기를 바라기 때문에 이런 쿠키도 생겨난 것이 아닐까. 소피는 이것의 허를 찔렀다. 미스포춘쿠키. 행운의 말이 아니라 불행의 말들이 잔뜩 숨어 있다. 예를 들면,
"당신의 일은 지금 무탈해 보입니다. 하지만 조금 기다리세요. 영원히 지속되는 건 없어요! " (49쪽)
와 같은 알쏭달쏭한 종이들이 등장한다. 결론은 좋지 않다는 이야기. 자신이 불행하기 때문에 결코 좋은 말이나 좋은 생각을 뱉어낼 수 밖에 없는 소피. 나 혼자만 불행할 수는 없잖아! 그녀의 기운 쭉쭉 빠지는 불운의 무차별적인 메세지는 계속된다.

"행복이란 게 대체 뭐야? 스스로 행복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역시 그런 간단한 질문에 대답하지 못할 가능성이 썩 높다고 생각해. 그리고 행복이 뭔지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어쩌면 스스로에 대해 좀더 나은 기분을 느끼려고 뭔가를 지어내는 것일 수도 있어." (50쪽) 생일에 부모님을 자신이 돌아가시게 했다고, 그 일이 있은 후부터 소피는 줄곧 불행했다고 생각한다. 삐딱한 시선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염세주의자 그녀. 그녀가 세상을 밝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과연 올까.

그런 기회는 온다. 가렛과 결혼을 약속하며 새로운 삶을 꿈꾸었던 그녀. 하지만 그가 이유없는 이별선언을 한 탓에 더욱 지독한 염세주의자가 되어 버렸다. 가렛은 소피와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소피가 모르는 이유가 있었기에 그리고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기에 그녀에게 변명할 기회를 단 한번만 달라고 사정하지만 전혀 통하지 않는다. 기회를 달라는 그의 끈질김이 계속되자 소피는 내기를 제안한다. <시애틀 타임스> 에 광고내기. 광고인 즉슨, '행복을 찾습니다' 광고를 낸 후 100명에게서 현명한 답변을 얻는 조건이다. 단, 영속하는 행복만 되고, 덧없이 사라지는 것은 안된단다. (-_-;) 사라지지 않는 행복이라는게 과연 존재할까? 소피는 확신한다. 가렛이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단 한번의 변명의 기회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예상외로 광고의 반응이 좋다. 그녀의 사서함으로 미친듯이 영속하는 행복에 관한 메세지들이 폭풍처럼 쏟아진다. 주변사람을 총동원해 분리 작업을 하고 검열을 거쳐야 할 정도의 방대한 양이었다. 그러던 중, 소피의 생일에 벌어진 부모님을 여읜 사고에 관련된 메세지가 도착한다. 그 메세지로 인해 소피는 변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탓이 아님을, 자신에게는 없을 것이라 믿고 살았던 행복이 무엇인지 조금씩 깨닫게 된다.

"가끔씩 태풍이 몰아치지 않으면 맑은 하늘 고마운 줄 어떻게 알겠어요?" (363쪽)
"맞아, 인생에는 맛이 씁쓸한 순간도 많아. 하지만 그건 여기저기서 터져오르는 행복의 순간 때문에 누그러지지.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맛있는 경험이 되는 거야." (366쪽)
소피는 점점 마음의 짐을 덜어간다. 그리고, 세상을 보는 관점을 희망적으로 바꿔가고 있다. 여전히 미스포춘쿠키는 굽고 있지만 달라진 점이라면 쪽지가 두개 들어간다는 것. 하나는 긍정적인 것, 또 하나는 조금 좋지 않은 것. 나쁜 것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소피는 다른 삶을 살아가기 위한 노력으로 보여진다.

나도 소피처럼 어릴적부터 불운한 인생을 겪었기 때문에 소피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제대로 현실을 직시하고, 받아들이고 싶어도 어차피 내 뜻대로 되는 일은 없으니까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살아갔었던 게 사실이다.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불만이 확 하고 줄어든 것은 아니다. 완전히 나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소피처럼 양면 중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많이 쏠릴 수 있도록 해봐야지. 난 소중하니까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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