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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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창 <최고의 사랑> 이라는 드라마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을 때 이 책이 해성같이 등장했습니다. 어쩌면 시기가 잘 맞아 떨어진 건지도 모르겠어요. 알콩달콩 달콤하고 두근두근하는 설레임을 느끼고 싶었던 사람이 많았나봅니다. 하루하루 무뎌져 가는 일상 속에 엔돌핀이 된 드라마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 또한 우리가 꿈꾸는 인생의 제목이었고, 표지도 예쁜 풍선이 들어간 파스텔 톤이라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책을 고른 이유도 표지와 제목이 90%를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책의 내용을 훑어보고 책을 구입하는 독자도 많겠지만, 그보다는 역시 표지를 보고 구입하는 독자가 더 많다는게 제 개인적인 소견입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눈에 띄지 않으면 바쁜 사람들에게 그냥 잊혀질 뿐이죠. 내용이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말이예요. 표지는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애란>이라는 작가를 사실, 이 책으로 처음 접했습니다. 제목과 표지가 마음에 쏙 들었지만, 그게 꼭 선택의 전부는 아니었어요. 처음이면 뭐든지 쉽지 않잖아요. 괜히 낚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괜한 의구심도 들고 말이죠. 표지나 디자인에 신경쓸수록 별로인 경우도 많이 봤거든요. 그래서 이 작가에 대한 사전조사가 필요했습니다. 리뷰들을 보니, 어휴- 기대평이 엄청나더군요. 그런데 또 이외수 작가님처럼 마니아층이 있으십디다. 아.. 기대가 너무 크면 실망도 클텐데, 하지만 저는 모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마니아가 있다면 분명히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판단에서였죠. 이 책은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작가를 이제서야 알게되었다는게 죄송스러울 정도였으니까요. 이렇게 첫만남은 의심으로 가득찼었으나 마무리는 만족으로 바뀐 좋은 케이스의 책이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슬퍼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제가 늘 생각하는 건데, 제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되었을 때 단 한사람이라도 울어줄 사람이 있다면 그 인생은 헛되지 않았다,는 말이 있잖아요. 이 말에 굉장히 공감해요. 그 사람을 굉장히 많이 사랑했다, 더 많이 사랑해주지 못해 아쉽다라는 마음이 담겨있는 것 같아서요.

  이 책에는 세살 때 부터 희귀병인 조로증(早老症)를 앓고 있는 열일곱살 난 <아름이>가 주인공입니다. 130센치의 키에 눈썹도 없고, 속눈썹은 하얗게 세었고, 서서히 시세포가 파괴될 수 밖에 없는 망막을 가지고 있어요. 꼭 80세 노인의 형상을 띄고 있는 아름이가 부모님보다 먼저 늙어가면서 겪게되는 희로애락을 담은 작품입니다.

제목과 표지만 보아서는 달콤한 사랑이야기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볼수록 슬픔이 묻어났습니다. 아무래도 아픈 아이가 주인공이기 때문일거예요. 부모보다 빨리 늙어가는게 어떤 기분일지 또 그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어떨지 착잡하기만 했거든요. 그저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책을 보면서 내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생각이 나는거예요. 이 책은 <타임슬립>의 구도는 아니지만 어린 아이가 어른스러운 것은 똑같다는 점에서요. 아름이는 굉장히 어른스러워요. 오히려 부모님보다 더요. 아프면 그만큼 성숙해질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지만, 아이가 아이답다는 것도 아름이 입장에서보면 굉장한 축복이 아닐까 싶어요. 아름이는 겨우 열일곱. 아이같이 떼쓰고 울면 차라리 부모된 입장에서는 속이 편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름이는 혼자 이겨내는 법을 열일곱해 살아내는 동안 다 배웠어요. 아이답지 않은 아이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오히려 담담하기까지한 아름이의 행동이 아직도 많이 생각이 나네요. 이게 아마 작가의 필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군더더기없이 담담하게 풀어나가면서도 그것이 결코 밋밋하거나 지루하지 않았어요. 그 담담하고 조근조근한 필체가 오히려 이 책을 흥미진진하게 만든 것 같아요. 마치, <병원 24시>나 <궁금한 이야기 Y>같은 느낌도 있었습니다. 실제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이 많고, 부모님의 힘을 덜어주기 위해 매스컴에 도전하는 부분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궁금한 이야기 Y> 에서 얼마전에 방송한 "하늘이" 이야기를 보신 분이 있으신가 모르겠어요. 인기가 꽤 많은 프로그램이라 아마 보신 분이 많을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하늘이를 잠시 소개할께요.
8살이구요. 여아입니다. 하늘이의 병은 우리나라에 단 3명밖에 없다는 '장관상피형성 이상증'으로 소장에 융모가 없어 음식을 흡수할 수 없는 8살 하늘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고통스러운 병이라고 합니다.



굉장히 똘망똘망한 아이였어요. 물론 모습은 아름이와는 다릅니다. 병명이 다르니까요. 하지만 이 방송을 보는 내내 아름이가 많이 생각이 났습니다. 하늘이는 쏟아내면서도 먹는 즐거움을 놓지 않았어요. 쏟아낼 것을 알면서도 꾸역꾸역 먹는 아이가 가여워서 혼났습니다. 마지막 수술을 받는 장면에서 엄마 품에 안겨있던 하늘이가 갑자기 "짬뽕" 이라고 외치더라구요. 그런 하늘이를 보면서 엄마는 "잘 하고 오면 엄마가 짬뽕 열그릇 사줄께" 합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하늘이가 "도~온" 하더라구요. 짬뽕오면 자기가 계산하고 싶어서 그 돈을 달라고 하는 겁니다. 수술 준비한다고 연결해놓은 호스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자그마한 몸이 아플법 한데도 끝나고 오면 짬뽕먹을 생각에 만원을 손에서 놓지 않고 꼬옥 쥐고 있더라구요. 겨우 여덟해를 다 채우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고...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맛있는 음식 마음껏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늘아.. 잘가... T_T ....

병원에는 항상 두근두근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저도 병간호를 한 적이 있어 보호자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좋은 감정이 생길 때만 두근두근 하는게 아니잖아요.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불안감에서도 두근두근하는 감정이 생기죠. 작가님은 “아름이에게 연애의 감정을 선물해 주고 싶었는데 결국 그가 처한 세상의 현실을 다시 알려주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며 소설 쓰며 들었던 고민을 넌지시 밝혔다고 하십니다. 사실, 그 점은 저에게 잘 와닿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정해진 결말이어서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애초에 연애감정이 생길지도 몰랐지만, 아름이에게 그런 감정을 가르쳐주는게 과연 옳은 것인지 저 스스로도 해답을 얻지 못한 상태였었거든요. 아름이의 감정에서 읽기 보다는 부모된 마음에서 안타까움으로 읽었던게 조금 아쉽습니다. 다음번에 다시 이 책을 들었을 때는 온전히 아름이 입장에서 읽어보고 싶어요. 이 책을 통해서 김애란 작가님을 더 알아보고 싶어졌습니다. 다음 소설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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