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발레리 통 쿠옹 지음, 권윤진 옮김 / 비채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주어진 삶에 만족하는가?
자신의 삶에 100%만족을 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다만, 자신의 삶이 주어진 범위안에서 만족하려고 노력하는 삶이 대다수이지 않을까. 뭐, 불평불만만 하는 삶도 있기는 하지만. 운명이라는 건 쉽사리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우리의 능력밖의 일이기에, 그저 수긍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게 맞을 것이다. 물론, <시크릿> 같은 류의 책을 보면, 마음을 다스리기에 따라 인생이 변할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 엄청 대인배이거나 도통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내 마음대로 무언가를 다스린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지 않은가. 우리는 하루에도 수백번씩 주변사람들의 영향권안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며,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이 더 많은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허구의 운명을 꿈꾸지 않는다. 다 잘될거야, 식의 스토리가 아닌 주어진 환경에서 어떤 중요한 사건들로 인해 인생의 새로운 면과 마주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네 명의 주연이 등장한다. 남편에게 버림받고 혼자 씩씩하게 아이를 키우는 마릴루와 가족에게 느끼는 이유없는 소외감을 떨치기 위해 성공할 수 밖에 없었던 알베르. 예쁘고 당당하고 똑똑한 변호인이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하는 프뤼당스와 성실하게 한단계 한단계 밟아나가면서 성공한 교수이지만 사랑이란 이름하에 이용당하는 톰. 가난하기에 불행한 사람, 성공했지만 외로운 사람, 이용당하는 사람, 유색인종이라 차별받는 사람. 어느 하나 만족할만한 삶들은 아닌 것 같아 보인다.

네 명의 이야기가 동시간대에 번갈아가면서 이루어진다. 말 그대로 여러 사람의 삶의 조각을 차례로 맛보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인연의 끈이 향하는 곳은? 작은 우연의 조각들이 모여 거대한 운명의 퍼즐을 완성한다! _ 코스모폴리탕  이 책을 요약하면 딱 이 책의 겉표지에 장식되어 있는 문구 그대로다. 지하철에서 일어난 자살소동을 기점으로 이 사람들의 운명은 지독시리 괴로웠다가 점점 희망적으로 바뀐다. 그들의 운명은 도미노처럼 이어져 있으며 그 퍼즐들이 맞추어 질 때 묘한 희열을 느끼게끔 한다.

"요약을 하자면 샤를리가 없으면 마릴루도 없고, 마릴루가 없으면 폴로도 없는 거고, 폴로가 없으면 톰도 없다는 거군. 아름다운 인연이야." (243쪽) 처음에는 주인공들 이름도 생소하고 (작가 이름도 유머러스 하지 않은가, 발레리 통 쿠옹 ㅎㅎ) 번갈아 나오는 이야기에 집중이 안되는 듯 싶다가도 조금씩 윤곽이 드러나는 퍼즐들에 소용돌이처럼 빠져들더니 그들의 삶을 응원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하찮은 존재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그들이었는데 서로가 없으면 이 지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 된다니, 그들의 인연은 참으로 고귀하다.

"세상도 가끔 딸꾹질을 하는 게 아닐까요?  어떤 식으로 흘러갈 거라고 정해져 있는데, 무언가가 혹은 누군가가 최후의 순간에 계획을 바꾸기로 결심한거죠. "(243-244쪽) 누군가 최후의 순간에 계획을 바꿔준 덕분에 그들이 새로운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고 있다. 계획 바꾸어주어서 고마워요. 꼭 화려하게 살아갈 필요는 없다고, 내가 존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었으니까.

삶이 하찮게 느껴질 때, 내가 아무 것도 아닌 것 처럼 느껴질 때, 이 책을 통해 존재의 이유를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이 세상에 그 어느누구도 하찮은 존재란 없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봤을 때 이 사람 단 한 명 때문에라도 내가 살아갈 이유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만한 삶이 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