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저택의 살인
한 여자가 변호사이자 자질구레한 (?)사건들을 몽땅 다 맞는 한 남자를
찾아온다 . 편지와 일기노트 한 권을 들고 , 일기와 편지 속엔 이 여자의 신원이 될 희미한 단서를 담은 채 . 변호사 카와지는 그렇게
시즈나이 미즈키와 만나고 ,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쿠니히코라는 청년의 도움으로 정상적이라면 그녀가 자라고 생활했을지 모르는 한 무가 저택을
찾아간다 . 왜 이토록 커다란 저택의 소유자들이면서 막 태어난 어린 아이를 보육시설에 유기해야 했는지를 알아내려고 , 초반의 미스테리는
쿠니히코로 인해 제법 흥미진진하게 풀려 가는 듯 하다가 , 막상 집을 찾자 돌연 물러나는 쿠니히코를 두고 변호사 카와지와 의뢰인 미즈키는
빙실이라는 묘한 공간을 품은 옛 저택으로 ... 빙실 살인사건 속으로 , 과거의 진실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 그들이 찾아낸 아카자 가(家)의
내력으로 .
미즈키의 생모가 되는 아자카 레이코와 대면하기 위해 별채의 방으로 안내된
카와지와 쿠니히코 앞에 실로 광대하달 만큼의 다다미가 깔린 방이 들어온다 . 크기가 다소 일반적이지 않은 가로 8장 세로 8장 모두 64 장이
다다닥 깔린 그 공간이 자그만치 (?)별채란다 . 그리고 그 가운데 반장짜리 다다미 밑에 편지에 언급된 문제의 빙실이 있다 . 참 불편한
빙실로의 입구가 아닌가 ㅡ 생각한다 . 마치 이 빙실이 있기 위해 모든 사건이 필요해 보일 지경 .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고 레이코와 고용인
타네로부터 받는 묘한 분위기에 뭔가 있음을 느낀 카와지는 쿠니히코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0년 전의 비밀을 파헤친다 . 덕분에 아자키 가 (家)
사람들까지 분주해진다 .
그때부터 마룻바닥 밑의 빙실이 어떻게 방공호로 뒤바뀌는가 하는
추리극으로 분위기가 급 전환 ... 그런데 찾아온 한 사람 미즈키를 위해 실로 대단한 연출력을 펼치는 사람들 아닌가 ㅡ 뭐, 버린 자식이면서
뒤늦게 참회하고 그토록 번거로운 죽음과 연출을 다 함께 한다는데 , 그 복잡함에 살짝 진력이 나지만 , 그 이유를 알려고 책을 읽은 셈이니 할
말이 없어지고 , 거기다 옛 가계도까지 나오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은닉을 위한 또 다른 은닉 술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등장하는 시크청년 쿠니히코로 인해 빙실 사건의 진상이
떠오르고 , 이해가 되면서 부터는 앞의 복선이 자못 미소를 짓게 한다 .
문제의 다다미 한 장 , 반 그리고 레몬과 석산이 무얼 의미하는지 알게
되기 때문에 ...
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고 했을까 , 동물도 지 새끼가
아닌 종을 넘은 애정을 보이곤 하는데 우린 슬프게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면서도 종종 상상을 초월한 끔찍한 행동을 하는 인간군상을 본다 .
그래서 그런 말이 나오는가 보다 .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는
극단적인 말이 ... 시대를 멀리 에도시대까지 거슬러 갈 필요도 없는 끔찍한 상황이건만 궂이 그 먼 시대와 현대의 아파트 공간까지 끌어들여
미스테리를 완성하는냐 하는 건 그때도 지금도 인간은 여전히 어리석고 , 그 어림석음이 인간을 인간으로 보이게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려는 작가의
의도가 아니었을지 생각한다 .
나는 한 가계의 비밀을 통해서 자신들의 욕망과 광기 그리고 핏줄에 얽매여
스스로 매듭을 묶고 풀고 하는 광경을 보았다 .
아 , 싫어라 . 인간의 애욕은 ... 참으로 지리멸렬하지 않은가 .
그럼에도 늘 이야기의 끝을 보는 까닭엔 잃어버린 인간성을 스스로 회복하려는 의지가 인간에겐 또 있기 때문이겠지 ...
이야긴 사실 무가저택을 찾는데까지가 제일 흥미롭다 . 쿠니히코의 능력을
마구 보여주고 있기에 ...어쩌면 이 작가는 이 시크청년을 두고 다음 스토리 역시 쓰고 있지 않을까 싶어진다 . 그만큼 매력있는 캐릭터가
쿠니히코이다 . 뒷 일은 좀 나 몰라라 하긴 하지만 , 열심히 노력한 카와지가 안쓰러울 정도로 !
이웃님의 선물로 읽게 된 무가저택의 살인 ㅡ 그 속엔 스스로 회복하는
인간들이 있었다 . 재미있는 트릭 소설을 참 간만에 읽었다 . 보슬비 님께 깊고 깊은 감사를 전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