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의 파편
이태산 지음 / 작가와비평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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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의 파편 ㅡ 이태산

중, 고등학교 때 이따금 우르르 수업에 들어오곤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 출석부엔 분명 이름이 있지만 수업에 들어오는 날은 손을 꼽을만큼 출석일은 띠엄띠엄이던 구릿빛 소녀들 . 그 애들 모습은 교실보다 테니스장 에서 더 찾기 쉬웠고 우리는 수업 중에도 팡, 팡, 하고 공이 때려지는 소리로 그애들의 존재를 실감하곤 했었다. 실체보단 멀리 울리는 소리같던 그 친구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하며 살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

내게 전문 체육인이란 그 정도 지식이 전부인데 초, 중, 고를 수업일수보다 훈련에 매진하는 이야길 최근 자주 접한다 . 여기서는 야구라는 종목으로 .
낯선 생태계를 엿본 기분이고 신선함보단 혼란스럽다 . 고교야구 mvp로 외국 스카우터들에 의해 국제 무대 진출이라 ... 국가대표들을 보면 어린 나이에 올림픽등에 참여를 하니 충분히 현실이야길텐데 나는 TV 속 인터뷰를 하는 대형 스포츠 선수들 모습만 생각나고 머릿 속이 그만 하예진다 .

이전에 스파링이란 제목으로 권투를 아주 조금 맛봤는데 , 그 역시 이 책 처럼 생소한 운동세계라 새롭긴 같았는데 , 다른 점은 스파링의 주인공은 자신이 원치 않는 비행의 피해자가 되서 권투와 만난다는 점 이고 이 강태산이란 인물은 아버지의 경제 능력이 받침된 상황에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았다는 점 그리고 두 글 속 주인공들의 생활방식이 차이가 있었다 . 자신이 하는 운동에 매진하는 것은 같은데 그렇지 , 말하자면 모범과 불량이랄까 ? 야구선수 강태산은 사회에 속하기 위해 성실하고 착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로운 입장이라면 권투선수 장태주는 최선을 다해 착함과 성실까지 가져가야만 사회로부터 겨우 인정 받을 수 있는 입장에 있었다 .

그래서 두 책 모두 소년 로망 판타지 장르 같은 면모를 보이지 않나 싶었다 .
무엇보다 야구선수 강태산의 행동들이 너무 파격이어서 , 중학생 때부터 바이크가 제제 대상이 아닌 점에 놀라고 그의 분방한 성적 (性的) 일탈성 등에 놀라고 , 내가 고루한 인간이라 놀란다 . 나는 꼰대의 전형이었다 . 이 책을 읽는 동안 ㅡ 부끄럽게도(응?) ...

그들의 신체 능력이나 인기도 , 천부적 재능 , 극과 극의 환경 , 국제 무대로 향하는 모습들까지 환경만 조금 다를 뿐이지 무협지에 나오는 인물들같아 다소 허황된 내용으로 현실 도피를 돕는 그런 기능을 하는 건 아닐까 하며 읽었는데 , 그런 점은 특히 부각되는 산만한 시점의 변화 때문이었다 . 문장이 쉽게 잘 읽히기는 하지만 중반까지 답답해 하며 읽게 된다는 글 짜임 역시 그랬다 .

내가 모르던 운동 선수 삶이니 놀랍지만, 더 놀라운 건 이미지 관리 시대인 요즘 이렇게 막나가기도 쉽지 않은지라 얼마간 현실과 괴리를 느꼈다는 말을 해야겠다.

허공의 파편 ㅡ 파편이란 제목에 나름의 이해를 말해보자면 주인공 강태산이 거침없이 피워 대는 까만 밤 옥상 흡연이 연상되었다 . 말보로 레드 담배가 타는 동안 허공에 점을 찍듯 피어나고 꺼지는 ... 순간을 그린게 이 제목의 이미지 ... 그러니까 파편의 정체는 어쩌면 담뱃불이랄까 . 그래서인지 책 전체 느낌은 연기처럼 허허롭다고 느낀다 . 어쩌면 치명적으로 , 또 어쩌면 위태하게도 보이는 태산이
한 순간을 음미하는 담배처럼 이 책도 그런 무게로 다가드는게 아닐까 ... 살짝 걱정을 해가며 다음 작품을 기대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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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02-08 18: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책 하루키를 닮았다고 해서 어떨까 싶었는데 별론가 보죠? 제가 야구를 볼 줄 몰라 더 관심이 갔는데. 이런 책 보면 관심이 좀 생길까 싶어서.

2017-02-08 1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