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선배를 만나다 .

신기한 일이다 . 아닌가 .. 언제고 어디서고 만날 인연이라면 다시 보게되겠지 하던 학교선배를 오늘 , 윤의 중학교 교복 치수 재러갔다가 마주쳤다 . 처음엔 몰랐다 . 나만 몰라 본건지 이 이상한 인연에 당혹해 안보인 거였는지 둘이 이 쪽과 저 쪽에 서서 눈이 똥그레진 채 응시만 하고 있던게 수 분은 될터이다 .

윤은 나중에 돌아오면서 엄마 반갑지 않은 선배언니야 ? 하고 묻는다 . 아니 아니야 . 보고 싶던 선배야 . 그랬더니 왜 그렇게 둘이 한참씩이나 뚫어져라 쳐다만 보았느냐고 묻는다 . 의외여서 였고 신기해서 였고 역시 놀랐으니까 그랬을 거라고 답해줬다 .

윤은 Y 선배에 대한 기억도 역시 하지 못했다 . 내가 암으로 수술하려고 입원해 있을때 생일이 겹치던 윤이 저를 내 대신 축하해주고 챙겨준 내겐 선배면서 , 윤에겐 좋은 이모였는데 ... 뭐 선배의 아들 역시나 윤을 기억하지 못하긴 마찬가지였지만 , 둘이 간난쟁이 때부터 그렇게 좋다고 놀았었는데 ... 애들의 기억이란 이렇게나 가볍고 가볍다는 건지 그런 찬이가 세상에 이렇게 컷구나... 늠름하게 잘 컸다 .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쑥스러워하는 윤과 찬이를 새삼 떠올려본다 . 이쁜 것들 ...마냥 이쁜 것들 .

그런 윤과 찬을 옆에 앉혀놓고 , 교복집을 나와 마주선 곳에 위치한 찻집에서 커피를 한잔씩 했다 . 찬이는 어릴 적에도 커피를 그렇게나 좋아하더니 지금도 그렇단다 . 윤은 카라멜 마끼아또를 나는 아메리카노를 찬이는 라떼 아이스 , Y선배는 라떼를 시켜서 각자 마시며 오랫동안 선배는 나를 쳐다보면서 어떻게 , 어쩌면 그럴 수 있냐며 왜 연락처를 말도 없이 바꾼거냐고 , 벌써 몇 년이나 흐른 시간을 얼마나 염려하고 걱정했는지 눈은 다 젖어선 그렁그렁하고 나보다 작은 손은 내 손을 잡고 쓰다듬는다 .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난 그랬다 . 언제고 또 이렇게 만나질 것 같았어 . 그럼 된거지 하니 몹시 서운하고 괴씸하고 그러면서 또 반가운 모양이다 .
저녁엔 집에 잘 들어갔다며 안부를 남기며 찬의 아빠 , 그 역시 한 동네 오빠쯤 되는 이인지라 나를 잘 아는데 내 소식을 전하니 죽지 않고 살아있었냐며 너무했다고 한마디 ... 카톡이 왔다 .

내일부턴 선배가 그동안 하던 일을 좀 쉰다고 하면서 잘되었다고 만나서 , 다시 만나서 이야기하잖다 . 하아...그러자 , 그래 . 하면서
머릿속엔 복잡한 지난 감정이 마구 뒤섞인다 .
내게도 소식끊어지고 연락이 안되면 애면글면으로 당장 달려가 잘 있는지 괜찮은지 살펴보고 싶은 선배가 있다 . 이따금 무소식이 희소식 하는 식으로 연락을 주고 받는데 그정도면 딱 좋다 . 너무 가까워도 서로의 관심과 애정에 벅차하게 되는 때가 있으니까 물맞댐같은 적당한 거리를 둔다 .

소중한 이라서 그렇다 . 그럴 때 관계란 금붕어와 손 같다고 느낀다 .
사람의 온도는 수중 생활자인 물고기에게 치명적인 상처가 된다고 하던가 . 36.5 도의 체온에 화상을 입는 금붕어 , 그 물고기와 사람의 체온 처럼 ... 어떤 관계는 거리가 필요하다 . 그저 끊어지지만 않으면 된다 . 거기 있고 여기에 있다는 것을 서로 알기만 해도 좋은 것이랄까 .
그처럼 이 Y선배에게 나는 그런 사람인걸까 . 아주 끊어지면 안되는 ...
그러나 내일 당장 , 마주하자니 아득해지는 이 마음은 어쩔까 .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 왜 그랬냐고 물으면 뭐라고 하나 . 아, 아직 당도 조차 않은 질문을 나혼자 걱정이라니 뭔가 우습다 .
다 지나갔어 . 그렇지 ? 일말의 아쉬움도 없이 ... 혼자 그렇게 말해보는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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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랑코 2017-02-01 0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편 소설 같아서 숨차게 읽어내려갔어요. ^^

[그장소] 2017-02-01 02:29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 아이가 꼭 같이 가줬음 한다고 해서 나섰다가 .. 지난 밤 꿈자리가 마치 만날 인연을 예감해준듯 그랬어요 . ㅎㅎㅎ

2017-02-01 0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7-02-01 02:33   좋아요 2 | URL
곧 졸업식이 있을 예정 . 아아 ... 중학생 아일 둔 엄마가 되다니 ... ㅎㅎㅎ
어쩌면 , 혼자를 맘먹은 지점을 기억나게 하는 탓인지도 .. 모르겠네요 . 밖에 나가는 외출이 이래서 두려워요 . 아무도 아직은 마주치고 싶지 않은데 , 손바닥 같은 동네라 그런지 필연처럼 지난 시간과 마주치네요 . 좋던 시절 아프던 시절 다 같이 겪어 왔으면서 갑자기 , 불연듯 다 떠나고 싶을때 그렇게 혼자 막 멀어진 못된 사람입니다 . 제가 ..ㅎㅎㅎ
오래 지났어도 할말이 오히려 없으니 더구나 아무것도 한 것없이 지냈다고하면 더 상처받을 텐데 ㅡ 그것도 걱정이고요 . ^^

2017-02-01 0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7-02-01 10:38   좋아요 1 | URL
아 ㅡ ^^ 괜찮아야죠 . 아이가 이제 파란만장 중학교에 들어가 중학생이 되는데 ..그쵸?
염려와 따듯한 말씀 감사합니다. ^^
읽고 싶은 책이 넘 많아서 전 아파도 죽지도 못할거예요 . 푸하핫~

AgalmA 2017-02-01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끊어져도 기억해 드릴께요. 그장소님 :) 영원히 기억에서 소환되도록 해 드리겠음둥ㅎㅎ! 누군가의 기억에서는 아몰랑 안되는 비극ㅋ

[그장소] 2017-02-01 10:45   좋아요 1 | URL
어 ..음 , 기억이 영원히 사는 방법이겠죠? 그렇다면 그것도 피곤할것 같아요 ( 응? 그러니깐 ..더 선조들을 보자면~!) 역사조명도 이리 뒤바뀌는 것을 보니 , 아휴 , 제 생에 살았던게 죄라고 할까봐 덜컥 ! ( 으헛 갑자기 소심모드!)

그치만 , 친애하는 벗님 기억 속에서 얇고 파들파들한 책장 덮고 사는건 괜찮을것도 ...^^

AgalmA 2017-02-01 10:47   좋아요 1 | URL
제가 그림까지 그려 그장소님 후대에도 남겨지게 만들었잖음? 연작 시리즈를 만들어야겠엉! ㅋㅋ 파들파들 종이에서 우린 못 벗어날 팔자? ㅎㅎ

[그장소] 2017-02-01 17:20   좋아요 1 | URL
오옷~ 그렇군요~ 그렇군요~^^ 아..이넘의 인기! ^^ㅋㅋ
연작 시리즈 ㅡ 기대해야징 ..( 막 등떠밀고있는 !) 이러다 더 늙어서 폐지 줍고 사는 우리 되는 건 아닌가 몰라요...크흡 ^ㅂ^

AgalmA 2017-02-01 17:32   좋아요 1 | URL
폐지도 펴서 읽고 있을 위인들ㅋㅋ

[그장소] 2017-02-01 20:33   좋아요 1 | URL
아하핫 ㅡ 진짜진짜 우리는 그러고도 남을 인간들!^^

[그장소] 2017-02-02 03:29   좋아요 1 | URL
아ㅡ프필~바꾸셨당~!!

AgalmA 2017-02-02 08:38   좋아요 1 | URL
^^ 비싼 스크린톤 대거 투입해 완성했던 제 그림ㅎㅎ

[그장소] 2017-02-02 20:33   좋아요 1 | URL
으앗~ Aglama 님의 그림이셨던 거군요! 몰라뵈어 죄송 ~ 확대해보니 ㅡ그림 맞구려~ 오 좋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