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어디쯤 서 있느냐는 물음이다,
차라리...
여자는 그저 담담하게 일상들을 토막토막 썬 무처럼 늘어놓는다 . 이
여자에게 무슨일이 있구나 , 그러지 않고서야 그저 담담한 일상을 이렇듯 단속적으로 내뱉을리 없지 . 그걸 알면서도 대체 그 일이 뭔가를
갈증나는 사람 찬물 들이켜듯이 따라가며 읽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툭툭 ,주책없이 어머 , 어떻게 ...이게 왜 이렇지 하듯 당황했다 . 책을
놓고 이게 뭐야 . 내가 왜 이러지 해가면서 ......
시리 (siri ㅡ 스마트폰 음성인식서비스 프로그램) 가 있었다면 , 글
속의 명지와 대화를 하듯 내 이런 망연한 말에 답을 해주었을까 ? 시리라는 프로그램을 찾아볼까 하다가 정말 있으면 곤란할 것 같아서 찾기를
그만둔다 . 그러니까 속수무책으로 떨어진 눈물은 권도경 선생님 사모님께 ㅡ하고 부름말 뒤에 졸망졸망 따라온 한 문장 때문이었다
.
겁이 많은 지용이가 마지막에 움켜쥔 게 차가운 물이
아니라 권도경 선생님 손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놓여요 . 이런 말씀 드리다니 너무 이기적이지요 ?
( 미치겠다 . 다시 이 부분을 옮기려고 읽으니 또 눈물이 ...)
ㅡ본문 309 쪽에서 ㅡ
훌쩍훌쩍과 쿨럭쿨럭 기침들 사이로 눈물바람을 멈추려고 잇새를 무는 내가
있다 . 그리고 글의 주인공 명지씨가 있고 , 장례식 장면에 시어머니가 어쩌면 그 사람들 쪽에선 어떻게 아무도 안 올수가 있냐고 할때 이 여자의
남편이 뭔가를 위한 희생을 했구나 알았지만 , 또 선생이되서 시리와 시덥잖은 말을 주고 받는 그에게 청소기를 다리사이로 밀어 넣었다는 말들을
읽을때 , 그녀의 남편은 선생이구나 했지만 바로 물의 이야기가 나오는게 아니어서 설마 하면서 읽다가 그게 세월호는 아닌데 다른 곳에서 난
사고인데도 나도 모르게 그걸 연상하고 말았다 . 그 당시엔 울지도 사건을 보지도 제대로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는데 , 이렇게 엉뚱한 데서 전혀
다른 일로 , 이렇게 돌연하게 상실이란 걸 툭툭 알려준다 .
명지씨는 결혼 후 처음 담글 맘을 낸 김치재료들을 앞에 두고 전화한통으로
남편의 소식을 듣는다 . 이제 막 아이를 가지기로하고 남편은 그 날 금연을 시작하기까지 했는데 하면서 , 눈 앞이 흐려지고 눈물이 땀처럼 났다고
했다 .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스코틀랜드에서 사촌언니로부터 한 달여간 이쪽에 와서 지내면 어떻겠냐는 제안에 여행도 뭣도 아닌 투명한 신분의
사람으로 있는 듯 없는듯 주인이 집을 비운 사촌언니의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 투명하게 있긴한데 없는 것처럼 보내는 시간이라니......
나는 명지씨가 극도의 스트레스로 구진과 인설들 사이를 떠도는 이유에
대해 , 편지를 받고 행간으로 사정을 우리게 알려주는 동안 또 그녀가 식탁모서릴 잡고 우는 동안 생각한다 . 상실이란 것이 어떻게 우릴
찾아오는지 ...... 그렇지만 편지를 쓴 지은이 불편한 몸으로 어색하나 정성들였을 그 얘기와 조심스런 안부챙김의 마음에 , 나도 모르게 키운
알 수없는 세상에 대한 원망의 심정을 덕분에 조금 아주 조금 풀어놓게 된다 .
시리는 어디로 가고 싶냐고 묻는다 . 어디로 , 상처받고 상실한 이들에게
그말은 괜찮냐는 김애란 식 음성지원서비스 같았다고 해야겠다 . 덕분에 조금 조금 쌓인 감정이 삭혀졌노라는 감사와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