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제 17회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 카레가
있는 책상 : 김사과 작가 편 ,
여기는 아주 이상한 곳이다 . 아주 이상한 곳에 내가 있다 . 어떻게
여기에 도착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 어제의 버블티
여자를 떠올려봤다 . 그런데 그 일이 정말 어제였나 ? 어제란 그저 꿈이 아닌가 ? 기억에만 남아 증명할 방법조차 없는 그것을 어떻게 믿는가 ? 어제의 사건과 , 내일의 기대가
, 죄다 ...... 그리고 오늘의 나는 아주 희미하다 .
여기는 정말로 이상한 곳이다 . 아주 많은데도 아주 적다 . 사람들로 가득한데 아무도 없다 . 벽 너머에서 사람들이 기침하고 , 웃고 , 그리고 카레 냄새가
...... 아니 카레 냄새는 더 이상 없다 .
ㅡ 본문 229 쪽 중에서 ㅡ
사실 읽으며 울 집 남동생 생각이나서 나는 클클클 웃으며 읽다가 마지막
문장에 가서는 멈칫했다 .
누군가의 머릿속을 아무렇지 않게 들여다 본다면 이와 같을 것이라는 생각
끝에 였는데 , 그럼에도 잔인한 부분에 가선 설마 싶은게 , 누구에게나 이런 부분이 있을거란 생각의 자체가 거기서 되돌려 나와야 할 막다른 골목
같아진 탓이라면 탓일까 ......
마지막 까지 미치지는 말자 . 싶어진 모양이다 . 그나마 인간 다운
이유를 들자면 얻어 맞아도 맞을 뿐 , 무해한 인간으로 남아주길 바라게 되서인지 모르겠다 .
김사과 작가의 글을 대부분 단편으로 만나는데 이번이 그중에 가장 흥미롭게
읽힌 부분였다 . 보통은 덜 닿은 느낌처럼 , 아직 닿지 않았다고나 할까 하는 그 지점에 글이
멈춰있곤 했다 . 누군가 이끌어 준 리뷰 속의 작가는 참 흥미진진한데 내가 읽으면 재미가 덜한게 참 신기한
일이었다 . 그래서 아직 도착이 안된 좀 빠른 소리 ( 이건 금태현 작가의 망고스퀘어에서 우리는 , 에 나오는
해석부분의 인용 쯤 된다 .) 였다면 ,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닿은 지점 쯤 글이 멈칫했다 .
평범하고 많은 것들 중에 잠시 정적 . 잠깐 멈춤의 상태를 잡아내는
카메라 .
(내가 뭐라고 하는지 모르면서 탁탁 치고있는 타자의 이 순간 처럼)
냄새를 가지고 누군가를 증오하고 린치 하는 것도 가능한 익명의 세계에서 전달해오는 모르스 부호같아 뭐라고 ? 잘 안들려 ...라고 타전하게 되는
이 순간 . '알아 . 무슨 얘긴지 ......' 할 수있으면 더없이 좋겠는데 ,
카레가 있는 책상 위에 마지막에 남는 것은 잡히지 않는 상상의 것들처럼
희미한 냄새 . 갈망 . 그것이 치웠음 싶은 것이든 간절히 원하는 것이든 희미하게 잡히지 않는 , 희망이란 덫과 같다는 ㅡ 차라리 미워할 뿐인
기대의 희망을 이렇게 표현도 하는구나 .
카레 냄새를 미워해 보려고 시도하다 포기한채 이렇게 쓴다 . (아하핫
)
간절한 생각 끝에 ( 혼자만의 생각으로 ) 누군가를 찾아가 밑도 끝도
없이 쫓아다니지는 말아 달라는 당부와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