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일이 더는 놀라울 것도 재미있을 것도 없고 그렇다고 행복하지 않냐면
그렇지도 않고 , 젊은 신입사원을 보면 그 팽팽한 긴장에 피로한 느낌마저 드는 중견의 성공한 출판사 사장의 죽은 감정,감각세포가 어떻게 일부
되살아 나는가 하는 얘기려나? 성공한 사람일수록 확신에 넘치고 확신이 넘칠수록 단조로운 세계가 된다고 , 뭐, 글 속에서도 비슷한 표현을 한다
. 아무리 복잡한 일도 틀에 넣어 보면 단순해진다고"
그 단순한 삶을 사는 이에게 무슨일이 생겼기에 심경에 변화가 오는걸까 ?
작가는 유리 가가린을 등장시킨 습작을 집어 넣어 교차시켜 표현했지만 , 한마디로 하면 오랜 지기의 떠남 , 아닐까? 젊을 적부터 자신의 수치스런
부분부터 업적에 이르기까지 전부를 안다면 아는 J국장은 더 늦기 전에 이 회사라는 건물 덩어리가 되기 전에 떠난다 . 그러니까 이 사장처럼
무감각증이 오기 전에 가정이며 회사를 버리고 , 우주로 간 유리 가가린처럼 ......
멀리서 자신을 보고자 떠났기 때문에 . 뭔가를 잃어야 빈 자리에 대한 돌아봄이 생기기
마련인데 오랜 시간을 같이 한 사람이라면 더 그럴거란 뻔한 생각을 해본다 . 그런 뻔한 일을 뻔하지 않게 만드는 이야기가 젊은 날의 회고와 습작
소설의 교차인 셈인데 , 어쩐지 씁쓸하니 웃음도 나고 이해도 가고 그랬다 .
젊은 날엔 또 , 저들의 시절엔 화두가 저랬구나... 실은 모두 곤궁한
시기지만 잘도 시침을 떼고 , 그저 잘도 이상과 이론을 말하던 , 자유나 혁명 , 변절과 배신을 말하면서 다리는 덜덜 떨면서 속으론 '에잇
오늘 술값은 누군가 내겠지 '하고 나 몰라 해도 어떻게든 되던 , 그러면서 저 먼 나라 소비에트의 과거 유리 가가린의 걱정을 하는 치기 .
유리 가가린은 분명 푸른 별을 보고 나라가 없어졌든 상관이 없었을 거다
. 소비에트는 없어지고 소련은 그의 기록들을 쉬쉬 했다지만 , 실제로 갔다온 최초의 1인인 그는 보고 느끼고 온 사람으로의 생생한 체험을
그들이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다고 해서 빼앗을 수도 없는거니까 , 나라가 없어진다고 해도 벅찬 인간으로의 회한의 감정은 있었겠지만 , 그 광활한
우주를 느낀 고독한 과정을 체험한 인류로서 국적따위가 문제였을까 ?
그걸 문제로 한건 그 나라의 입장일 뿐이지 , 개인의 입장이었으리란 법은
없다 . 멀리서 보면 그저 푸른 별일 뿐인 지구가 들여다 보면 지구이고 , 더 자세히 끌여당겨 들여다보면 사람이며 나라며 복잡한 인과들이 보이듯
, 감각들도 멀리하면 멀어지기 마련이고 , 가까이 당기려들면 훌쩍 15년이란 시간도 접은 부채의 면들처럼 펼쳐지는 것이 아니겠냐고 ...우리가
잃었다고 하는 부분들을 생각해보자면...
도무지 기억에 없을 것 같은 시간이 문득 , 갑자기 찾아 올때가 있다 .
원래 있던 거니까 오는 것이다 . 무의식이든 의식이든 찾으려 들지 않아 먼지를 뒤집어 쓴 채로 점점 구석으로 구석으로 그러다가 쓰레기 장으로
그런 식이 되는 거지 . 그러니 찾으려 하면 , 있다 . 단 한번 타고 꺼질 양이라도 ...
아, 다음 책으로 푸른 별을 나는 찾으러 가야겠다 . 읽은 느낌이나
생각의 반의 반도 못 적고 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