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 창비시선 374
안현미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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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별 수 리 센 터

 

p에게

 

    누나 ...... 나 ...... 내일부터 꽃을 준 여자랑 연애할 거예

요   밑바닥에서 사랑까지 생을 바꾸어야만 다다를 수 있는

사랑 묵묵부답인 사랑 마네킹 같은 사랑 ...... 위상공간 같

은 지옥과 싸이버 같은 천국을 하루에도 수십차례 왔다 갔

다 하는 사랑 꽃이 , 꽃이 , p지 않는 사랑 ...... 울거나 술을

마시거나 울면서 술을 마시거나 하여간 취생몽사 몽생취

사의 흐리멍덩한 사랑 ...... 변증법적인 단계를 거쳐 서른

이 되고 싶다는 말 ...... 공산당선언만큼 낡아버린 그 말 누

나 ...... 나 ...... 내일부터 꽃을 준 여자랑 여행할 거예요 다

른 차원으로 사랑할 거예요 색연필로 그려준 누나의 사랑

과 ...... 꽃도 시들면 쉰내가 난다던 말은 분리수거해서 사

용할게요 ......그러니 누나 ...... 봄이나 기다리며 생을 낭비

하자던 약속 같은 건 종량제 쓰레기봉투에나 버려줘요 ......

우리 모두 미래의 누군가에겐 위로가 될지도 모르는 존

재들이란 누나의 말은 이별과 함께 수리해서 쓸게요 누

나 ......누 ......나 ......

 

P.s.

 

   끝내기 위해서는 시작해야만 한다 . 끝날 줄 알면서도 시

작해야만 한다 . 그리하여 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 .

 

 

ㅡ 32 / 33  ㅡ

 

안현미 시집 [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 ] 중에서

 

 


 

 

수리되는 사랑 , 너덜너덜 기운 자국이 군데군데 이불보도 조각보도

요즘은 수리따윈 않는데 ,

 

어느 새벽에 누구십니까 하는 메세지를 받은 적이 있다

그를 아는 사람이냐는 간곡한 질문에

뭘까 , 이 간절함은 ... 싶어져

인물을 찾아가보니 질문자도 질문자가 알고 싶어한 인물도

나는 도무지 모르는 사람들

그렇지만 , 아무 이유 없이 그녀의 글이 토막 난 순대 * 처럼

절절해선  호의도 선의도 아닌 그저 읽었노라는 표시로 남긴

붉은 하트 , 혹은 좋아요 가

그처럼 간절한 부름을 이끌어 낸 거란 사실을 어떻게 말할까

 

온 종일 말을 고르고 골라서 최대한 상처 받지 않도록 답을 건낸다

그러나 이미 나는 한번 상처를 주었다

아는 이가 아니라는 상처 , 모르면서 본 무심함의 상처

 

말들이 돌고 돌아 이젠 오늘 하루 따듯하게 보냈으면 한다는

위로도 인사도 아닌 말들로 끝을 내며

 

그렇구나 , 시인의 시는 수리되는 , 고쳐지는 사랑 아니고

어느날 , 하얗게 밤 세워 쓴 사표가 수리되듯

 

받아들여지는 숙고의 수리구나 ,

어느 날 그녀의 사랑도 , 그 간곡함도 끝내는 수리되기를

 

 

* 애인은 토막난 순대처럼 운다 ㅡ권혁웅 시인님의 제목을 빌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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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6-11-29 18: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느 날 난 색연필로 그장소님을 그린 적 있는데... 이것은 💘?( *-.-*)

[그장소] 2016-11-29 18:57   좋아요 2 | URL
윽~ 심장이 아파~!! ㅋㅋㅋ
그러게요. 시인도 그런 적이 있나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