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별 수 리 센
터
p에게
누나 ...... 나 ...... 내일부터 꽃을 준 여자랑 연애할
거예
요 밑바닥에서 사랑까지 생을 바꾸어야만 다다를 수 있는
사랑 묵묵부답인 사랑 마네킹 같은 사랑 ...... 위상공간 같
은 지옥과 싸이버 같은 천국을 하루에도 수십차례 왔다 갔
다 하는 사랑 꽃이 , 꽃이 , p지 않는 사랑 ...... 울거나
술을
마시거나 울면서 술을 마시거나 하여간 취생몽사 몽생취
사의 흐리멍덩한 사랑 ...... 변증법적인 단계를 거쳐 서른
이 되고 싶다는 말 ...... 공산당선언만큼 낡아버린 그 말 누
나 ...... 나 ...... 내일부터 꽃을 준 여자랑 여행할 거예요
다
른 차원으로 사랑할 거예요 색연필로 그려준 누나의 사랑
과 ...... 꽃도 시들면 쉰내가 난다던 말은 분리수거해서 사
용할게요 ......그러니 누나 ...... 봄이나 기다리며 생을
낭비
하자던 약속 같은 건 종량제 쓰레기봉투에나 버려줘요 ......
우리 모두 미래의 누군가에겐 위로가 될지도 모르는 존
재들이란 누나의 말은 이별과 함께 수리해서 쓸게요 누
나 ......누 ......나 ......
P.s.
끝내기 위해서는 시작해야만 한다 . 끝날 줄 알면서도 시
작해야만 한다 . 그리하여 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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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미 시집 [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 ] 중에서
수리되는 사랑 , 너덜너덜 기운 자국이 군데군데 이불보도 조각보도
요즘은 수리따윈 않는데 ,
어느 새벽에 누구십니까 하는 메세지를 받은 적이 있다
그를 아는 사람이냐는 간곡한 질문에
뭘까 , 이 간절함은 ... 싶어져
인물을 찾아가보니 질문자도 질문자가 알고 싶어한
인물도
나는 도무지 모르는 사람들
그렇지만 , 아무 이유 없이 그녀의 글이 토막 난 순대 * 처럼
절절해선 호의도 선의도 아닌 그저 읽었노라는 표시로 남긴
붉은 하트 , 혹은 좋아요 가
그처럼 간절한 부름을 이끌어 낸 거란 사실을 어떻게
말할까
온 종일 말을 고르고 골라서 최대한 상처 받지 않도록 답을
건낸다
그러나 이미 나는 한번 상처를 주었다
아는 이가 아니라는 상처 , 모르면서 본 무심함의 상처
말들이 돌고 돌아 이젠 오늘 하루 따듯하게 보냈으면
한다는
위로도 인사도 아닌 말들로 끝을 내며
그렇구나 , 시인의 시는 수리되는 , 고쳐지는 사랑
아니고
어느날 , 하얗게 밤 세워 쓴 사표가 수리되듯
받아들여지는 숙고의 수리구나 ,
어느 날 그녀의 사랑도 , 그 간곡함도 끝내는 수리되기를
ㅡ
* 애인은 토막난 순대처럼 운다 ㅡ권혁웅 시인님의 제목을 빌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