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념은 조금 빈 잔이고 모서리가 있다 . 모든 관념은
딱딱 한 모서리를 가진다 . 바람은 불었다 . 언덕은 부드럽게 무너 진다 . 나는 언덕 아래로 내려가 언덕 위를 바라보는
하나의 뚜렷한 관념이었다 . 관념은 두부 같고 관념은 두부를 찍어 먹는 간장 같아서 나는 조랑말을 끌고 산을 넘었다 .
만두가 있을 것이다 . 관념적인 만두 . 봄이다 . 강은 향기롭다 . 봄이 고 강은 향기롭고 홍머리오리는 아직 강을 떠나지 않는다
. 흰죽지도 그렇다 . 물 위엔 거룻배 . 하늘엔 헬리콥터 . 그것은 모두 사라진다 . 관념적인 동그라미와 함께 . 어떤
연인들처 럼 . 비처럼 . 눈물처럼 . 봄은 향기롭다 . 나는 길을 갔다 . 어려 운 네모와 함께 . 아네모네를 물고 . 너를 향하여
. 언제나 그 윽한 너를 향하여 . 너의 잔을 마시러 . 나는 길을 떠난다 . 마 른 것 . 떨어지는 것 . 그것처럼 . 더는 없없다
. 네모는 구름 . 관념은 조금 빈 잔이고 모서리가 있다 . 닳고 있다 .
p . 011
이준규 시집 ㅡ반복
ㅡ중에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어떤 생각은 인식으로 의식으로 고착 되기 전에 말랑
말랑한 순간과 그 순간에 확신으로 가는 사건의 연속으로 조건이 얹혀 지면서 하나의 관념으로 자리잡힌다 . 머릿속에 믿음으로
하나의 공간과 서랍이 되기까지 .. 구비진 뇌의 주름을 삶이라는 시간을 통하고 생이라는 호흡과 촉각을 통해 감각적으로 통째로
기억하는 관념 ㅡ 한번 먹어버린 건 쉽게 토해내기 어렵듯 ..맛본건 잊혀지지 않는 것처럼... 틀이 잡혀버리는 너 ...관념
..이라는 체험의 한 과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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