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이라 한번에 장보기를 했더니 정리가 끝이 없다 . 떨어질 물건은
이상하게 한번에 다 같이 떨어지곤 한다 .
아마 이전의 장보기를 우르르 한번에 했기에 그런 것이리라 생각하지만 ,
우르르 한번에 떨어진 물품들을 채워 넣는 건 여간 부담이 아니다 . 소형 마트 대신 대형 마트를 이용하며 생긴 변화겠지
...
늘 파 한단은 너무 많다 . 번번히 쓸 만큼만 소비하고 서서히 말라
버리거나 썩으면 쓰레기 처리하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소용량도 판매를 해서 그점은 참 좋아졌다 . 지금에야 아이 덕에 자주 음식을 하느라 빨리
소비되고 있지만 , 혼자 생활 하던 때의 낭비를 생각하면 아찔해지곤 한다 .
청양고추도 파도 일단 들어오면 깨끗이 씻어 물기를 말려선 한번에 칼질을
해서 냉동해버린다 .
예전엔 쓰임에 따라 칼질도 다 달랐는데 요즘은 무조건 잘게 썰어 놓곤
한다 .
멋부린 상차림 따위 잊은지 오래라 더 그렇게 된다 . 대충 맛만 잘
잡아내면 된다는 생각 탓이다 .
오전에 책을 읽다 글을 옮기는게 손가락이 아파서 펜잡기가 어렵길래
그만두곤 파를 다듬으며 굵은 눈물을 실컷 흘렸더랬다 . 파를 썰면서 울어본게 언제였나 . 자동장치처럼 칼질을 하며 그런 생각을 했다
.
청양고추를 썰땐 진짜 코가 막힐 정도로 눈물이 났다 . 고추씨가 톡톡
튀어선 발에 밟히곤 했다 .
뻐근했던 눈이 좀 시원해졌다 . 울 필요가 더러 있는가보다 . 감정과
상관없이 눈이 편해지는 이상한 일에 파에게 , 매운 고추에게 고마움을 느꼈더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