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면 순하고 천천한 환기가 , 숨쉬기가 생각나는데 소설의 도구로 산책이 이렇게나 여러 의미와 섬뜩한 시간이 되기도 한다는 걸 손보미란 작가 때문에 알아버렸다 . 미워할까 ? 그냥 ? ! ㅎㅎㅎ
암튼 천천히 걷기만 할 뿐인 산책이 어떻게 변주 될 수 있는지 따라가보면 이렇다 .
잠들어 있는 남편을 아내는 조용하고 나직하게 그렇지만 의지가 분명하게 깨우는 걸로 시작을 한다 .일어나라고 , 일어나 보라고 하면서 . 아내는 그날도 야근이 있어 늦었는데 자정 넘어 집에와서는 먼저 잠든 남편을 깨우며 아버지에게 가봐야겠다고 하는 것이다 . 그건 처음도 아니고 벌써 며칠째 몇 번의 반복을 하고 있는 일여서 놀랍지도 않다 . 꼭 그래야겠냐고 물어도 소용없다는걸 알아서 남편은 두말없이 일어나 운전을 하고 차로 40여분 거리의 장인이 사는 동네에 도착을 한다 . 운전중에 아내는 달리는 차들을 보며 이 늦은 시간에 이 많은 차들이 다 어디서 오지 ...하는데 , 뭐냐 ? 싶었다 . 이 여자 혼자 길을 전세내고 싶은거냐 ? 싶었달까 ...남편이 당연히 집으로 야근하고 돌아가는것 아니겠어 당신처럼 이라고 하자 그럴까 과연? 이라는 아내...의 의미심장한 대답 ... 시작부터 이상한 기류를 난 감지하고 만다 .
아니 사실 자기 아버지 집에 가려는데 굳이 자는 남편을 조용히 불러 끈기있게 깨울때 어쩐지 섬뜩했다니까 ..
보통은 아버지가 걱정되면 흔들어서 , 소릴 크게 내면서 다급해야지 ...이 여자 이상해...암튼 , 매사 조심성이 넘치는
사람일수도 있는 거니까 , 하고 계속 읽어갔지 ...아버지네 집근처에 차를 세우고 아버지 전화기에 전화를 거는 딸 . 아버지가 전화를 안 받으면
받을 때까지 ...
차 안에서 기다리는 딸 . 아버지가 돌아와 집 안에 들어 가는걸 보면 또 그냥 되돌아오는게 그간 몇 번 있던 일였다고 남편이
회상한다 . 그런데 오늘은 아버지가 모퉁이를 돌아오는게 보이자 아내는 차에서 내려 아버지께 다가가고 남편도 마지못해 따라가 옆에 서는데 딸이 '
어디 다녀오냐' 고 , '산책을 하느라' ...낮에 하시라'고 그랬으면 좋겠다'고 몇번씩 말을 했는데 아버지의 시선은 사위에게 건너가고 사위는 시선을 돌려
외면하고 .
딸은 다그치고 더이상 못 참겠다고 이제 사실을 알아야 겠다고 . 대체 뭘하고 계신거냐고 ! 하면서 아버지와 남편을 봐 .
이것봐라
...이 여자 ... 정말 듣고 싶은게 아버지의 얘기 맞아? 시선이 어째...이상하다 했잖아 ?! 아버진 겨우 침착하게 지난 번 늬들이 같이
저녁을 먹던 날' 와인을 딴 얘기며 그 와인에 취해 딸이 소리치고 엎고 깬 술병이며 그날의 분위기를 다시 꺼내고 '기억 안난다고 너는 그럴테지만
자신은 아주 기분이 엉망여서' 바람을 , 맥주를 한잔 더 하고 싶어 편의점에 가려다 동네 한바퀴 돌게 되고 그 산책으로 마음이 진정이 됐는데 그날
이후 '어느 놀이터에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아주 어린 스무살 정도의 어린부부를 엿보게 됐다'며 그들이 한 부잣집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느냐 마느냐로
갈등하다 돌아간다고 , 그걸 자신도 어쩌다보니 계속 지켜보며 기다리고 또 궁금해 하게 되었다는 얘길해준다 . 집으로 돌아오는길 아내가 운전을 하고
남편은 생각에 잠긴다 . 그날 아내가 외친 말에 대해 "그때 당신은 어디 있었지? 내가 집에 없는 동안에? 이 개새끼 ! " 집에 와서 아내는
엎드려 울며 해외출장 따위 안갈거라며 다시는 집을 비우지 않겠다고 말하고 아버지가 한 얘기 속의 부부들이 나눈 대화에 등장했던 시트콤은 스무살
부부가 볼수있던 때의 것이 아니라고 , 하면서 아버지와 자신이 즐겨보던 거였다며 거짓은 지긋지긋 하다고 말한다 .
산책 이야기에서 오붓해야 할 가족의 저녁 식사 자리가 엉망이 된 이야기까지 또 그 이유가 산책하는 결정적 이유가 되는데 사실은 아무 이상 없다 . 우린 다 괜찮을 거고 괜찮다는 확신의 말을 듣고싶은 여자의 그 불안한 심리가 읽혀서 안타깝고 안쓰럽고 그랬는데 , 들어가보면 아버지와 어머니의 결혼 생활에서부터 온 불안 심리이기 때문에 이라는
걸 보게 되기 때문 . 부모가 어찌 싸우며 이혼했는지는 나오지 않지만 얼마나 극단적이었을지는 한 문장으로 정리가 되는걸 보자 . 딸이
결혼하겠다고 사위감을 인사시키러 엄마와 아버지에게 각각 찾아 갔을때 두 사람의 반응은 똑같이 딸이 평생 결혼 안하고 혼자 살까봐 걱정했었다는
걸로 ..그래서 사위감을 데려온것 만으로도 무조건적인 행복을 빌어줬다는걸 보면 두 부부의 싸움이 치열했다는걸 짐작 할 수 있고 ...그건
딸의 잠재적 의부증의 형태로 이렇게 나오는 모양였고 , 남편이 대학강사로 빈 시간에 집에서 쉬고 있을때 아내는 해외로 장시간 출장을 가 있을때
조차 집에 있다는 남편이 ,혼자 그냥 잤다는 남편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 형태로 드러난다는 걸 보면 ...
그 밤의 산책은 매번 먼 곳에 있을
때마다 순식간에 달려가 확인하고 싶었을 여자의 심리가 고스란히 드러나서 무섭기도하고 안타깝기도하고 그런 소설 였다 .
남자의 산책이 어떤지는 몰라도 여자의 산책이란 달려감. 혹은 마음 정리 , 뭐 그런 것 일지도 모르겠다고 순간 생각이 들었다 .
손보미작가가 다시 보인 소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