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광 ㅡ권여선
그녀는 알콜중독자이다 . 신인 작가면서 ...
이부분을 읽을 때 그녀가 느끼는 혼란한 와중들이 글 속 표현처럼
내겐 신기루 같았다 . ˝ 그런 분은 안오시는데요 .˝ ˝그런 분은 올
해 아예 입주신청도 안하셨어요 . ˝
이 무슨 식스센스같은 반전인지 ...
그녀가 알던 위현은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인가 ?
그녀만 따로이 보는 존재는 아닌가 !
돌풍이 이는 숲까지 가서 미친듯 쫓겨 내려온 모습을 나는 영화적
표현들에서 보는 도망치는 어리고 겁에 질린 소녀를 겹쳐서 본다 .
물론 술을 마시는 그녀는 소녀가 아니지만 , 그녀에겐 세상이 알 수
없는 어른들만의 비밀을 품은 세상만 같다고 느낀다 .
그런 시선으로 겁에 질려 어른 흉내를 내며 술병을 들고 머그에 소
주를 채워 마시는 소녀같은 약한 그녀 .
내게 세상은 이보다 써요 ...랄까나 .
그러니 그녀는 계속 사람들을 관찰한다 . 하나도 빼놓지 않고 보아
둘거야 . 하듯이 ...
역광은 자기 세계에 갇힌 알콜중독의 여자가 보는 이 세상이다 .
본래의 모습들이 빛에 쌓여 실루엣도 간신히 보게할 뿐인 ...
ㅡ
어떤 다스림도 거부하는 숲의 돌풍이 시작되었다 .
그녀는 즉시 몸을 돌려 뛰어내려오기 시작했다 . 청신한 물질들
의 공간으로 여겨졌던 숲이 그녀를 위협하고 공격하는 살아 움직
이는 생물처럼 느껴졌다 . 휘휘한 숲은 이상한 소리들로 가득했고
돌풍에 날리는 흙과 티끌과 나뭇잎 때문에 그녀는 눈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 그녀는 두 손을 오목하게 만들어 눈가를 가리고 전속력
으로 달려 내려왔다 . ....
오직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오기만을 기다리다 지치고 절망한 그녀가
거의 미친 사람처럼 헉헉거리며 주변을 돌아보았을 때 멀지 않은 곳
에 신기루처럼 예술인 숙소의 붉은 벽돌 담장이 보였다 . 개가 있는
언덕을 지나지 않았는데 어떻게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는지 불가사
의 했다 . p . 154
ㅡ 역광 본문중에서 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