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에서 만나요.
마주 선 벽과 벽이 만났다 . 이윽고 한 벽이 다른 한 벽에 외쳤다 .
모퉁이에서 만나자 ㅡ 라고 ...이 얘긴 언젠가 드라마에서 본 장면이다.
암울하게 자신의 과거를 버리고 다른이름으로 다른 생을 살던이였을 거다.
달콤한 나의 도시 였지 싶다 . 인용된 저 글은 다른 데서 차용한 것을 안다 .
정확한 건 기억이 애매하다 . 꽤 유명 작가였나 시인였나의 글로 아는데...
장면이 워낙 인상적이어서 달콤시에서의 장면으로 기억이 더 또렷하다.
여기의 누구라도 저 벽들처럼 하나라도 적극적으로 생을 향해 모퉁일 향해
달려라도 가고 끝을 향해 가기라도 해야 뭔가 닿을 텐데 모두 겁이 나서 그러지 못한다 . 아니 가고 있는데 내가 못보는 걸까 ...암울한 회색빛 낡은 벽 자꾸 뜯어내고 다시 칠하고 싶은 그런 벽을 만나버렸다 . 너무도 익숙한 영무의 고독과 혼자를 어떻게도 해주고 싶어서 미치겠고 여진의 방황도 상실도 달래주고 싶고 괜찮다고 등을 쓸어 주고 싶었다 .
소정에겐 함께 소주 한 잔 찌끄리면서 몇 날 며칠이라도 좋으니 남자친구를 나쁜 놈 이라고 맞장구치며 욕을 잊을때까지 같이 실컷하게 해주고 팠다 .
병실에 어머니곁엔 나도 싫었다 . 그 익숙한 병동 . 항암을 할까 해야하나 를 두고 결과를 기다리던 매 순간들이 있어봐서 나는 가지 않을 거였다 . 마지막 인사를 위해서만 한번이면 될듯 하다 .
함께 였어도 다들 혼자인 사람들 뿐였다 .아무도 속을 알지 못하고 각자의 시간 속에서 끝을 향해서만 있는 저들 ...그러니 언제까지 면벽의 시간 ...


열 살때 상장을 받아 기쁘게 뛰어 집에온 영무는 자신을 반긴 것이 아버지의 죽음이란 것에 충격을 받고 자살한 아버지의 약병을 어른이 되어서도 늘 가지고 있다. 한번도 거기서 벗어나 본 적이 없다 . 무엇이 아버지를 집어 삼키면 죽음을 선택하게 되는지 두려워서 아무에게
도 마음을 주지 못하고 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상태로 혼자의 시간이 가장 익숙한 상태로 살아 왔다 . 그틈으로 문득 고집스레 들어온 사람이 아내 여진이다 . 거절해도 오기로 결혼을 한 , 무채색의 자신에게 버거운 형광색 같은 여자. 자신이 그렇게 무채색으로 일관해도 결코 자신을 색을 잃지 않을 것 같았던 여자 . 그래서 한발 양보했었는지 모르겠다 . 그랬는데 그녀가 아이를 유산하고는 몹시 흔들린다 . 저렇게 흐릿해지다 문득 창 밖으로 떨어질까봐 무서워 다가서지 못하고 지켜보는 중이다 . 이런 영무의 세계는 좁다 . 일터란 우편취급소이고 같이 일하는 동료라곤 시간제 아르바이트인데 그녀는 여태껏 일해온 이들과는 좀 달랐다 . 모두들 이곳의 고요와 단조로움을 못 이겨 뛰쳐나갔다면 그녀는 그걸 잘 이겨나가는 영무와 비슷한 자신과 동질의 사람이란 걸 알아보았다 . 그리고 어머니 , 지금 꺼져가는 생명을 겨우 겨우 지탱하며 누워있는 또 영무와 여진의 이혼을 보류시켜주고 있는 어머니 . 어머니가 죽으면 희미하던 이 결혼도 그마나 뭔가 비슷하게 흉내를 내려던 것마저 내려놓는 게 되는걸까 . 좀 더 열심히 갈구하고 붙잡아야 할텐데 움직이지 못하는 그 무기력과 고독의 회색지대를 절감하고 절감하니 안타깝다 . 영무의 입장에서 본 것뿐이다.
좀더 젊은 소정에게 여자인 여진에게 감정이입 할 수도 있었을텐데 들여다보면 그 안에 다 있는데 나를 차지하고 구성하는 성분들이 점점이 박힌 시간들 말이다 . 가장 많이 분포된 게 영무여서 나는 영무의 입장으로 책을 본 것 같다 . 안다 . 무척 미안하고 오려고 애쓰는 사람에게 얼마나 절망감을 주는지 , 그런데 받을 수없고 받으려 애쓰는 입장에서도 매번 절망적이라는 걸 , 알까 모르겠다 .
그래서 고독하다는걸...
그런 상처를 번번이 주고 받을 수가 없으니 차라리 혼자를 택한다는 걸.. 너무 아픈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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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6-08-08 14: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그장소]님이시다~^^
방가, 방가~^^
더운 여름 어떻게 지내세요?
어제 입추였던거 맞아요?
왜 이렇게 더운 건지 모르겠어요~--;
그렇지 않아도 아플 일이 많은 세상인데, 책을 보고 아파하진 말자구요~ㅅ!

[그장소] 2016-08-08 14:38   좋아요 0 | URL
암묵적으로 2주만 더 벼텨보자...하는중일거예요.^^
올 여름 더위는 ~
고통에 이렇게나마 동감할 수 있는게 유일한 책과의 연결이어서 저도 아찔해요. 좀더 세상에 발을 딛고 살아얄텐데 ..하고요! 양철나무꾼 님도 이 남은 뜨거움의 계절을 잘 보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