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시장
김성중 ㅡ문학동네
모르는 사이, 국경을 넘어버리는게 이 책의 주요한 지점인지 모르겠다.
스스로도 모르게 스륵 빠져나가는 기억이란 , 어떤 경계를 넘어서는 일
들이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언젠가 본 일본 애니에서 너구리에 홀린 사람들이 너구리인줄도 모르고 그가 내미는 친절한 나뭇잎에 자신이 가진 뭔가를 내어주곤 하는 것을 봤었다.
물고기의 비늘로 살 수있는 것이 한밤의 백귀야행과 다를것이 뭔지 ,
이 밤에 나는 그 반짝이는 것을 위해 무얼 내주고 사는지 ......
계속 이 책을 읽어나가기가 두려워졌다.
현실의 괴로움과 그 기억들을 내다팔아 야시장에서 사는 것이 텅빈 공허라니, 자신의 기억이 아무리 괴로워도 무의식이 덮고있는 방어기제와 아주 기억조차 잊는 것은 분명 다르다.
불편한 소설이다. 확실히......
나는 책이 쌓일수록 저 현실과는 담을 쌓고 그 곳의 시간과 기억을 잊는다. 책의 즐거움 그 쾌락에 빠져서
이미 나는 빈털터리가 된 게 아닌가 싶어져서,
이 기록을 쓰는 순간에도 이것이 나에게 무엇이 될까 하는 생각을
멈출 수 없다. 그러나 , 그러니까 , 나는 그 밑바닥에 도사리고 있을 뭔가를 봐야겠기에 읽기로 한다.
마지막까지 , 지금 이 기분을 잊지 않기 위해......
주코는 그 밤시장의 비늘에 사로잡혔다.
로나 역시.
무자비한 쾌락은 집단폭행과도 같다 .
너무 단것은 오히려 쓰다.
그 미각을 기억하기로 한다.
`......너를 알아 보지 못 할거야. `
`처음에는 6개월 다음엔 27개월 그다음엔 5년. 떠날 때마다 내 여행은 더 길어져.`
ㅡ젠장 , 책을 읽을 수록 읽어야 할 책은 더 늘곤한다 ㅡ
` 비행기를 타면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했어.`
ㅡ여기까지만 읽자 . 그 다음엔 일상을 위한 일을 하자 하며 , 이것 까지만 여기까지만 했던 책은 얼마나 되나 ㅡ
` 수많은 나라에서 이방인이 되어봤으니 진정한 고향을 발견하면 그곳에 머물러 다시는 떠나지 않겠다고......`
ㅡ로나는 지금 저 먼 바그다드의 카페쯤에 앉아 있는 것 같다 . 이런,
내 얘기가 아닌 책과 영화의 체험이라니, 대체 내 기억은 어디에 머물러 있길래 ㅡ
` ...... 다음 만월에 날 만나러 와줘.`
로나는 기억을 전부 전소시키고 이런 부탁만을 남겼다.
기억을 잃은 로나는 더 이상 ` 내 `가 알던 그 로나가 아니다.
달이 기울자 가게들은 문을 닫는다. 주코만이라도 찾으려 했는데 , 그는 물고기를 직접 잡으러 물로 뛰어 들었고 , 피라냐 같은 물고기 떼의 밥이 된 것 같다.
그는 책에서 무얼 찾으려던 거지? 기억을 잃으면 읽은 책은 소용 없는데 , 수집의 벽만 남아 그를 몽땅 삼켰다.
ㅡ나는 더 늘어났으나 자리는 더 없어지고 있는 나의 책장을 바라본다.
우린 무얼 위해 책을 읽을까? 어느 땐 책을 읽을 수록 마음이 더 가난해 졌다 ㅡ
달의 음모로부터 필사적인 도망 .
ㅡ나는 이제 책을 덮고 육신을 위한 기억을 찾으러 나서야 한다.
로나처럼 두렵지만 여기에 앉아 상점을 차릴 수는 없다. 고작 상상 속
고기같은 녀석의 비늘에 끌려서 그럴 수는 없지 않나...... 그런데 너의 의지는 아직 괜찮니 ? ㅡ
날이 밝자 간 밤의 모든 것이 사라지고 말았다. 흔적도 없이,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이 그 곳에서의 기억뿐이라 공기중에 사라진 인어 공주처럼 `나 `는 물비늘 같은 희미한 것만 남긴 채 공기 중에 사라진다.
로나가 남긴 메세지처럼 , `이 ` 글을 남겨두고......
가장 많은 기억이 두 눈에 남아서 일까? 그 노란가루의 정체는 그러니까 최후의 기억였을지 모른다.
현실로 돌아와도 꿈에서 벗어나지지도 , 그 곳에서의 꿈이 깨어지지도 않고 긴 달그림자처럼 ` 나 `를 따라와서 남은 기억들 마저 소거해 간다.
세상에 주인 없는 작자미상의 글들처럼 떠 돌, 그 밤으로부터의 기억만 겨우 남긴채 .
ㅡ아, 나는 결국 책이 되는 건가? 종이에 쓰인 글짜들로만 흔적이 되고 마는가 보다 ㅡ
그리고 , 소멸 .
마약 중독같은 이 독서의 끝이 `소멸 ` 일 뿐이라니,
하하하 , 나를 비웃어도 좋다 .
그렇지만 이 글을 읽는 당신 , 안심하지 마시라.
국경시장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달이 그저 보이지 않을 뿐 , 대낮에도 거기 있는 것처럼 ......
무언가에 사로잡힌 당신 , 당신이라면 곧 만월의 밤에 나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
나 , 나는 `나`이고, 로나이고 주코이고 또 당신이기도 하다.
달의 농간은 끝나지 않았으니.
국경 시장에서 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