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문
김경욱
ㅡ죽음은 당연하게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다. 스스로의 의지만으로
안된다. 여러명의 의지가 하나의 죽음을 이끌어 낸다.
누군가의 의지와
누군가의 동의와
누군가의 묵인 ,
이 유 소설 ㅡ소각의 여왕˝ 중에서ㅡp.64 ㅡ
내가 생각한 소설은 죽음을 아름답게 미화하여 딸의 절절한 애정 속
에서 아버지를 마침내 보내는 그런 스토리 였었다.
비록 정신은 무너지고 황폐한 몸만 황무지처럼 남았더라도 마지막은
늘 제대로 된 이별이기를 간절하게 바랬건만, 언제나 삶은 배반이고
글 역시나 반전이다. 그토록 간단하게 네 소원을 들어줄 수는 없지..
하듯이 책장을 오래도록 망설이며 열게 된데에는 다 그만한 뭔가가
도사리고 있다는 걸 어쩌면 나는 그저 알았던게 아닐까......
전화가 오고 준비가 된냥 옷과 화장과 그리고 외출을 하는 그녀의 뒷
모습을 따라가던 나는 그녀가 반쯤 남긴 보리차에 시선이 머물고 그녀
의 생각에 멈칫한다. 이건 그녀의 생각일까, 정말 정신 온전치 못한 아
버지가 남긴 버릇일까......독이라니, 그런게 그렇게나 쉽게 가능하기
라도 하단듯이.
어째서 , 가면서도 택시가 아니고 올때만 모든 일을 마친 냥 택시인게
냐 가면서 더 다급해야 함이 마땅하잖은가...
그날의 그녀는 모든게 올 것이 왔다는 식이다.
어떤 예감 가운데 인지... 그러면서도 어쩐지 그를 숨기는 것은 , 아니
내가 그리 느끼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암묵의 동의가 있지 않았
나 싶은 마음이 덜컥 들고 마는 게다.
그녀가 애써 알아보고 고르고 고른 요양병원 였다고 까지는 못하겠다.
그곳에 가니 아버지가 내 보내 달라며 그녀를 인질삼아 칼을 겨누고
발작을 했노라곤, 그 모든 게 하나의 계획 속에 포함인 것이라곤 말하
지 못하겠다. 차마.
그를 만난 일조차 계획이었노라고는...
그렇지만 너무나 너무나도 그럴 듯한 그림이 오히려 위화감을 준다.
하필 그레이스 ˝요양 병원 이라니...
사전적 의미를 나도 모르게 떠올린건 그저 연상에 의한 것이었을 뿐
여자이름으로 쓰이는 경우가 아니고는 grace 는 은총의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
그 뒷면을 차지한다는 에버그린˝ 장례식장은 또 어떤가...
어쩐지 그린 로드 ㅡ를 연상케도 하지 않는가? 뭐 이건 연상이고
상록수의 의미도 있지만 그러려면 지속시키는 뭔가도 있어야한다.
아 , 생각이 너무 지나쳤는지도 모를 일...
아무리 그래도 grace를 찾으면 함께 보이는 쿠드그라스` 도 쉽게
무시는 못하겠다.
coup de grace 이미 악화일로의 것이나 허약해진 것의 끝내는
결정적 한 방. (종지부를 찍는 것)
또는 죽어가는 사람, 동물의 고통을 끝내 주기 위한 최후의 일격
(한 방)으로도 쓰이는 저 단어와 함께.
그녀의 신경과민이라기엔 너무 치밀하게 짜둔 설정들 ......
아버지의 웃음 ㅡ마치 천국의문이라도 본 냥 ㅡ그 얼굴에 경악한
그녀가 허겁지겁 찾아 나선 건 어디있을지 알만한 그...역시나 장례
식장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며 그녀가 다급하게 경찰에 전
화를 한 건 ㅡ이제 끝내기 위한 걸까.
그녀가 회상하던 그 시는 그녀까지 끝내야 모든게 끝나는가......
그럼 이 모든 건 아버지의 계산이란 건가?
그녀의 시 와 그간의 회상은 보상 ㅡ 이렇게 끝내겠다는 종언의 이유
아녔을지...그래서 이 소설은 또 스릴러가 된다.
웃음은 사람에게만 있다며 돼지가 죽으면 고사상에서 비싼 값을 받기
위해 침으로 웃는 상을 만든 다던 남자의 말을 떠올린건 괜한 것이 아
니었을 터...그리고 그 발신번호제한 표시의 전화 는 분명 그였고 그는
`아버님은 오늘밤을 넘기지 못하십니다` 단언하지 않았나...
천국의 문˝ 따위는 애초에 없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