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과의 작별
조해진
그럴 수 없이, 서사가 완벽한 이야기에 끼어들 틈이 없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일 .
다만, 희망이라면 이야기가 끝난 지점을 바랄 수 있을 거였다.
사물과의 작별이 내게 그랬다.
어찌 읽어도 오직 예쁘고 슬프고 처연한 저 시대 너머로 내가 개입할
수는 없겠다고......
그래서 할 수 있는건 그들이 무연하게 놓여진 유실물 같은 존재가 되고
그들이 추억하는 어떤 공간만이 오롯하게 남아 있을 때.
마지막을 돌아보는 그 공간이 되어 볼 수는 있을 터라고 , 막연한 상상을
하면서 ......
지금까지 읽은 어떤 단편보단 맛깔나고 좋았다.
따지면 어디하나 헛점 없는 곳 , 그러니까 상상적 개입이 가능한 곳이
있지 않을까만 그러지 않기로 한다.
이 소설은 이대로 서군과 고모의 스토리로 지켜지는것이 합당하다.
그러지 않음 , 나는 몹쓸 사람이 되고 말 것 같으니...
고운 봄 진달래 같은 소설 한편 이었다.
단편인데도 장편같은 여운을 느끼게 하는...
오랜만에 가져보는 충실한 감정.
글을 읽는 다는 것은 이런 거지...하는 ,
비밀과 거짓말처럼 간직한 두사람의 진심은 저 수화기 뒤의
울림에 맡겨두고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