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볼 수 있다.
바람의 지문
먼저 와 서성이던 바람이 책장을
넘긴다
그사이
늦게 도착한 바람이 때를 놓치고, 책은
덮인다
다시 읽혀지는 순간까지
덮인 책장의 일이란
바람의 지문 사이로 피어오르는 종이 냄새를 맡는
것
혹은 다음 장의
문장들을 희미하게 읽는
것
언젠가 당신에게 빌려줬던 책을 들춰보다
보이지 않는 지문 위에
가만히, 뺨을 대본 적이 있었다
어쩌면 당신의 지문은
바람이 수놓은 투명의 꽃무늬가 아닐까
생각했다
때로 어떤 지문은 기억의 나이테
그 사이사이에 숨어든 바람의 뜻을 나는 알지
못하겠다
어느 날 책장을 넘기던 당신의 손길과
허공에 이는 바람의 습기가 만나 새겨졌을
지문
그때의 바람은 어디에 있나
생의 무늬를 남기지 않은 채
이제는 없는, 당신이라는 바람의 행방을
묻는다
지문에 새겨진
그 바람의 뜻을 읽어낼 수 있을 때
그때가 멀리 있을까,
멀리 와 있을까
이은규 詩
어떤 이가 부른 노래가 맴맴 도는데 ...
아니면 이제는 나의 사람이 아닌 옛 사람의 기억을 말함인가.
애틋한 마음, 알고 싶고 읽어 내고 싶은 마음이 차있다.
그러니 없으나 옛사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추억은 그 모든 이름이 된다.
당신이라 명해야 멀리 멀리 전할 수있다.
전해지지 않아도 자족에 그칠 뿐일 것이라도...
혼자 묻고, 혼자 답한다.
당신도, 가끔 내가 그리운가.
2015. 제헌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