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제 3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대상 수상작 : 김영하

옥수수와 나
중에..우수상 수상작 김 숨의 「 국 수 」

물이 끓지..면을 넣을까?
하얗게 면을 치대느라 가루가 걷어올린 소매에..

양념장이..아..냉장고를 뒤적거리는 그네의 등짝으로

서쪽으로 기우는 저녁 햇 살이..비스듬..꽂히리.

따스하게 어르만져 주어.

나는 앉아 있지 못하고..
나중에 식구들 오면 먹고..나가서..먹자.
다른거 사줄께..
손을 잡아 끌것이다.

이토록 생생하게..
다른 세계의 부엌을 끌어들이는 일.

비둘기 이모 생각이 나서..엄마보다..더..
나를 먹여 살리려..살리려..애를 쓴..그네.의 주름이
그리워..지는..

기억에서 이 만하면 되었다고.. 그만 아파도 된다고
그랬는데...왜,
나는 아닌가
어쩌자고..이제와서..

뱃 속에서 열 달 ..아이가 나를 파먹듯 크고있건만
그의 마음은 이제 나를 보지 않네.

맛있는 음식을 보면 내 생각이 난 다며
이것 저것 자꾸 권하던 선배와 친구의 손짓에
그 맛난 음식들을 앞에 두고 나는
왜 당신이 여기 없나..왜나는..
맛있는 음식을 보면 당신을 생각하나..
눈물이 그렁그렁...
차마 울지 못하고
입맛이 입덧이..심하다는 핑게로..음식들을 물리곤 했었지.

사랑..만 가지고 어찌 사냐고..
나에게 그랬어.
잔인한 사람.
그러며..견뎌보자고 했지.
지나갈 거라고...아이가 크는 걸 보며..

세월이..이겨줄거라고 아..아. 뭘 믿었나.

두번째 당신에게 또 사랑이 왔을때..
나를 붙 잡고 한 번만 ..보고 올게..
하던..그 얼굴이..그 사무침이..
아..내 마음이..이리 찟어지는데..가엾어 졌어.
당신의 그 사랑도...

나를 너무 일찍 만난 것이...운명의 장난이려니..
당신을 늦게 만났더라면..당신의 그 사랑을 내가 받았었을지...더는..
긴 긴 밤...골목길에 귀를 두지 않으리.
오지않을까...두렵던 밤도...접으리..

당신을 불륜의 이름으로 지져분하게 둘 수없어.
가..요.
이게..내..최선.

분분히 지는 붉은 줄장미가..내 심장 같았어.



기원전 2천 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헤아리기조차 막막한 그 긴 시간이 저 한 대접의 국수에 담겨 있는 것만
같아요..
.
.
국수를 다 끓였구나.p262

기다리다 보면요?

그 누군가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는 걸 내가 너무
일찌감치 알아버려서 일까요. p243

김 숨 ㅡㅡㅡㅡ[ 국 수 ]ㅡㅡㅡㅡㅡㅡㅡ중에서ㅡ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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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1-22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어제 이웃님들과 뜨겁게 나누던 이야기의 그 국수로군요^~^

[그장소] 2015-01-22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있게 받은 한 상차림이 있으시면 .이제
저런 기억따위...하고 따숩게 지워주세요.

키슈마리 2015-01-22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표현이 이뻐요
이 책 군대에서 보급서적으로 나왔었는데 읽어볼것 그랬네요

[그장소] 2015-01-22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시길..추운 날..아무 포장마차에서
말아주는 국수의 정취도 좋지만..김 숨이 끓여낸..그 국 수도 좋아요.
느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