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빛살 문학과지성 시인선 374
조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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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조은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는 기억 때문에

슬퍼질 것이다

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햇살을 어떻게 받는지

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

외면한 채 한곳을 바라보며

고작 버스나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

때론 화를 내며 때론 화도 내지 못하며

무엇인가를 한없이 기다렸던 기억 때문에

목이 멜 것이다

내가 정말 기다린 것들은

너무 늦게 오거나 아예 오지 않아

그 존재마저 잊히는 날들이 많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기다리던 것이 왔을 때는

상한 마음을 곱씹느라

몇 번이나 그냥 보내면서

삶이 웅덩이 물처럼 말라버렸다는

기억 때문에 언젠가는

 

(본문 88 , 89 쪽 )

 

조은 시집 ㅡ 생의 빛살 중 [ 언젠가는 ]

 


 

 

어느 날 모르는 그녀가

시로 불쑥 ,

팔짱을 껴와서 화들짝 놀랐다

나는 자꾸 ,

글자사이 우리 사이 거리를 잰다

어느 날 시시때때로 무례했던 내가

지난 날에 팔짱을 훅 껴들고

나는 돌아보며 나를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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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4-30 23: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를 잘 읽는 편은 아닌데, 이 시 좋은 것 같아요.
잘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그장소님, 4월에 좋은 일들 많으셨나요.
이제 1시간 남았네요.
내일부터 5월입니다. 4월보다 더 좋은 시간, 즐거운 순간이 더 많이 찾아오는 시간 되셨으면 좋겠어요.
편안한 밤 되세요.^^

2018-05-10 1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8-05-28 23:3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자목련님 !!^^
이제 5월드 막바지 입니다. 마음은 바쁜데... 참 일 손에 안잡혀 큰일이네요 .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