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을 맴도는 이유 문학과지성 시인선 183
조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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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_이곳에


• 나 이곳에 •

          뿌리로 내리는 눈처럼 인골을 차며 가는 사막
의 낙타처럼 나 살고 싶어 흔들거리는 바위 같은  덧
나는 상처 같은 순간도 살고 싶어 늪처럼 젖어  깊은
상처들이 안개로 일어서는 거라도 보며 버둥대며 탈
진하며 나 이곳에 살고 싶어 내 눈 속으로  자맥질하
는 저 마른 하늘을 좀 봐   꽃들은 눈이 풀린 채  신음
하고 나와 눈이 닿은 것들은 몸이 무거워   육탈하는
삶처럼

           나 살고 싶어 


시 본문 13 쪽 / 나 이곳에 /


어두운 현관에 점점이 떨어진 벚꽃잎을 쓸다가 내다본 밖은 연두빛으로 눈부셨다 . 
그 연두와 내가 무슨 상관이겠냐만 잠깐 기분이 반짝반짝 그랬다 . 

물오른 나무들도 이랬을까 . 

제 잎 반짝거릴 줄 모르고빨아 올린 축축한 물이 , 제 몸 반짝반짝거리게 할 줄을 알고
저 혼자 몰래 힘찼을까 .

나무들이 가만가만 살아있다고 하늘거렸던 오늘 . 

손바닥만한 쓰레받기에 점점이 꽃잎들 뒹굴다 . 날린다 .
더 떨어질 곳도 없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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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8-04-22 04: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 속의 이곳이 어디를 말하는걸까요?
이분 에세이도 좋아해요.

[그장소] 2018-04-22 05:04   좋아요 0 | URL
삭막하고 팍팍하고 거칠거칠한 곳이어도 현( 생)실에 몸을 두고 싶다 ㅡ 라고 읽었어요 .
조은 시인 에세이 집 아시는거 추천좀 해주세요 . 저는 좋은 에세이 잘 못고르거든요 .

hnine 2018-04-22 05:24   좋아요 1 | URL
<벼랑에서 살다>요.
이분이 사시는 집도 소개된 걸 본 적 있는데 혼자 사는 집을 아주 소박하고 예쁘게 꾸미고 사시더라고요. 지인들이 이분 집에 오면 그렇게 낮잠을 자고 가시는 분들이 많대요. 자기 집 보다 더 편안하다면서요.

[그장소] 2018-04-22 08:19   좋아요 0 | URL
아...제목은 봤어요 . 이 시인의 시중에 지금은 비가 ㅡ 라고 있는데 그 시가 벼랑에서 만나자 ... 그러잖아요 . 벼랑과 경계의 시인이란 해설도 따뜻한 흙이란 시집에 나와요 . ^^ 다음에 벼랑에 살다를 꼭 만나볼게요~ 추천 감사해요~^^

2018-04-22 0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8-04-22 08:21   좋아요 1 | URL
우핫~ 저는 0과 1의 이해가 더 어려운 1인인데 ... ㅎㅎㅎ 유레카 님도 사진 하시면서 ... ㅋㅋㅋ 좌절은 꾀병이십니다~^^ 잘 계시죠~ ( 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