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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인문학 - 그 골목이 품고 있는 삶의 온도
임형남.노은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8년 10월
평점 :
골목이라는 정겨운 소재로 이야기하는 글을 만났다. 부산에서 살던 어린 시절 우리집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2번째 집이었다. 그 곳에서 골목을
뛰어다녔던 기억이 있는 나이기에 이 책에 더 눈길이 갔었는지도 모른다.
골목인문학
인물과 사상사
골목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담겨져 있는 책으로 직접 경험한 것들을 소재를 다루고
있다. 어린시절부터 현재의 자신에 이르기까지 그가 생각하는 골목은 삶의 온도인 모양이다. 골목도 나름 담고 있는 온도가 다르기에 모두 3부로
나누어져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속에는 우리나라의 골목이외에, 중국, 일본, 터기, 체코의 골목들도 등장한다. 사실 인문학이라 조금 어려운
책일까 하는 생각을 가졌으나 첫 이야기를 만나고 그런 생각은 숨어버렸다. 나는 서울 태생이 아니라 20살 이후 살고 있는 곳들만을 알고 있고,
특히나 골목은 몇 군데 알고 있지도 못했다. 그래서 이 책을 더 흥미롭게 본 듯하다. 서울의 곳곳을 알게 하고 특히나 그 골목의 역사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변천과정, 그 속에 담긴 작가의 시선이 참으로 따사롭다. 건축을 전공해서 그런지 더욱 그런 부분에 있어서 따뜻함을 담고 있다.
게다가 이야기 곳곳에 등장하는 그림들이 추억을 되새기는 부분들이 있다. 특히 부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는, 내가 살았던 곳이기도 해서 그런지
더욱 유심히 보면서 기억을 되새기니 눈앞에 그려지는 듯한 선명함도 있다. 요즘은 골목이 거의 사라지고 있기도 하지만, 남은 골목조차 상업적으로
변하다보니 사실 정겨움은 거의 사라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 이 책을 보면서 그 정겨움을 기억해보려는 노력을 하니 유년시절 추억들도 하나
둘 되살아나고 책읽는 즐거움을 더했다.
특히나 중국의 경우 마을 속에 물길이 있고, 그 물길을 둘러싼 마을이
존재한다는 곳이 너무나 궁금하다. 과연 상상하고 있는 모습과 동일할지, 그곳이 지니고 있는 맨얼굴은 어떤지 알고 싶어진다. 잘 보존된 곳은 그
곳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어느 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인지 알고 싶어진다.
일본 교토 이치조지 골목을 이야기하면서 나온 그림인데, 이 곳은 애니메이션<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연상하게끔 한다. 이 곳은 라면거리로 유명한 곳이라고 하니 다음에 일본을 가게 되면 꼭 한 번 들러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굉장히 한국적으로 보이는 아산 외암마을 고샅길이다. 정겨운 초가지붕이 그대로 있는 걸 보니 오랜 세월을 잘 견뎌낸 곳인가
보다. 산업화의 격변을 겪으며 변한 도시들 속에서 이렇게 우리의 전통을 지키고 있는 곳을 가끔 찾게 되는데 그 이유는 편한함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우리는 좀 더 편하게 살기 위해 이리저리 변화를 겪게 되는데 그러다
보며 주변과 전혀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가끔 도심을 벗어나 자연을 찾게 되는 것인가보다. 각박한 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조금은
여유롭게 자신을 다듬는 시간을 가지기 위한 것이 아닐까 한다. 흔히 말하는 힐링이 이런 것이 아닐까. <골목 인문학>을 읽으면서 옛
정취를 만끽하고 유년의 추억을 되새기며 골목의 온도에 대한 생각을 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골목은 개인의 역사이자 도시의 기억이다"라는 말이
참으로 공감이 된다. 또 골목의 변화(역사)에 대한 작가의 시선에서 골목에 대한 애정과 더불어 사회변화에 대한 통찰력이 돋보여 골목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만들어준 책이다.
"도시를 아름답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재료는 시간이다. 시간은 모든 것을 덮고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그 아름다움은 시간이라는 포장이 덮이며 다양한 연상과 감흥을 불러온다. 사람이나 도시는 시간이 담기고 기억이 담겨 품위와 개성이
살아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