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마음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김도연 옮김 / 1984Books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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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렇게 또 크리스티앙 보뱅의 책이 한 권 더 늘어납니다. 어쩜 이렇게 책 컬러를 이쁘게 잘 뽑아내는지 정말 칭찬 백만개!!!!!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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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 가정 폭력에서 정치적 테러까지
주디스 허먼 지음, 최현정 옮김 / 사람의집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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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을 경험한 사람의 심리적 고통은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하는 동시에 그 존재를 외면하게 만든다. p.10

나는 파충류를 무서워한다.

보기만 해도 끔찍함에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면서 벌벌 떨고, 동물원을 가서 뱀 사육장만 지나쳐도 온몸에 소름이 돋아 빨리 가자고 재촉할 정도로 말이다. 왜 그런고 생각하며 어린 시절을 돌아보니 그 이유가 바로 내가 가진 트라우마였다. 어릴 적 외갓집에서 오빠를 따라 냇가에 놀러 가려고 좁은 논길을 지나는데 아주 조그마한 청개구리가 길 한가운데에 딱 버티고 앉아 비켜주질 않는 거다. '눈 딱 감고 점프하면 저 개구리를 지나가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며 두발 점프를 했는데 슬리퍼를 신은 내 발밑에서 뭔가 물컹~찌익 하는 느낌에 온몸이 떨리며 울면서 오빠~~ 하고 부르던 기억이 난다. 기껏 7~8살 기억일 텐데 지금도 어제 일처럼 아주 세세한 느낌과 감정 그리고 상황들이 선명하다.

트라우마의 사전적 의미는 정신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 격렬한 감정적 충격을 뜻한다. 어린 나이에 개구리로 인해 감정적 충격을 경험한 나는 잊고 지내다가도 개구리와 비슷한 파충류 종류만 봐도 그때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남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일 수도 있지만 당사자는 절대 잊지 못할 그런 기억이 말이다. 그때 이후로 파충류 종류는 내게 너무 큰 트라우마였고 40이 넘은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는다. 이런 사소한 사건도 트라우마로 평생 동안 기억되는데 성적 학대, 아동 학대, 전쟁의 공포, 폭력에 노출된 경험, 가정폭력 등 잔인한 사건들을 경험한 사람들은 평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며 어떻게 견디면서 살아가는 것일까? 무섭고 잔혹한 일들을 경험한 사람들은 대부분 그 일을 잊으려고 노력하지만 뇌리에 박혀 쉽게 잊히지 않는 기억들은 평생 한 사람을 흔들어 놓기 마련이다.

히스테리가 여성의 자궁에서 유래하는 것이라 믿었다는 옛사람들과, 성적인 장난감으로 자신의 딸을 친구들에게 제공한 도라의 아버지, 위대한 연구자이지만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만 탐구했던 프로이트를 비롯한 남성들이 여성의 심리적 고통과 트라우마에 대해서 쉽게 판단하고 무시하려 했던 과거의 이야기들이 무척 생경하게 느껴졌다. 여성들이 호소하던 성 학대적인 부분들을 학대가 아닌 음탕한 여인들이 바라고 원하다 일어난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그녀들의 내면의 깊은 곳에 그런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가 표출된 거라고 말하던 프로이트도 그 시대의 고착된 인식들을 그대로 연구에 반영한 게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전쟁 후 생존자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개념이 확립된 게 겨우 1980년대니 인정하고 받아들인 상처의 역사가 그리 길지는 않았던 만큼 아직도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일까?

심리적 외상은 무력한 이들의 고통이다. p.70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증상은 과각성과 침투, 억제라는 세 가지의 범주로 구분된다고 하는데 기본적인 인간관계마저 단절시키고 마는 트라우마는 역시 공포스럽고 힘든 장애라 생각된다. 최근 많은 이슈가 되었던 가스라이팅 사건들도 지속적인 속박에 의한 트라우마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심리적으로 지배를 받다가 상대방에게 굴복해버리고 상황들을 회피하려고 하는 피해자들은 결국 점점 고립될 테니까 말이다.



[정서가 결여된 회상이 가져오는 효과는 아무것도 없다] p.349

최근에 읽은 볼테르의 소설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의 주인공은 평생을 무척 잔인한 일들을 경험하며 살아간다.

그 책 속의 등장인물들은 살아가며 자신이 겪은 일들을 과연 지워낼 수 있을까? 아니면 지웠다 생각하고 깊은 곳에 묻어두며 그러려니 하고 살아가다 다시 떠오르게 되면 그 고통은 어떻게 감당하는 것일까? 궁금해하던 중에 이 책 트라우마를 만나게 되었고, 트라우마에 대한 궁금한 것들, 다양한 상황 속에서 트라우마를 어떻게 이겨내는지, 과연 치료가 가능한 것인지에 대하여 알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며 책을 펼쳤다가 그 속에 소개된 충격적이고 잔인한 많은 임상사례들에 몸서리치며 읽었다.

표지에도 쓰여있듯이 가정폭력에서 정치적 테러까지 다양한 상황에서의 폭력과, 그 폭력 앞에서 무력해지는 인간의 나약함과 고통들에 대하여 알려주는 책이었다. 폭력을 당하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하는 사람들은 그 상황에서 쉽게 벗어나질 못하는데, 학대를 당한 아이들이나 여러 형태의 폭력을 경험한 피해자들은 자율성을 잃어버리고 평생 그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치료도 힘들거니와 오랜 시간을 들여야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 트라우마에 대해서 이 책을 통해 더욱 자세히 알아볼 수 있었다. 과거의 공포와 기억들을 직면하여 바라보고 이겨내서 살아남는 생존자들이나, 트라우마를 이해하고 더욱 심도 있게 바라보길 원하는 이들 모두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니 필히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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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열린책들 세계문학 54
볼테르 지음, 이봉지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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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말고 일어나~ 피리를 불어라~]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아아 아~울고 싶지만 울지 않을래 울지 않을래 힘차게 살아야 해]

[상냥하고 귀여운 빨강 머리 앤 괴롭고 슬프지만 굳세게 자라]

어릴 적에 만화영화를 보며, 주제가를 따라 부르면서도 항상 궁금했었다.

내가 좋아하던 개구리 왕눈이, 들장미 소녀 캔디, 소공녀 세라, 빨강 머리 앤 등 모든 만화영화의 주제가 가사들이 울면 안 되고, 웃어야만 하고, 실패 따위 두려워하지 않으며,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만 한다고 한목소리로 노래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엔 그게 당연한 줄 알았고 나도 씩씩하게 살아야지 생각하며 가슴속에 조그마한 다짐들을 새겨 넣었었는데, 성인이 된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왜 울면, 좌절하면 안 되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힘들고 좌절할 만한 상황에서도 울지 않고 꿋꿋하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그들이 신기했고, 힘든 문제들에 닥친다면 다 포기하고 도망갈 것 같은데 만화 속 주인공들은 절대 쓰러지지 않는 게 대단해 보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세상모르는 바보 같아서 답답해하던 기억이 난다.

낙천적인 것과 낙관적인 것은 유의어로 쓰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결이 다르다.

주관적인 내 생각을 바탕으로 표현하자면 낙천적이라는 것은 타고난 성향을, 낙관적이라는 것은 살면서 배우고 경험하며 생겨난 세상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선을 의미하는 듯하다.

이 책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속 주인공 캉디드는 낙천적인 성격에 낙관주의를 배워 자신의 삶에 입힌 사람 같았다. 책을 읽으며 어쩜 한 사람에게 이런 몹쓸 일이 많이 일어날 수 있을까, 게다가 어떻게 금세 그런 일들을 잊고 지금이 최선의 삶이라고 생각할 수가 있을까 어이도 없었고 이 정도면 바보 천치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마 무시한 사건들에 막 화를 내다가 풍자소설임을 다시 한번 되뇌며 마음을 가라앉히곤 했는데, 잔인한 일들이 벌어짐에도 순박함의 대명사 캉디드는 그런 일들도 최선일 것이라 생각하며 받아들인다.

사랑하는 퀴네공드와의 입맞춤 한 번에 낙원이라 생각했던 곳에서 쫓겨나고, 불가리아 군대에 납치당해 글로 옮기기 힘들 정도의 괴로운 일들을 당하고, 그렇게 믿고 따르던 팡글로스도 어이없게 교수형에 처한 데다, 어럽게 다시 만난 퀴네공드와의 결혼도 맘대로 되지 않고, 전 세계를 떠돌았으며, 퀴네공드 오빠의 방해를 헤쳐나가면서 결국 결혼에 성공하지만 그 결혼생활마저 행복하지가 않다. 이 정도면 신이 캉디드를 버린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힘든 생을 살아가던 그도 결국 낙관주의를 조금씩 버리게 된다.

리스본 대지진이나 종교재판과 같은 실제 사건들을 기반으로 쓰여서인지 시궁창같이 더럽고 잔인한 사건들이 현실에서도 일어났던 일이라 생각하니 너무 무서웠다. 그리고 한 나라의 공주였던 노파의 불행과, 배를 갈리고도 살아나 지난한 삶을 이어갔던 퀴네공드의 이야기를 보며 여성들의 삶이 힘든 것은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고, 물건처럼 대하고, 사회적 위치라고 할 것도 없이 여성들을 하찮게 여겼던 그 시대가 소름 끼쳤다.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나는 등장인물들과 철학적인 고민을 계속하는 주인공, 그리고 그들의 주변인들을 통해 다양한 상황과, 생각의 변화, 철학적 견해들을 이야기하는 볼테르가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무엇이 맞고 틀린 지 단정 지을 수는 없으나 낙관주의를 일관하며 지금이 최선의 상태라고 믿었기에 그 험난한 일들도 버틸 수 있었을 거란 생각도 틀리다 할 수 없고, 조금 더 비판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틀리다 할 수 없겠다.

볼테르는 무척 가볍고 익살스럽게 이야기를 이어나가지만 그 내용은 한없이 무겁고 철학적이다.

그는 캉디드와 마르틴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세상을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줄도 알아야 하고, 힘든 일을 이겨낼 수 있는 낙관주의도 함께 가져야 함을, 무엇이든지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문득 요즘 시대에 판치는 가짜 뉴스가 떠올랐다. 스스로 분별력을 키워 절대적으로 믿지 않고 골라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함을, 그 시대나 지금의 독자들에게 볼테르는 이야기하고 싶은 게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260여 년 전의 작품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생각하고, 철학적인 고민을 할 수 있게 하는 점들이 내가 고전문학을 즐기는 이유이기도 한데 이 책은 그러한 고전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처음 읽는 볼테르였지만 그의 철학과 풍자적 표현들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고, 나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좀 더 넓힐 수 있어 즐거운 독서였다.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책이 이렇게 또 한 권 늘어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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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 컬렉션 박스 세트 (리커버 특별판, 전4권) - 뉴욕 3부작 + 달의 궁전 + 빵 굽는 타자기 + 공중 곡예사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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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렇게 시각적으로 눈길을 화악~ 잡아끄는 강렬한 색감과 디자인의 표지를 너무 좋아합니다. [공중곡예사] 를 20대에 읽었던게 폴오스터와의 첫 만남이었는데 이렇게 리커버되어 다시 나오니 무척 설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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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오너러블 스쿨보이 1~2 - 전2권 카를라 3부작 2
존 르 카레 지음, 허진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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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올여름은 너로 정했다!! 정말 스파이는 제임스 본드처럼 멋있고 다 해결하는 사람일까? 이 책에서는 실제 스파이들의 모습을 그린다 하니 비교하며 읽어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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