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구문 특서 청소년문학 19
지혜진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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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 운명을 끌어간다 끌려가지않는다에서 확 끌리네요 세사람의 운명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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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엄마
김정미 지음 / 꿈의지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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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여행인 사람이 여행을 못 하게 되면 지옥과 같은 삶이라 느껴질까?

그 좋아하는 걸 못하데 돼버린 코로나 시대가, 내 평생 이런 일을 또 겪게 될까 싶어 무섭기도 하고 진절머리나게 싫기도 하다.

'꽃보다 엄마'의 김정미 작가도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이런 상황이 무척 싫었을 터.

 

이 책은 작가가 엄마와의 유럽여행 기억을 펼쳐낸 것이다.

암 말기에 발견한 아빠의 병과,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는데 그마저도 못 채우고 떠나버린 아빠의 빈자리를 엄마와 딸은 무척 크게 느꼈으리라. 딸의 영업용 목소리에 돌고랜줄 알았다며 핀잔주는 엄마를 보며 꼭 내게 하는 말처럼 와닿는다

나도 그러지 않았던가? 늘 솔~톤의 목소리를 가족이 아닌 타인들에게만 쓰고 있었으니 말이다.

 

혼자 남은 엄마가 걱정돼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하는 딸의 마음을 엄마가 몰라주는 것인지, 한 템포 느린 딸의 엄마사랑인 것인지 자꾸 생각하게 된다. 집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좋다는 엄마와의 대만 여행을 시작으로 2부에서는 드디어 엄마와의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된다

 

엄마의 화법, 비행기 좌석 업그레이드 받았던 그녀만의 특별하지 않은 방법, 드디어 도착한 로마에서의 일정...

 

여행 중 싸우지 말자는 엄마와 효녀 코스프레에 열심인 딸의 투닥투닥이 꼭 나와 엄마를 보는 듯했다.

가장 잘 알고 있는 사이지만, 가장 이해해 줄 것 같은 사이지만, 엄마와 나 둘은 그냥 여자였던 것처럼 말이다

여행 기록이면서 엄마와 딸의 삶이 녹아있는 책이었다

딸만 이해할 수 있는 엄마의 삶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나도 딸이고 엄마이다 보니 누구보다 작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일이었으면 참았겠지만 엄마한테는 참지 않고 화를 내버리는 게 딸인 것처럼, 엄마는 늘 참고 봐주고 있었음을 항상 잊고 살아간다.

내가 엄마를 챙기고 배려해 주고 위하는 것은 손에 꼽을 터, 엄마는 늘 나에게 그렇게 위해주며 평생을 살았을 것이다

 

친정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시집을 온 내가 가장 먹고 싶어 하던 음식도 엄마가 싸준 김치김밥이었다.

특별한 것이 들어간 것도 아닌 묵은지를 씻어서 싼 그 김밥이 시집오고 나선 그렇게도 먹고 싶더라

왜 엄마가 싸면 다 맛있는 것일까? 정말 손맛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인가?

언젠가 이제 김치는 네가 직접 담가 먹으라는 엄마의 말이 그렇게 서운했다.

김치라도 안 받아먹으면 엄마와 나의 사이가 지리적 거리만큼 멀게 되어버릴까 봐 냉큼 대답한다

"싫어 엄마가 평생 김치 담가줘! 난 계속 얻어먹을 거야."

 

딸들은 항상 후회하며 살아간다는 작가의 말이 콕 박힌다.

딸뿐만 아니라 모든 자식들은 후회하며 살아가겠지. 그리고 늘 한 걸음씩 느리겠지.

정말 이 시대가 지나가면 끝이 나면 엄마에게 여행 가자고 손 내밀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나도 딸이지만 더 이상 한 템포씩 늦으며 후회하지 않는 딸이 되길 지금이라도 바라본다.

 

*인디캣책곳간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꽃보다엄마 #김정미 #꿈의지도 #출판사지원도서 #엄마 #늦기전에 #잘하자 #나도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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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관들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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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세상에 대한 통쾌한 복수가 시작됐다!" 세상 모든 갑들을 잠 못 이루게 하는 소설이라는 띠지의 표현이 강렬하게 와닿는다.

하지만 과연 복수라는 것이, 그 과정이 다 옳은 것일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독서를 시작했다.

책의 펼치면 등장인물 관계도가 먼저 나오는데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를 봐도 등장인물들의 관계도를 먼저 찾아보는 나는 이런 출판사의 세심함이 너무 좋다. 관계도를 보면 대략적인 인간관계가 그려지니 독서 전 이런 친절한 설명을 나는 좋아한다

허동식이라고 자신을 밝힌 고교 동창이라는 그의 갑작스러운 연락은 최 교수를 당황하게 한다. 갑작스럽게 찾아와 정수기나 전기매트의 판매와는 결이 다른 내용의 도움 요청은 최 교수를 혼란스럽게 만드는데 충분한듯하다.
친일파 중 유일한 생존자인 노창룡의 자료를, 그리고 일제강점기의 고문 방법에 대한 자료를 요청한 그가 이상하지만 사람 좋은 최 교수는 그의 부탁을 위해 기꺼이 자료조사를 하고 모든 자료를 허동식이 원하는 주소로 우편 발송한다.

그런데 자신이 조사해 넘겨준 자료의 주인공이 살해당했다.
그것도 최 교수 자신이 알려준 고문 수법을 써서 말이다.
그냥 넘어갈 수 없지 않을까? 그도 역시 바로 움직인다. 기자를 찾아가고 허동식의 발자취를 쫓기 시작한다.

경찰처럼 잠복도 해보고 여기저기 돌아다녀도 보지만 그의 자취를 찾기가 쉽지 않다.

첫 번째, 두 번째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고 그 가운데 최 교수의 논문이 있었다.

그리고 사체에 쓰인 알 수 없는 번호들... 책을 읽어야지만 알 수 있다^^

이 책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가독성이 너무 좋다. 줄줄줄 읽히는, 과잉 집중력을 분출하게 하는 그런 책이다.

처음에는 소설 속 네티즌처럼 나도 통쾌했다. 판사 대신 법을 행하고 복수하는 과정을 보면서 으으~ 너무 잔인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와중에 내가 못하는 것들을 행해주는 그들의 존재에 대리만족을 느낀 게 아니었을까?

그런데 자꾸 의문을 가지게 된다. 정말 그들의 행동이 정당한 것일까? 그들이 심판하고 집행하는 것이 옳은 행동일까?

통쾌함과 번뇌가 오가는 독서였고 온전히 그 결론도 나의 몫이었다.

갑들이 심판 전 하나같이 부르짖듯 내뱉는 '너희가 이런다고 세상이 달라질 것 같냐'라는 그 말들이 맘에 들지 않지만, 그렇다고 이런 방식으로 밖에 할 수 없는 걸까,라고 생각을 안 해볼 수는 없는 것이었다.

뜨거운 심장, 행동하는 지식인?? 하지만 갈등이 없을 수는 없지 않았을 테고 최 교수도 나처럼 고민하는 인물인 듯하다.

왠지 책의 결말이 후속이 나올 듯한 뉘앙스가 느껴진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나온다면 첫 편과는 다른 느낌의 집행관들로 이야기가 꾸며져서 나와도 재미있을 듯해서 괜히 기대를 해보았다

도서의 마지막 작가의 말처럼 이 책으로 약간의 위로라도 받을 수 있기를, 세상이 변할 수 있다고 희망을 가질 수 있기를 개인적으로 바라보며 소설은 소설일 뿐임을.. 그리고 판단은 독자 각자의 몫으로 돌려야 할 듯하다

*해당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집행관들 #조완선 #장편소설 #다산북스 #출판사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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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에 무슨 일이? - 2021 볼로냐 일러스트레이터 수상작 올리 그림책 1
카테리나 고렐리크 지음, 김여진 옮김 / 올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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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에 무슨 일이? 이 책은 2021 볼로냐 일러스트레이터 수상작입니다.

아동도서 상은 무척 다양한 종류가 있지요! 뉴베리 상, 칼데콧상, 린드그렌 문학상,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의 다양한 상들...

 

언젠가부터 상 받은 책들은 내 취향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었어요. 물론 제가 이해를 다 못한 책들이 수두룩하겠지요!

 

한참 동안 그랬었답니다. 그림이 안 이쁜가? 컬러플하지 않나? 내용이 너무 난해한가? 생각을 많이 해야 하나?

 

여러 가지 생각을 했었더랬죠.

그러다 몇 년간은 볼로냐 아동도서전을 팠었는데 너무 재미있는 책들이 많은 겁니다!

상도 부분별로 분야를 나누어서 주고 특히 일러스트레이터 수상작들을 쭈욱~ 훑어봤는데 어머 이건 꼭 사야 해, 내 취향을 찾았어!!라고 외쳐버린 책들이 한 두 권이 아니었더랬어요.

 

제가 그림이 이쁘고 표지가 맘에 들어야 책을 구입하는 사람 중 하나라서 ^^

이 책은 그림과 내용에 반한 그런 책 중에 하나랍니다

 

글 밥이 많지도 않고요 책을 온통 그림으로 가득 채운 그런 책이에요~

 

게다가 두꺼운 표지에 창문이 뚫려 있어서 읽기 전부터 아이들의 호기심을 쫘악~ 끌어당기는군요!

 

빨간 모자를 읽고 있는 늑대라니 ^^ 책을 보며 군침을 삼키는 걸까요? 혀가 날름날름~~

 

마음씨 좋은 할머니가 창문 틈으로 보이는데 속을 알고 보면 마녀라든지, 불이 난 줄 알고 들어가 보면 용이 베이글을 굽고 있다든지, 늑대가 붉은 눈을 무섭게 뜨고 있어서 들여다보면 할머니와 티파티 중이라든지...

 

이런 패턴이 반복되는 그림책입니다.

 

 

사람들도 실수를 많이 하잖아요

 

일어난 일의 부분만 보고 듣고 편견을 가지고 판단해 버리는 그런 일들이요.

 

창문을 넘기기 전엔 부분만 가지고 상상을 하게 된답니다. 아들과 저도 그랬어요.

 

문득 들었던 생각이 나야 성인이고 중년이 되도록 살아오며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거라 생각했지만 책을 읽으며 상상하는 내용은 저희 아들도 비슷하더라고요. ? 이러면 안 되는 게 아닐까? 벌써 우리 아들도, 이제 8년 살아온 아들도 고정관념으로 가득 차 있는 건가? 싶어 깜짝 놀라게 되었어요. 착한 거, 좋은 거, 나쁜 거, 하면 안 되는 거, 어른의 잔소리를 제가 했을 테고 아이는 스펀지처럼 그런 이야기들을 흡수해 우리도 서로 모르는 사이 늑대는 나쁘고, 불은 위험한 거고, 크고 멋진 집은 부자들의 집이고... 등등 이런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더군요

 

책을 많이 읽어주고 함께 하는 것은 좋았지만 스스로 생각을 하고 개념을 정리하고 판단하는 능력은 아직 미숙하다 보니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겠지요.

 

짧은 그림책 한 권 읽고 저와 아이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책의 뒤표지에도 쓰여있어요. '보이는 모습이 전부는 아니야!'라고 말이죠

 

 

얼마 전 아들이 여자들에게 차이지 않으려면 잘생겨지고 근육도 많이 키워야 한다며 유튜브에 나오는 근력운동을 따라 하더라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한 걸까? 아들의 목표가 너무 외모 지향적인듯해 물어보았습니다.

 

"인기도 많고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면 선물도 주고, 고백도 하고 그러잖아."라며 거절당하는 것은 싫다고 이야기하더군요.

 

멋진 사람이 되기 위해 다른 목표도 함께 설정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었습니다. 멋진 사람이 되면 여자친구들의 고백이나 대장은 저절로 되는 거라는 것도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아이는 제 생각보다 많은 경험을 스스로 하고 있었고 그 안에서 아직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어려워 보였습니다. 그래서 늘 엄마와 대화가 열려있음을, 그리고 언제나 질문을 해도 된다는 것을, 문제는 함께 풀어나가보자고 대화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굉장한 책이죠?

 

이 책 [집 안에 무슨 일이]를 함께 읽었을 뿐인데요.

 

엄청 많은 문제들과 이야기들을 아들과 함께 나눌 수 있었습니다.

 

100마디 엄마의 잔소리보다 책을, 그림을 보았을 뿐인데 쉽게 이해하더라고요!

 

전체를 봐야 한다는 것을, 부분만 보고 빨리 판단하는 것은 실수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말로 설명해 주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게다가 상상하는 재미까지 쏠쏠한 책이랍니다.

 

독후 활동으로 아이와 부분 그림 그리기, 수수께끼 그림 등도해보았습니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읽어보기에 이만한 책이 없다 생각되네요! 강력 추천합니다!

 

*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아 직접 읽고 활동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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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설헌 - 제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최문희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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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희라는 이름이 왠지 낯설다. 늘 문학 시간에 허난설헌이란 이름으로 배워서인가?



'나에게는 세 가지 한이 있다. 여자로 태어난 것, 조선에서 태어난 것, 그리고 남편의 아내가 된 것...'


뒤표지에 적힌 이 문장이 가슴을 때린다


시대를 잘못 타고 태어난 여인 초희. 초희의 함이 들어오는 날로 책은 시작된다


난설헌의 삶은 결혼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는데 사대부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그녀의 집안은 여자라는 이유로 그녀를 옭아매는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아버지의 열린 교육관이 딸에게 초희라는 어엿한 이름도 주었고 교육 기회를 주고 스승과 오빠들의 따뜻한 격려가 그녀를 문인으로 자라나게 해주었다.



"공자님 말씀에, 여자는 사람들 앞에 구부리는 것이니, 삼종의 도가 있을 뿐이라고 하셨다. 집에서는 부모를 따르고, 시집가면 남편을, 지아비 죽으면 자식을 좇아 잠시 잠깐이라도 스스로 이루는 바가 없어야 한다고 했느니, 아예 서책 보기를 버러지 보듯 하는 게 좋을 게야...."


시집가기 이틀 전 어머니가 초희를 앉혀놓고 하는 말이다. 아.. 조선시대.. 삼종의 도라니..


어머니 말씀에서 답답함이 화악~ 몰려오는데 글을 읽고 쓰는 걸 즐겨 하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과 같은 말이니 결국 초희는 눈물을 흘리고 만다.


첫날밤 새신랑인 성립은 그녀를 짓밟듯이 일을 치르는데, 왠지 새 신부가 성립은 어렵고 대하기가 거북하다


도도한 한 마리 학 같았을까? 자신보다 학문의 깊이가 다른 처가의 그림자가 신부한테까지 영향을 끼친듯하다.


결혼생활은 초희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고되었다.


시어머니 송 씨는 자신보다 하얀 피부와 고운 미모를 가진 며느리가, 글 꾀나 읽어 아들의 기를 죽이는 것 같은 며느리가 밉기만 한데...


결혼 후 단 하루도 예쁨을 받은 적이 없는 초희가 너무 가여워 애가 탄다.



왜 아버지인 허엽과 오라비인 허봉은 최순치를 못마땅하게 여겼던 것일까?


김성립이 명문가의 자제라 그냥 딸을 시집보낸 것이었을까?


최순치가 명문가의 자제였다면 눈에 차지도 않는 김성립과는 불행하지 않았을까?


모자란 마음의 김성립에게 초희는 얼마나 부담스러운 아내였을지도 이해가 되지만 그래도 조금만 더 마음을 넓게 쓸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좋았겠다 싶어 안타까움이 배가 되네요.



열다섯에 시집가 아이를 돌림병으로 둘 모두 잃은 초희는 결국 마음의 병을 이기지 못하고 맙니다.


아버지와 가장 따르던 오라비인 허봉까지 모두 객사하자 초희도 자식과 형제를 따라가리라 마음먹게 되는데요.


그녀의 나이 겨우 27살입니다.


지금이야 한창 꽃을 피울 나이일 텐데 조선 땅에서 여자로 태어나 뜻한 번 피지 못하고 져버린 꽃이 돼버린 허난설헌.


책을 읽는 내내 그녀의 재능이 그리고 마음 씀씀이가 안타까웠습니다.


조선 땅에선 여자에게 불필요하다며 지필묵 쓰는 것도 눈치를 보았던 그녀였는데....


그녀가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김성립과 중매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차라리 먼 나라로 유학이라도 갔다면...


계속 상상해봅니다.


시숙모 영암댁, 허봉 오라비를 흠모한 기생 수연도 모두 그 시대의 희생자들이겠지요.



백일홍은 맨살이다 그래서 꽃 색깔이 저다지 진분홍인가. 있는 그대로 발가벗고 서 있는 나무....


그미의 눈가에 눈물이 핑그르르 어린다.


겹겹이 감추고, 숨기고, 억압하고, 그것만으로도 부족해서 순수한 본성까지도


작은 틀 속에 가두려는 제도와 인습이 문득 진저리 쳐진다.


내 어찌 이 땅에 아녀자로 태어나 이 작은 틀 속에 갇힌 신세가 되었던고.


죽어 다시 태어나면 저 너른 중원 천지를 말 타고 달리는 남정네로 태어나리라. p.242 [백일홍을 바라보는 초희]


"누님, 너무 많이 생각하면 세상의 모든 이치가 곤두박질친답니다.


주어진 대로 받아들이고, 시키는 대로 따르는 것이 지혜로운 생이 아닐까 싶어요.


물처럼 거스르지 않고 흘러가면, 바다에 이른다지 않아요." p.254 [동생 허균과의 대화 중]



그녀가 원하는 것은 그리 큰 것이 아니었습니다.


대화가 통하는 지아비와 하루 일과를 이야기 나누고 글도 읽고 시도 지으며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삶이었을 뿐입니다.


뭐 대단한 소원이라고 하늘도 무심하게 단 하루도 그리 살지 못하게 하고 데려간 것인지.


책을 읽는 동안 내내 허난설헌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하얀 얼굴과 큰 키에 가녀린 몸매 시를 읊조리는 붉은 입술...


제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인 최문희 작가님의 난설헌 이 책은 10년이 지난 지금 리커버 되어 다시 발간되었다


10년이 지나도 세련된 문장과 난설헌의 생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한 생생한 글들이 이 책을 읽는 독자를 더욱 즐겁게 한다.


여자여서, 여자라서, 여자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그 시대의 삶을 살아낸 여성들과 그리고 앞으로 더 나은 삶을 살아가려는 모든 여성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다.


*해당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난설헌 #최문희 #다산책방 #혼불문학상 #출판사지원도서 #솔직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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