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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엄마
김정미 지음 / 꿈의지도 / 2021년 3월
평점 :
인생이 여행인 사람이 여행을 못 하게 되면 지옥과 같은 삶이라 느껴질까?
그 좋아하는 걸 못하데 돼버린 코로나 시대가, 내 평생 이런 일을 또 겪게 될까 싶어 무섭기도 하고 진절머리나게 싫기도 하다.
'꽃보다 엄마'의 김정미 작가도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이런 상황이 무척 싫었을 터.
이 책은 작가가 엄마와의 유럽여행 기억을 펼쳐낸 것이다.
암 말기에 발견한 아빠의 병과,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는데 그마저도 못 채우고 떠나버린 아빠의 빈자리를 엄마와 딸은 무척 크게 느꼈으리라. 딸의 영업용 목소리에 돌고랜줄 알았다며 핀잔주는 엄마를 보며 꼭 내게 하는 말처럼 와닿는다
나도 그러지 않았던가? 늘 솔~톤의 목소리를 가족이 아닌 타인들에게만 쓰고 있었으니 말이다.
혼자 남은 엄마가 걱정돼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하는 딸의 마음을 엄마가 몰라주는 것인지, 한 템포 느린 딸의 엄마사랑인 것인지 자꾸 생각하게 된다. 집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좋다는 엄마와의 대만 여행을 시작으로 2부에서는 드디어 엄마와의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된다
엄마의 화법, 비행기 좌석 업그레이드 받았던 그녀만의 특별하지 않은 방법, 드디어 도착한 로마에서의 일정...
여행 중 싸우지 말자는 엄마와 효녀 코스프레에 열심인 딸의 투닥투닥이 꼭 나와 엄마를 보는 듯했다.
가장 잘 알고 있는 사이지만, 가장 이해해 줄 것 같은 사이지만, 엄마와 나 둘은 그냥 여자였던 것처럼 말이다
여행 기록이면서 엄마와 딸의 삶이 녹아있는 책이었다
딸만 이해할 수 있는 엄마의 삶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나도 딸이고 엄마이다 보니 누구보다 작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일이었으면 참았겠지만 엄마한테는 참지 않고 화를 내버리는 게 딸인 것처럼, 엄마는 늘 참고 봐주고 있었음을 항상 잊고 살아간다.
내가 엄마를 챙기고 배려해 주고 위하는 것은 손에 꼽을 터, 엄마는 늘 나에게 그렇게 위해주며 평생을 살았을 것이다
친정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시집을 온 내가 가장 먹고 싶어 하던 음식도 엄마가 싸준 김치김밥이었다.
특별한 것이 들어간 것도 아닌 묵은지를 씻어서 싼 그 김밥이 시집오고 나선 그렇게도 먹고 싶더라
왜 엄마가 싸면 다 맛있는 것일까? 정말 손맛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인가?
언젠가 이제 김치는 네가 직접 담가 먹으라는 엄마의 말이 그렇게 서운했다.
김치라도 안 받아먹으면 엄마와 나의 사이가 지리적 거리만큼 멀게 되어버릴까 봐 냉큼 대답한다
"싫어 엄마가 평생 김치 담가줘! 난 계속 얻어먹을 거야."
딸들은 항상 후회하며 살아간다는 작가의 말이 콕 박힌다.
딸뿐만 아니라 모든 자식들은 후회하며 살아가겠지. 그리고 늘 한 걸음씩 느리겠지.
정말 이 시대가 지나가면 끝이 나면 엄마에게 여행 가자고 손 내밀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나도 딸이지만 더 이상 한 템포씩 늦으며 후회하지 않는 딸이 되길 지금이라도 바라본다.
*인디캣책곳간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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