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아이가 10여일 일한 알바비를 받았단다.

21만원을 받았다고 자랑하더니, 그 중 20만원으로 캣츠 입장권을 끊어서 내민다.

아빠 생신 선물이란다.

제 쓸 돈도 남기지 않고 몽땅 털어서 선물을 사는 것에 대해 잔소리를 하고 싶은 충동을 참고

쓸 돈은 있느냐고 물으니 얼마전에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에게 받은 용돈과 이번 달 용돈이 있단다.

 

아이로서는 거금이 들어간 캣츠를 아주 재미있게 즐기고 왔다.

남편은 어떤 줄거리가 있는 연극을 생각했는지 지루해하는 표정이었지만

지나가는  고양이의 손을 잡아 반가워요라고 인사하고

마칠때 쯤엔 다신 옆에 오길래

"재미있게 잘 봤어요. 고마워요."라고 인사할 기회도 있어서 참 재미있었다.

처음엔 고양이가  옆에 올까봐 무서웠는데 2부에 들어가니 친숙해져서 그 상황을 그대로 즐길 수 있었다.

고양이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자기 머리도 쓰다듬어 달라는 뜻으로 품에 머리를 들이밀고 웃을 때는 관객과 출연진이 만들어가는 상호작용의 기쁨을 함께 할 수 있었다.

늘 영화든 연극이든 음악회든 관람자의 위치에서만 보다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관객과 소통하는 상황을 처음 경험했던 터라

기쁨이 더 컸었다.

어제밤은 남편 생일 덕을 톡톡히 본 행복한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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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1-15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이 어쩜 그리 착해요.
알바비 거의 다 털어 티켓 산 거잖아요. 이뻐라.^^
두 분 행복한 시간 보내셔서 좋아보여요.

혜덕화 2012-01-15 14:47   좋아요 0 | URL
착하디기 보다는 무모하죠.
제 용돈으로 쓴다고 인터넷으로 사는 옷도 제가 보기엔 어찌 그리 작아보이고 불편해보이는 옷들만 사는지....
경험으로 모든 것을 배우려면 참 힘든데 엄마 말은 잘 안듣네요.^^
그래도 무모한 딸 덕에 행복한 시간 보냈답니다.
남편은 그 와중에도 졸려고 해서,배우들에 대한 예의를 지키라고 꼬집어야했어요.^^

라로 2012-01-15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하니까 무모한거에요,,,예쁜 따님 칭찬 많이 해주세요.
즐거운 시간이 상상이 되네요,,^^
저는 오페라만 가면 졸아요,,,뮤지컬도 그랬는데
캐츠는 예외였어요,,ㅎㅎㅎ;;;
대전에서도 할거라던데 보러가고 싶어요,,,근데 정말 비싸군요,,,ㅠㅠ

혜덕화 2012-01-16 14:15   좋아요 0 | URL
정말 비싸죠?
좋은 공연 볼 때마다 저는 이 공연을 젊은 아이들이 많이 봐야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들의 의식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공연이 기획되어서
맛있는 집 찾아다니며 수다떠는 것보다
유흥가 가까이 공연장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하도 밖에서 밥을 많이 먹고 들어와서
너희는 먹는 거 말고 할 거 없느냐니까
탹구장도, 볼링장도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곳이 서면엔 없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