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먼 옛날에도 

어쩌면 먼 훗날에도 

결코 되돌아 온 니 없는 

그렇게 가깝지도 않는 

멀지도 않는 

쉽지도 않는 

궂이 못 갈 것도 없는 

뛰어 가도 쉬어 가도 

갖어 가도 그냥 가도 

못 가서 되돌아 온 니 없는 

생로병사의 길 

무겁기만 무거운  

욕심에 짓눌려 

마른 가슴 잦은 눈물 

너, 나, 세상까지 탓하지만 

드리쉬고 내쉬는 숨과 숨결 사이 

이승과 저승이 들락이는데...... 

 

 

친정 아버지의 시. 

우연히 친정 안방의 앉은뱅이 책상 앞에 두꺼운 한 묶음의 편지지가 놓인 것을 보았는데 이 시가 있었다. 

요즘 쓰는 표현으로 매끄럽게 옮기려다가 

아버지 쓰신 그대로 옮긴다.  

가끔씩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집 옆의 텃밭에 나가 앉아 계신다. 

서로 보이지 않게 눈물을 흘리고는 푸성귀 몇 잎을 따오시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나도 부모님도 서로 모른 척 한다. 눈을 보면 금방 아는데...... 

아버지의 시. 

이렇게 가끔 옮겨 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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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9-07-30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는 시에요!!!!!
그만큼 살아보지 않으면 결코 쓸 수 없는!!!!!

좋은 시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혜덕화 2009-07-31 19:4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_()_

이누아 2009-08-11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아이들 때문에 엄마가 거의 저희집에 살다시피 하십니다. 어쩌다 작은 언니 이야기를 하면 엄마도 나도 그만하자고 합니다. 엄마도 나도 언젠가는 죽을 운명이면서 어째서 아직도 가슴에 이렇게 통증이 생기는 걸까요? 님의 서재에만 와도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납니다. 님의 말씀대로 부모님과 동생분의 가족들, 또 님은 어떻겠습니까..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집집마다 이런 슬픔을 겪고 산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물론 오래 앓다가 간 언니의 경우야 미안함과 죄책감이 뒤섞어 더 고통스러웠습니만, 어쨌든 어떻게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살 수 있겠습니까..아마도 제게는 달콤한 추억은 될 수 없을 죽음 앞에서도 정진하지 않고 불평만 늘어갑니다. 요즘처럼 탐진치가 들끓는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이럴 때가 공부할 때겠지요. 큰언니에게 혜덕화님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언니는 자극을 받아 열심히 기도하게 된다고 합니다. 저도 분발해야 될 때입니다. 매일 수행하지 않으면 자비심을 잃게 된다는 달라이라마의 말씀이 넘실거립니다.

슬픔 속에 있을 님께 위로는커녕 제 한탄만 늘어놓고 갑니다. 죄송합니다. 그저 슬픔을 함께 하고, 함께 우는 일 외에 제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이 깊은 슬픔은 지나가겠지요? 그러나 삶에서 죽음은 결코 사라지지 않겠지요? 죽음이 없는 삶이란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평화를 빕니다. 슬픔 속에서 님이 평온하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혜덕화 2009-08-13 10:13   좋아요 0 | URL
엄마랑 대화를 나누다가도 울고, 혼자 집에 오면서도 울고, 동생의 빈자리가 이렇게 클 줄 정말 몰랐습니다.
누구나 가야 할 길을 단지 동생이 좀 먼저 간 것일 뿐인데, 어쩌면 동생 가 있는 곳이 여기보다 더 나은 곳일 수도 있는데 단지 내 앞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슬픔이 이리 깊은 것을 보면, 그 동안 공부해온 모든 것이 생각 놀음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오늘 오후 홍콩으로 가족 여행 갑니다. 살아있으니 이런 호사도 누리는 것이겠지요.

그래도 아기들이 있어 세상이 아름답게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아기들의 생생한 아름다움을 새삼 느끼는 요즘입니다. 삶의 빈자리를 새 생명이 채워주는 것을 보며 슬픔이 기쁨에게 자리를 내어주기를 기다릴 뿐입니다.
님과 아기들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2009-08-11 2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13 1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