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스님께 첫 삼천배를 한 사람들이 법명을 받는 동안 공양실 앞에 평상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어느 스님께서 내려오셨다.  잠깐 백련암에 공부하러 오셨단다.  대영암 보살님과 법상사에서부터 인연이 있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 팀 이름이 "영원한 자유"라고 하니까, 기도하더라도 영원한 것과 영원하지 않은 것을 분별하는 눈을 가지고 정진 잘 하라고 하신다.

한 달 내내 놀다가 삼천배 와서 한꺼번에 한달 업장 참회하지 말고, 시냇물이 쉬임없이 흐르듯이 108배든 300배든 꾸준히 쉬지말고 일과를 하라고, 그래야 천천히 가늘게 가도 바다에 도달할 수 있다고 일과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일러 주신다.

 "우리가 지금 공양실 앞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여기에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가 다 들어있다, 지금 내딛는 한 걸음이 정진을 향한 바른 걸음이 되도록 내 삶의 한 걸음 한 걸음을 깨어서 잘 보라"고 하면서 발을 <쿵> 굴리시는데, 그 소리가 가슴 속에 천둥 소리처럼 <쿵>하고 울렸다.

이십대의 총각과 처녀들에겐 "좋은 남편, 좋은 아내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말고, 정진과 공부를 통해 나의 격을 높이면 자연히 나와 같은 격을 만나게 되니, 딴 생각말고 인격을 높이는 공부를 하라고도 하신다.

 

우연히 공양실 앞에서 나눈 짧은 법문이 법당에 앉아 듣는 어떤 법문 보다도 감동적이어서 나도 모르게 합장이 되었다. 물질 적인 것, 영원하지 않은 것을 바라지말고, 팀 이름처럼 나를 참회하고 영원한 것을 향해 큰 발원을 세우라고도 하신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대영암 보살님이  스님 이야기를 하신다.

삼천배 백일 하러 오셨다가 삼천배로는 양이 안찬다고 일주일만에 오천배로 올려서 오천배 백일 하시고 출가하셨단다. 출가 전 집안이 아주 좋은데 부모님들이 스님 찾으러 오면  도망다니면서도 꼭 출가를 고집하셨다고 한다. 어리석은 중생심으로 보아도, 앞으로 큰 스님 될 분 같았다.

 

 일주문만 나서면 절에서 받은 감동은 어느 틈엔가 사라지고 다시 중생심으로 무장하고 살아가게 된다.

번뇌가 끝이 없고 고통이 끝이 없고 즐거움이 끝이 없어도 꾸준히 닦고 닦아 내 주변 인연들에게 만이라도 고통을 덜어주는 보살행을 하며 살 수 있기를 바란다.

 

내일부터 전임 학교 선생님 두 사람과 수험생을 위한 천배 칠일 기도에 들어가기로 약속을 했다.

혼자 하면 흐지부지 될 것 같아 새벽에 각자 집에서 입재를 하고 7일째 되는 날 회향을 같이 하기로 했다.

고 2 엄마 둘만 하기로 했는데 옆 반 선생님도 함께 기도에 힘을 보태겠다고 해서 셋이 되었다.

 

공부로 힘든 세상의 모든 수험생에게 소리 없는 이 기도가 가서 닿기를.......

우주 법계의 모든 인연, 모든 사물에 감사의 삼배 드립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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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6-10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 불심에 그저 고개 숙이고 갑니다.
평안한 하루 맞으시고, 내일부터 천배 칠일 기도 잘 해내시기 바랍니다...

달팽이 2007-06-10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에 좋은 이야기 듣고 갑니다.
언제 한 번 따라가고 싶군요..

혜덕화 2007-06-10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고맙습니다. 님의 격려가 내일 기도에 힘을 실어주네요._()_

혜덕화 2007-06-10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언제든 환영합니다. 둘째 주 토요일이니 언제든 마음 내키시면 연락 주세요. _()_

서재의꿈 2007-06-10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 내세요~
저는 오늘 새벽에 남해 서쪽바다를 보며 망운암으로 오르다, 정상에 올라 동쪽 바다를 보며 기지개를 하고는 망운암 대웅전에 들러 기도를 드리고 나오니, 스님 한 분이 우리 일행을 보시더니, 일찍 다녀간다며 반가운 얼굴로 맞아주셔서, 오늘 하루를 편안하게 시작할 수 있겠다 싶었네요~ 시간이 허락되었다면 스님께 차 한잔 부탁드리고 싶었는데 말이죠.
지금은 일터로 돌아와 앉았지만, 자꾸 아침 일을 떠올리면 웃음이 나오네요~

혜덕화님!

천배 기도 잘 끝내시고 회향도 잘 하세요~()

혜덕화 2007-06-11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꿈님, 오랫만에 뵙네요.
덕분에 오늘 새벽 1000배 입재를 무사히 했습니다.
크게 보면 이 세상에 수험생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만은 아무래도 고 2 아들을 둔 엄마이다 보니 고등학생들에게 촛점이 맞춰지네요.
새벽에 절하면서 그런 생각도 잠시 했습니다. 수험생을 위한 기도라는 포장 속에 내 아이를 위한 욕심은 없는가, 살펴 보았습니다.
사람이니 설령 그런 욕심이 들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천배 하고 나니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떠오르는 아침이었습니다. 다리는 아프지만, 행복한 하루입니다.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