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의 과학 - 경기장을 뒤흔든 금지된 약물의 비밀
최강 지음 / 동녘사이언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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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핑의과학
최강

지금까지 도핑이라는 단어를 가장 처음 들었을 때는 아마도 88서울올림픽이다.(앗, 나이..태아시절도 기억한다고 거짓말하고 싶어진다) 100m육상경기에서 칼루이스의 우승을 놓고 많은 관심과 기대를 모았다. 예상과 달리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한 사람은 벤존슨이었다. 그런데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가 도핑으로 적발되어 금메달이 박탈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때 나는 도핑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았다. 그리고 도핑은 무모한 욕망과 비윤리적인 스포츠맨의 태도에 대한 비난으로 생각했다. 대체 왜 저런 짓을 하는거야?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얘기는 아니었다. 도핑은 스포츠 규정상에서 금지된 행위로 스포츠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에게 비난을 받는다. 메달박탈, 출전금지 등의 조항뿐만 아니라 금지약물의 복용은 선수 개인의 건강과 정신을 해치기도 한다. 선수로서 모든것을 잃고 선수 생명의 가혹한 끝만이 남아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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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핑의과학>은 일단 재미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선수들의 사연과 사건은 시종일관 흥미와 재미를 준다. 안타깝게 도핑에 걸리게 된 경우도 있고, 교묘하게 숨기다가 적발된 일화도 있다. 운동선수의 삶에서 도핑이란 엄청난 서사가 있는 것이다. 일부러 경기성적을 위해 금지약물을 먹는 욕망이. 모르고 복용했다가 기록과 며예를 박탈 당하는 몰락이....마치 소설처럼 재미있었다. 하지만 선수들에게 실제 일어난 일이기에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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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이 책은 뭔가 사건사고를 다루는 수준을 크게 넘어선다. 도핑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을 정신과전문의인 저자의 해설로 전달되는데 보면서도 좀 똑똑해지는 기분이 든다. 약물의 명칭과 반응들을 꼼꼼히 읽을 수록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도핑의 개념이 약에서만 머물렀으나 도핑의 범위는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선수의 건강을 위협하는 약물이나 도구,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는 물질이나 기술’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인체공학적 수영복이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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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 세계는 냉정하다. 그런만큼 승부과 기록에 대한 욕망이 유혹으로 이끄는 듯하다. 도핑. 간혹 스포츠뉴스에서 만나던 단어 하나로 이렇게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질 줄 몰랐다. 올림픽 하기 전에 보고 아는 척 좀 할걸 그랬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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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바꾸는 생각들 - 유발 하라리부터 조던 피터슨까지 이 시대 대표 지성 134인과의 가장 지적인 대화
비카스 샤 지음, 임경은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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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바꾸는생각들


간절한 질문은 어떤 답을 만나느냐에 따라 그 운명이 달라지지 않을까. 현명한 통찰의 대답은 삶의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그러나 항상 귀중한 대답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 살아가면서 인생이란 무엇일까, 나라는 존재는 누구일까. 대답을 구할 수 없는 질문이 떠오르곤 한다. 이제껏 만족스럽지 않은 답들로 질문만을 반복했다. 한정된 생각들은 범위를 넓히지 못했다. 그러나 누군가 세계적인 석학이나 명사 혹은 탁월한 연구자로부터 대답을 듣게 된다면?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유발 하라리, 조던 피터슨, 제인 구달, 카를로 로벨리, 마야 안젤루, 얀 마텔, 무하마드 유누스, 잭 웰치, 제임스 다이슨 같은 사람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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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바꾸는 생각들>은 한번 읽어보기에는 앗ㅂ고 곁에 두기에 든든한 책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던지는 질문들이 반복되는 것은 아마도 대답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나의 지혜는 부족하고 답을 구할 사람들이 곁에 없다면 이 책은 굉장히 반가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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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은 우리를 어떻게 규정하는가
살아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종교와 과학은 우리 삶에 어떤 역할을 하는가
인간은 동물보다 우월한가
예술과 정체성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교육은 인류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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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차례에서 가장 처음에 정체성에 대한 질문과 답이 나온다. 자신에게 꼭 한번 물어봤을 법한 질문으로 흥미로운 주제다. 구라고 이어지는 차별, 문화, 리더십, 민주주의 등 우리 시대의 화두를 최고의 석학과 전문가들에게 묻고 답하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저자가 질문과 대답을 자연스럽게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적절한 답과 적재적소의 배치는 이 책의 가독성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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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릴 샌드버그─ “역경을 인정하고, 과감히 문제를 제기하고, 문제가 있음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고난과 시련을 절대 입 밖에 내지 않는다면 거기서 어떤 교훈도 얻지 못할 거예요. 기업에서 일이 틀어지는 경우는 비일비재합니다. 이때 쉬쉬하며 넘어가려는 사람이 많고, 발전된 기술 문제를 더 쉽게 은폐하도록 일조하고 있죠.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려면 감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밖으로 드러내야만 합니다.”(169~1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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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뷰터 가장 큰 힘이 되는 단어인 회복탄력성에 대한 내용이다.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실패 뒤의 태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배우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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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시대의 아리아
신종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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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시대의아리아
신종원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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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소리를 문자화한다면 어떤 소설을 만날 수 있을까. 짐작할 수 없지만 이 소설은 가청의 영역을 넘어서는 지점이 있다. 파동까지도 동원되어야 가능할까. 낯설고도 매혹적인 시도의 소설집은 소설읽기의 전혀 다른 매력으로 나를 이끈다. 음악에 대한 소설이라면 작곡가와 소설가의 경계를 넘나드는 능수능란함을 상상할 것이다. 하지만 설정된 경계를 오고가는 것도 아니고 무너뜨리는 것도 아니다. 소설을 읽고 있지만 서사를 따리가며 인물에게 이입되기보다는 문자를 해독하는 느낌으로 따라가며 정보를 조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은 굉장히 특별한 독서경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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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산가옥에 울려 퍼지는 참혹한 음성을 독특한 구성으로 쓴 <전자 시대의 아리아>는 실험적 시도(나에게는 낯선)와 치밀한 문장으로 특별한 소설이었다. 이 작가의 등단작이라고 하니 앞으로의 작품방향과 작가로서의 문제의식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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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건물은 안팍으로 적막해보인다. 남아있는 소리는 하나뿐이다. 어둡고 넓은 지하층 로비안에 울려 퍼지는 단음절의 노래."
<전자시대의 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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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다, 직조하다의 행위에서 다양한 상상들을 배치한 <멜로디 웹 택스처> 또한 시선을 사로 잡았다. 베란다에서 음악으로 실을 잣는 거대한 거미라는 발상이 놀라웠다. 특히 2인칭으로 너를 호명하기에 읽는 내내 긴장이 유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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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너를 부른다. 오차 없이 계산된 완전음정과 때로 고의성 짙은 불협화음들로. 이 수학적인 속삭임은 온몸에 돋은 생체 레이더를 교란한다. 그것은 위협처럼 다가오는 단발성 소음이나 경계할 필요 없는 잡음들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신호를 보내오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어떤 기억이다. 아주 오래된 기억. 지금은 잃어버린 기억. 예컨대 아름다움. 이 알쏭달쏭한 말의 실체가 무엇이었더라."<멜로디 웹 텍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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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칭시점의 호명은 누군가의 시선과 목소리를 상상하게 한다. 거미임을 인지하고 소설에 더욱 몰입하게 되었다. 또한 <전자시대의 아리아>도 마찬가지였다. 너의 이름은 '경성군사통일연구소'였으니까. 다시 읽으면서 의미망들이 직조되는데 이 특별한 호명은 독자를 빠르게 이 소설에 몰입하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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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낯설다. 하지만 여러번 읽음으로써 익숙해지는 것을 거부할 것이다. 낯선상태로 감각, 특히 청각으로 음악 혹은 음향을 텍스트화하는 시도는 잊지 못할 독서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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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꾼 미로 온 가족이 함께 읽는 이야기 2
천세진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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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꾼미로
천세진
교유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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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처럼 깊은 눈을 가진 이야기꾼 미로에 대한 소설이다. 우연히 미로를 만난 외삼촌과 나의 이야기에 미로가 해준 이야기가 담겨있는 액자식 구성의 서사다. 돈도, 글도, 책도 없는 호수세계에서 왔다는 미로는 호수세계를 여행하기 위해 세상의 이야기들을 구루할아버지로부터 듣는다. 독특한 설정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등장하고 미로와 같은 마음으로 이입하여 귀기울이게 된다. 호수세계라는 가상의 공간은 호기심에서 시작해 읽어갈수록 마음의 평화를 일으킨다. 세상 어디에도 없을 곳이지만 마음 한켠에 자리할 수 있는 그런 곳이다. 미로는 기대와 걱정 속에서 이야기꾼을 꿈꾸며 여행을 떠난다. 자욱한 안개를 뒤로하고. 이야기꾼 할아버지의 말은 여행에서 마음에 품은 나침반처럼 이야기꾼으로서의 방향을 알려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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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모든 건 이야기를 갖고 있어.
죽은 것으로 보이는 것도 이야기를 갖고 있지.
세상에 죽은 것은 단 하나도 없어.
사람들 눈에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야.” (50~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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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루라고 불리는 이야기꾼 할아버지와 호수마을을 돌며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미로의 여정은 꿈처럼 아득하다. 호숫가의 안개 사이로 지나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그려지고 그들의 이아기가 여러 결을 담고 있어서 서사 이상의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마치 나도 그들과 여행하는 기분으로 환상동화를 읽는 마음이었다. 호수들의 이름도 참 아름답다. 바오밥호수마을, 두얼굴 호수마을, 소리 호수마을 등 하지만 가장 오래 시선과 마음이 머무른 곳은 그리움거울호수였다. 그리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 어쩌면 이야기를 하는 마음에는 그리움이 있는 것은 아닐까.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그리운 마음으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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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은 소설에서 지나오는 느낌보다는 여전히 이야기가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이야기에 대한 진심이 느껴졌고 그런 마음이 아름답고 투명한 문장으로 전달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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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1
아니 에르노 지음, 김선희 옮김 / 열림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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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나의밤을떠나지않는다
아니에르노
열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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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를 앓는 어머니에 대한 간병과 문병의 기록은 그 시도만으로도 쉽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어머니에 대한 연민과 자신에 대한 자책 그리고 때때로 절망하는 시간들을 대면하도 나약한 내면에 대해서 써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독자 또한 그 상황을 안타깝게 여기거나 경계하며 멀게만 느낄 것이다. 그러나 아니에르노라면 어떨까. 생에 대면하는 용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기록하려는 힘과 선명한 포착은 늘 놀랍다. 장르는 소설이라고 하지만 읽다가보면 그의 생생한 목소리에 귀기울이게 된다. 하지만 치매를 앓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한다면 어떨까. 이 책이 궁금했지만 가볍게 시작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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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는 아니에르노가 어머니를 돌보며 느낀 죄의식과 두려움, 그리고 연민에 대해 솔직하게 기록하고 있다. 하루하루의 일기를 모았음에도 어머니의 병과 이를 바라보는 아니에르노의 복잡한 마음 때문에 슬픔과 감동이 이어진다. “나는 추호도 어머니 곁에 있었던 순간들을 수정해서 옮겨 적고 싶지 않았다."는 말처럼 순수한 매일의 기록으로 구성되어있다. 어쩌면 작가가 삶을 바라보는 눈에는 어떤 문학적 장치나 표현이 필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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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 손으로 내 귀를 틀어막았다. 뭔가 끔찍한 구렁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연극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는 사람은 바로 나의 어머니다.(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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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네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다했다. 그런데 그 때문에 너는 한층 더 불행했을 거다”(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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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턱은 축 늘어져 있고 입은 항상 벌리고 있다. 나는 이렇게까지 크게 죄책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어머니를 이 지경으로 몰아넣은 사람이 바로 나인 것만 같다.(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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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구절을 옮겼지만 이러한 문장이 나오기까지 경험의 강도가 얼마나 큰지 짐작이 어렵다. 어머니의 치매라는 현실을 고통을 아프게 받아들인 아니에르노는 죄책감과 좌절감으로 글을 남긴다. 어머니와 함께한 간병일기와 이어지는 문병일기는 생생하고 그렇기에 너무너 아프다. 동시에 그의 소설에서 다뤄지는 치매와 치매가족이 겪는 모습은 치매에 대한 이해를 한층 깊어지게 했다. 기이하게 낯선 모습으로 세상과 단절되는 치매환자들을 무조건 나와는 무관하다고 거리를 두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 소설을 보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치매환자에게도 삶과 정체성이 있고 과거의 추억과 함께하는 가족이 있다는 것이다. 치매라는 이유로 개별성이 존중되지 않지만 치매와 함께 여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존재와 관계에 대해 생각해야한다. 아니에르노는 절망의 기록이었다지만 나는 독자로서 그녀의 기록에서 진심을 읽었다. 그 투명한 문장들이 치매라는 안타까운 병을 함께하는 순간들에 이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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