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꾼미로천세진교유서가..호수처럼 깊은 눈을 가진 이야기꾼 미로에 대한 소설이다. 우연히 미로를 만난 외삼촌과 나의 이야기에 미로가 해준 이야기가 담겨있는 액자식 구성의 서사다. 돈도, 글도, 책도 없는 호수세계에서 왔다는 미로는 호수세계를 여행하기 위해 세상의 이야기들을 구루할아버지로부터 듣는다. 독특한 설정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등장하고 미로와 같은 마음으로 이입하여 귀기울이게 된다. 호수세계라는 가상의 공간은 호기심에서 시작해 읽어갈수록 마음의 평화를 일으킨다. 세상 어디에도 없을 곳이지만 마음 한켠에 자리할 수 있는 그런 곳이다. 미로는 기대와 걱정 속에서 이야기꾼을 꿈꾸며 여행을 떠난다. 자욱한 안개를 뒤로하고. 이야기꾼 할아버지의 말은 여행에서 마음에 품은 나침반처럼 이야기꾼으로서의 방향을 알려주는 것처럼 느껴진다...“살아 있는 모든 건 이야기를 갖고 있어.죽은 것으로 보이는 것도 이야기를 갖고 있지.세상에 죽은 것은 단 하나도 없어.사람들 눈에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야.” (50~51쪽)..구루라고 불리는 이야기꾼 할아버지와 호수마을을 돌며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미로의 여정은 꿈처럼 아득하다. 호숫가의 안개 사이로 지나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그려지고 그들의 이아기가 여러 결을 담고 있어서 서사 이상의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마치 나도 그들과 여행하는 기분으로 환상동화를 읽는 마음이었다. 호수들의 이름도 참 아름답다. 바오밥호수마을, 두얼굴 호수마을, 소리 호수마을 등 하지만 가장 오래 시선과 마음이 머무른 곳은 그리움거울호수였다. 그리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 어쩌면 이야기를 하는 마음에는 그리움이 있는 것은 아닐까.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그리운 마음으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 ..작가의 말은 소설에서 지나오는 느낌보다는 여전히 이야기가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이야기에 대한 진심이 느껴졌고 그런 마음이 아름답고 투명한 문장으로 전달됐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