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난 골목 노포 산책 - 낭만이 깃든 작고 오래된 가게 노포 탐방기
천구이팡 지음, 심혜경 외 옮김 / 페이퍼스토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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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난골목노포산책
천구이팡 글그림
심혜경 설시혜 옮김
페이퍼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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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이 깃든 작고 오래된 가게 노포 탐방기" 라는 부제와 노포의 단면을 담아낸 그림의 표지가 시선을 끌었다.  개발과 신축에 열광하는 지금, 작고 오래된 가게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특별하다. 깊은 시간이 지나간 자리에는 낡고 오래된 것만 남은 것은 아니다. 시간의 거센 흐름에도 단단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노포들에는 시대와 역행하는 고집이 아니라 전 세대와 함께하는 진심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 안에는 사람이 있고 숨결과 정이 있으며 그러한 조화로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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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포골목을 여행하는 작가는 1초만에 사진이 완성되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대신 노포의 어딘가에서 정답게 공간을 그려낸다. 사진이 거의없는 여행책은 낯설겠지만, 저자의 그림에 행복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삽화, 삽입된 그림이 아니라 글과 동등한 지분으로 이 책을 구성한다. 그림을 그리고 진심을 전하며노포를 탐방하는 저자의 태도에 감동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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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수, 과자, 만두, 차처럼 우리가 좋아하는 먹거리,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공예품, 그림간판이 달린 영화관, 청나라부터 있었다는 점집, 추억의 생활용품 등을 노포 골목에서 만난다. 다양한 가게들은 풍속과 문화를 배울 수 있는 동시에 일상의 미시사를 가장 생생하게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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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여행책을 보면 가고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 책은 가고싶다는 마음과 동시에 노포를 지키는 사장님과 그를 지켜보며 그리고 글을 쓰는 저자의 진심에 감동을 받았다. 또한 오래된 것을 낡은 것으로 생각하는 시선에서 벗어나 오래된 이유와 오래 함께하고 있음에 감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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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무휴의 사랑 - 나와 당신을 감싼 여러 겹의 흔적들
임지은 지음 / 사이드웨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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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무휴의사랑
임지은
sidew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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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무휴의 사랑, 사랑의 스펙트럼에는 연애만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로 사랑의 범위는 확장되며 그 기간 또한  연중무휴라고 한다.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의 담대하고 진실된 기록이다. 90년생 임지은은 누군가의 딸이며, 언니이고 또 연인이다. 그리고  페미니스트이다. 대상과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은 예리하지만 동시에 그 시선으로 자신을 관통하기에 정면돌파의 용기가 감탄스럽다. 자신에게 약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을 단순히 정신승리가 아닌 치열한 태도로 접근하고 진실된 눈으로 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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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혼가정이라는 단어가 싫지 않다. 그 단어는 내가 무엇을 겪어낸 사람인지 알려주는 동시에 내 부모가 이별을 회피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다. 단단한 사람들만이 부서질 수 있다. 정면으로 상실해본 내 가족의 얼굴들은 부서졌지만 사라지진 않았고, 단지 이별한 자리에 남아 윤슬처럼 부드럽게 반짝이고 있다.
― 1부 2장 ‘이혼한 부모를 가진 이에게’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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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페미니스트로서 일상을 살아가며 느낀 생각들과 사건들에 대한 자신의 견해가 유쾌함과 무게를 동시에 갖기에 문장마다 지지하게 한다. 또한 스스로 갖는 의문에 대해서도 과감히 대면하는 자세를 보며 저자를 무한히, 그러니까 연중무휴 신뢰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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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외침 이후의 메아리나 대상 뒤의 그림자를 떠올린다. 메아리나 그림자의 숨은 주인은 나다. 선이나 악이라고도 단정하기 어려운 위장된 마음으로 살아온 시간이 있지 않았었나 자문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떤 태도로 밀고나가며 세상을 보는 눈으로 동시에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도들이 소중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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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첫 만남 19
최영희 지음, 김윤지 그림 / 창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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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칡
#최영희
#창비
#소설의첫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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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에서 소설로 가는 
징검다리인 
소설의 첫만남 시리즈다.
100쪽이 안되는 부담없는
분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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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된 마을에
괴수처럼 뻗어오는 칡으로부터 
작고 사소한 것들을 지켜내는
주인공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성공도, 실패도 아닌 지점에서 끝나는 이야기지만
사실 우리의 삶과 매우 닮아있다.
칡, 의 자리에 무엇이든
대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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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훈이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지만 뒤를 돌아보지는 않았다. 저 칡밭에가기 전까진 세상에는 칡을 캔 사람과 못 캔 사람만 있는 줄 알았다. 이제 시훈이는 캘 수 있는 데까지 캐다가 떠난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았다. 끝내 칡을 두고 돌아선 그 사람들은 어찌 지내고들 있을까." 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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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사람일까.
할 수 있는데까지 하다가
떠난 사람이라면
'할 수 있다'에 대해 인정하는 지점은 어디까지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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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받아서 바로 구입한 책이다. 전혀 결은 다르지만 
정한아의 <달의바다>가 떠오르기도 했다. 
할 수 있는데까지 한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했다.
대답을 찾지 못했지만
슬퍼지는 이유는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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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첫 만남 19
최영희 지음, 김윤지 그림 / 창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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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공간에서 칡이라는 낯선 소재로 몰입감을 준다. 그리고 결말의 메시지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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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알래스카
안나 볼츠 지음, 나현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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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알래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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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멀리 밀어난 느낌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스벤과 파커. 뇌전증 환자로 수시로 발작을 일으키는 스벤과 강도사건으로 마음을 회복하지 못한 파커. 두 사람은 날 세운 태도로 세상을 대하지만 결국 그들은 반려견 '알래스카'를 통해 교점을 만들고 서로 손을 잡고 세상 속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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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을 앓는 스벤은 자신의 갑작스러운 발작을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새학기를 맞는다. 스벤은 일상의 부끄러운 부분이지만 발작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충격을 받는다. 의연함보다는 체념에 가까운 스벤의 태도는 안타깝다. 한편 파커는 강도사건을 당한 가족의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다른 집으로 입양보낸 반려견 생각으로 우울하기만 하다. 그런데 그리운 반려견 알래스카가 스벤의 도우미견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파커는 스벤의 집에 잠입해 알래스카를 데려올 계획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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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를 찾아간 파커는 스벤의 아픔을 가까이에서 본다. 스벤은 복면을 쓰고 몰래 찾아온 파커의 진심을 알게 된다. 결핍과 결핍이 만나 충족을 이루게 되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면 마음의 셈법은 짐작과 다르며 그 특별함에서 감동이 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응원이자 존재의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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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이 틀림이 아니라는 것 역시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소중한 메시지이다. 교실에서 발작을 일으키며 기절하는 스벤은 평범한 일상을 누리지 못한다. 강도를 당한 가족들과 아끼는 반려견을 떠나보내야한 파커의 사정도 일상에서 당연스럽게 일어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와 다르게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고 싶어한다. 틀린 것이라고 단언하지는 않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무의식적인 거부를 하는지 모른다. 그러나 스벤과 파커의 모습은 불쌍하거나 안타깝다기보다는 그 생생함에 나의 진심에 얼마나 솔직한지를 다시금 느끼게 한다. 다름을 다름으로 포용하고 진실한 태도로 자신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모습은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다. 청소년문학이라고 하지만 어른독자가 작품 속의 청소년을 보면서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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