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1
아니 에르노 지음, 김선희 옮김 / 열림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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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나의밤을떠나지않는다
아니에르노
열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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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를 앓는 어머니에 대한 간병과 문병의 기록은 그 시도만으로도 쉽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어머니에 대한 연민과 자신에 대한 자책 그리고 때때로 절망하는 시간들을 대면하도 나약한 내면에 대해서 써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독자 또한 그 상황을 안타깝게 여기거나 경계하며 멀게만 느낄 것이다. 그러나 아니에르노라면 어떨까. 생에 대면하는 용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기록하려는 힘과 선명한 포착은 늘 놀랍다. 장르는 소설이라고 하지만 읽다가보면 그의 생생한 목소리에 귀기울이게 된다. 하지만 치매를 앓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한다면 어떨까. 이 책이 궁금했지만 가볍게 시작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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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는 아니에르노가 어머니를 돌보며 느낀 죄의식과 두려움, 그리고 연민에 대해 솔직하게 기록하고 있다. 하루하루의 일기를 모았음에도 어머니의 병과 이를 바라보는 아니에르노의 복잡한 마음 때문에 슬픔과 감동이 이어진다. “나는 추호도 어머니 곁에 있었던 순간들을 수정해서 옮겨 적고 싶지 않았다."는 말처럼 순수한 매일의 기록으로 구성되어있다. 어쩌면 작가가 삶을 바라보는 눈에는 어떤 문학적 장치나 표현이 필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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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 손으로 내 귀를 틀어막았다. 뭔가 끔찍한 구렁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연극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는 사람은 바로 나의 어머니다.(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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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네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다했다. 그런데 그 때문에 너는 한층 더 불행했을 거다”(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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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턱은 축 늘어져 있고 입은 항상 벌리고 있다. 나는 이렇게까지 크게 죄책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어머니를 이 지경으로 몰아넣은 사람이 바로 나인 것만 같다.(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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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구절을 옮겼지만 이러한 문장이 나오기까지 경험의 강도가 얼마나 큰지 짐작이 어렵다. 어머니의 치매라는 현실을 고통을 아프게 받아들인 아니에르노는 죄책감과 좌절감으로 글을 남긴다. 어머니와 함께한 간병일기와 이어지는 문병일기는 생생하고 그렇기에 너무너 아프다. 동시에 그의 소설에서 다뤄지는 치매와 치매가족이 겪는 모습은 치매에 대한 이해를 한층 깊어지게 했다. 기이하게 낯선 모습으로 세상과 단절되는 치매환자들을 무조건 나와는 무관하다고 거리를 두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 소설을 보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치매환자에게도 삶과 정체성이 있고 과거의 추억과 함께하는 가족이 있다는 것이다. 치매라는 이유로 개별성이 존중되지 않지만 치매와 함께 여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존재와 관계에 대해 생각해야한다. 아니에르노는 절망의 기록이었다지만 나는 독자로서 그녀의 기록에서 진심을 읽었다. 그 투명한 문장들이 치매라는 안타까운 병을 함께하는 순간들에 이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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