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개척자 라이트 형제
러셀 프리드먼 지음, 라이트 형제 사진, 안인희 옮김 / 비룡소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사실, 이 책은 제가 러시아 역사 학술 논문을 한 편 쓴다면 인용할 것이 많은 책입니다.

저 자신은 1890-1913년 러시아사 전공인데,

그 중에서도 경제-기업경영-화이트 칼라 전공입니다.

문서 보관소(Archive)에서 자료를 읽다보니 자주 만나게 된 것 하나가 바로 <비행기 광고>였습니다.

그래서 관심을 가지고 몇몇 책을 읽기는 했는데, 사실 아는 것이 많지는 않습니다.

 

<비행기 광고>는 1908-1909년에 자주 등장했는데,

황제인 니꼴라이 2세가 주동을 떴습니다.

러시아 항공기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기부금을 모으자는 내용이었고,

황제가 맨 앞에서 돈을 냈다는 광고가 문서 보관소에서는 자주 등장합니다.

또 당시 자료를 보면 1908-1909년 이 무렵에는 대중들 앞에서 비행 쇼를 하는 모습이 나오곤 합니다.

 

우주항공 산업의 강대국, 러시아!

빨갱이 이데올로기에 젖은 한국에서는 러시아의 우주항공 산업이 발달된 이유가

마치 소련 시절의 '호전성' 때문인 것으로 인식돼 있습니다.

하지만 소련의 '호전성'은 러시아 황제들의 전통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입니다.

전쟁만 생각하면 바들바들 떨던 조선의 왕들과는 달리,

러시아 황제들은 전쟁이 없으면 몸이 근질거리는 기질을 타고난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전쟁을 해서 땅을 한 평이라도 넓히면,

조상들 앞에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바로 러시아 황제들입니다.

 

이런 기질 속에서 러시아는 경제 수준과는 관계 없이 전쟁 관련 산업은 발달하게 됩니다.

1904-5년 러일 전쟁 기간에는 잠수함이 실전에 배치됐다는 기록이 있고,

블라디보스톡에서 출항해서 원산까지 내려왔다고 합니다.

이게 실전에 활용됐던 최초의 잠수함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황제 니꼴라이 2세는 1880년대부터 자신의 별장에 있는 저수지에서

잠수함 실험을 하도록 했을 만큼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비행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독일과 한 판 붙을 것 같다는 '예감' 속에서 니꼴라이 2세는 비행기에 엄청난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런 지원 속에서 러시아는 1914년에 벌써 폭격기를 실전에서 활용했습니다.

이 폭격기는 독일 전투기를 수두룩하게 잡아내서 독일 조종사들을 바들바들 떨게 만들었다고 하는데,

아마도 폭격기에 설치된 기관총과 기관총 사수 덕분인 것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독일 전투기에는 달랑 조종사 하나만 탈 수 있었기 때문에

조종과 기총 사격을 한꺼번에 하기가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아무튼 이런 전쟁 산업 전통 속에서 현재 러시아의 발전된 군수 산업을 찾아야지,

소련의 호전성에서 찾는 짓은 박정희-전두환 이데올로기에 놀아나는 것입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항공기 산업은 자동차 산업의 발전과는 관계가 없다는 점입니다.

1914년에 1차대전이 터지기 전까지 러시아는 자동차를 생산할 능력이 없던 나라였습니다.

프랑스의 르노가 르이빈스끄라는 도시에 1914년 자동차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가

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수포로 돌아갔고,

1916년에는 러시아 대기업이 이탈리아의 피아트와 합작으로 공장 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 해인 1917년에 혁명이 터지는 바람에 이 공장은 문을 닫고 맙니다.

이 공장이 얼마 전까지 러시아 국민차인 <쥐굴리>를 생산하던 공장이었는데,

이 쥐굴리는 1960년대부터 피아트의 협력 아래 생산된 것입니다.

아마도 품질은 얼마 전까지도 한국의 <포니> 수준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지금은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서 문을 닫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러시아 자동차 산업의 역사를 간략하게 설명한 이유는

20세기 초 항공 산업이 자동차 산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입니다.

러시아 자료를 보면, 초기 항공 산업은 자전거 회사들이 설쳐대서 발전됩니다.

자전거 회사 사장들이 황제를 열심히 꼬셔 가지고는 돈 뜯어내고 지원을 얻어냅니다.

 

자, 그럼 라이트 형제는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라이트 형제도 역시 <자전거 전문가>였다네요.

물론 과학과 기술에 관한 다양한 재능을 가진 형제였지만,

1904년에 최초의 비행이 성공되기 바로 전까지 또 성공한 이후에도

이 형제는 수리와 부품 발명을 비롯한 자전거 산업으로 돈을 법니다.

<하늘의 개척자 라이트 형제>를 보면 이런 설명이 나옵니다.

아마도 자전거 기술만 제대로 터득해도 초기 비행기는 만들 수 있었던 모양입니다.

 

제가 20세기 초 러시아 항공산업에 관한 논문을 쓴다면,

첫 번째로는 바로 이 자전거 산업과 항공 산업의 연관성을 제대로 설명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는 1908-1909년에 러시아에서는 항공 쇼가 인기였는데,

<하늘의 개척자>를 보면 바로 이 무렵에 라이트 형제가 항공 쇼를 통해서

세계의 스타로 떠오르게 됩니다.

이때 형은 프랑스에서 비행 쇼를 펼치고, 동생은 미국에서 쇼를 보여줍니다.

당시 프랑스는 비행 쇼가 대중들 사이에서 아주 인기 있는 종목이었다고 하는데,

형인 윌버 라이트는 프랑스 비행기들보다 훨씬 수준 높은 기술을 바탕으로

프랑스 사람들을 휘어잡았다고 합니다.

동생인 오빌 라이트는 미국 국방부를 상대로 비행 쇼를 펼쳐서 전투기 산업 발전에 기여하게 됩니다.

<하늘의 개척자>라는 책에서 소개된 것을 가지고 러시아를 비교하면,

당시 러시아는 항공산업 분야에서는 세계 최첨단 국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나는 논문에서 국제 비교를 통해서 러시아 항공산업의 위치를 정확하게 설명해야 하는 겁니다.

 

세 번째로 <하늘의 개척자 라이트 형제>가 지니는 가치는 항공 과학에 대한 간략한 설명입니다.

라이트 형제가 만든 비행기는 기본 원리에서는 지금의 제트 비행기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답니다.

엔진만 제트 엔진을 실으면 제트 비행기가 될 만큼, 

다양한 분야의 과학과 기술에서는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가 그만큼 뛰어났다고 합니다.

 

비행기에 관한 과학과 기술은 라이트 형제가 등장하기 전에도 상당히 축적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럼, 라이트 형제는 어떤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을 선보였는가 하는 점이 중요한데,

<비행을 통제하는 제어 장치> 분야가 라이트 형제의 혁명이었다고 합니다.

바로 이 제어 장치에 관한 설명이 제가 보기에는 과학 논술 문제로 쓸만 하지 않은가 합니다.

또 제가 학술 논문을 쓰더라도 이 점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가 있어야만 할 것 같구요.

 

라이트 형제는 "새들이 날개를 조종하는 원리"를 비행기에다가 적용했다고 하는데,

책에는 <날개 비틀기>와 같은 설명들이 나옵니다.

물론 이 책에서는 깊이 있는 설명은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런 것들을 조금 더 깊이 들어가서 연구해보는 것이 바로 과학스런 사고일 텐데,

이 책은 여기에 필요한 기본 정보와 지식을 전해준다는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앞에 설명한 두 가지, 

다시 말하면, 자전거 산업과 항공 산업의 연관관계와 1908-9년 비행 쇼의 대중성에 관한 글은

역사학자인 꼬마작가에게 필요한 내용이 됩니다.

하지만 라이트 형제가 새롭게 개척한 과학 이론 문제는 고등학생들도 알아둘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의 추천연령을 고등학생까지 잡았습니다.

 

이 책은 뉴베리 수상작품답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서술돼 있습니다.

다만 번역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당시 사진도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읽기에도 부담이 없어서 좋고,

이 사진들은 모두가 라이트 형제가 직접 남긴 것이라고 합니다.

또 직접 인용된 글이 굉장히 많은 편인데, 역시 대가답게 인용도 깔끔하게 잘했습니다.

예를 들면, 형인 윌버 라이트가 44세에 장티푸스로 죽었을 때 그의 아버지는

"짧지만 의식으로 가득 찬 삶이었다"고 일기에 썼다고 합니다.

형제의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가를 잘 보여주는 인용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아무튼 꼬마작가 추천 걸작 위인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유히 흐르는 강 - 킨더랜드 자연동화 1
린 체리 지음.그림, 우순교 옮김 / 킨더랜드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요 린 체리라는 작가는 환경동화 전문가인 모양인데,

한국에서는 바닥을 치며 헤매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유유히 흐르는 강>!

이 책은 인디언 한 부족의 생활 모습을 긴 역사 속에서 그려내며

환경 문제를 얘기하는 동화입니다.

환경 문제가 생기게 된 이유는 역시 산업혁명과 함께 백인들이 몰려들면서

강물이 오염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동화답게 마무리는 환경운동 덕분에 강물이 다시 깨끗해지고,

사람들이 살기 좋아졌다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역시 그림이 뛰어나다는 점이 엄청난 자랑입니다.

두 페이지 가운데 오른쪽에만 큰 그림이 있는데,

시원시원하니 아주 보기 좋습니다.

더욱이 강물이 다시 깨끗해지고 사람들이 다시 모여들었다는 마지막 그림은

두 페이지에 걸친 것인데,

작은 집들과 공장이 어우러진 그림이 아주 일품입니다.

또 이 그림은 맨 처음과 책 중간에 나오는 환경 오염 초기의 그림과 비교해가면서

변화된 것이 어떤 것인가 하는 점을 가지고 얘기해볼 수도 있습니다.

 

책 왼쪽에는 그림을 설명하는 글이 있는데,

페이지 테두리에 넣은 작은 그림들도 볼거리입니다.

호로호로새, 아메리카원앙과 같이 익숙하지 않은 동물에서부터

양, 말, 돼지와 같은 흔한 동물,

물레, 사과압착기, 갈퀴와 같은 옛날 도구에서부터

제니 방적기, 1882년 벨의 전화기, 1955년 캐딜락 자동차,

이런 것들이 아주 작게 그려져 있습니다.

요걸 보는 것도 재미있어할 것 같더군요.

그래서 추천연령도 만 3세로 잡았습니다.

어린 아이들한테는 책 내용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왼쪽에 있는 작은 그림들을 그냥 보는 것만 해도 가치는 될 것이고,

또 엄마들로서는 요런 책을 미리 알아두는 게 되니까 본전 값어치는 훨씬 넘어갈 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ky Tree: Seeing Science Through Art (Paperback) - Seeing Science Through Art
토마스 로커 지음 / Harpercollins Childrens Books / 200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번에 소개했던 바로 그 작가입니다.

과학을 시로 풀어내고, 뛰어난 그림으로 보여주는 작가!

짜잔!

작가 등장하시겠습니다.

무대 앞으로!
 

오늘 소개하는 Sky Tree는 Water Dance와는 좀 다릅니다.

무대가 바뀌지 않습니다.

오로지 나무 한 그루!

이 나무 한 그루만 가지고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려서 40페이지를 채우고 있습니다.

물론 뒤에 있는 설명을 빼고나면 32페이지 분량일 겁니다.

그럼, 나무 한 그루만 가지고 32페이지를 어떻게 채우는가?

 

표지 그림에 서 있는 나무는 가을인데, 이야기의 시작은 여름부터입니다.

뭉게구름이 떠 있는 하늘 아래 푸른 잎이 가득한 나무가 당당하게 서 있습니다.

 

Once a tree

stood alone on a hill by

the river. Through the

long days, its leaves

fluttered in the soft

summer breeze.

 


 

영어가 어렵지 않지요?

지난 번에 소개한 Water Dance는 조금 어려운 영어를 쓴 편인데,

이 책은 영어도 아주 쉽습니다.

우라!

러시아말인데, 만세라는 뜻입니다.

한국인에게는 좀 쉬운 영어가 좋지요, 아무래도?

 

여름에서 시작해서 온통 붉은 색인 가을로 넘어갔다가

표지 그림과 같이 휑한 나무로 변합니다.

이 표지 그림에서도!

작가는 쓸쓸한 늦가을의 한 순간을 포착해서 그림으로 그린 겁니다.

과연 어떤 순간일까요?

이 책, 안 사고는 못 배길 거다!

 

휑한 가을을 지나서

Snow fell,

Snug in their nest, a

family of squirrels

huddled close through

the cold winter days.

 

이 페이지의 시는 이런데, 옆에 있는 그림이 환상입니다.

왜 이 그림을 표지 그림으로 뽑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벌거벗은 나무의 가지마다 하얗게 빛나는 눈!

 

표지 그림에 있는 그 나무에 그냥 눈을 입힌 것이 아닙니다.

푸르스름한 기운을 띤 회색빛 하늘 아래 눈이 정말로 반짝거립니다!

요건 그냥 탁 오려다가 액자에 넣어서 벽에 탁 걸어놔야 되는 거인디!

 

그 다음 페이지도 장관입니다.

싸늘한 겨울 하늘을 빛내주는 별과 함께 춤추는 외로운 나무!

내가 너무 거창했나?

 

자, 이제 봄기운이 무르익겠지요?

스토리 구성으로 볼 때, 별과 함께 춤을 췄으니 이제는 봄기운이 나설 차례지요, 뭐!

봄기운이 짠 하고 무대로 오른 그 다음 페이지에서는

다시 나뭇잎이 반짝이고 다람쥐들이 뛰어놀기 시작합니다.

그럼, 이제 여름이 가까워지는 것인데,

이 작가는 저녁노을을 되게도 좋아하네요.

지난 번에도 흠으로 지적했던 <바로 그 강렬한 저녁노을>이 또 등장합니다.

 

우와!

멋있네요.

그림도 그림이지만!

시도 시이지만서두!

스토리 구성이 대단합니다.

 

상상력!

이런 게 바로 상상력입니다.

같은 업종에서 굴러먹고 있는 같은 작가로서,

참, 이 사람의 스토리 구성력 앞에서는 뭐라고 말이 안 나옵니다그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Water Dance (Paperback)
Locker, Thomas 지음 / Sandpiper / 200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Reading level: Ages 9-12

  • Paperback: 32 pages
  • Publisher: Voyager Books (April 1, 2002)
     

    아마존에서 이 책의 추천연령을 9-12세로 해놓았습니다.

    하지만 이건 교육을 목적으로 바라볼 때 이렇게 됩니다.

    그림만을 두고 본다면,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몇 세 이하 관람 불가, 뭐 이런 규정이 있을 수 있나요?

    무슨 폭력 그림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림이 어느 정도인가?

    한 페이지씩 오려다가 벽에 걸어놓으면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벽에다가 도배를 하는 거지요, 뭐?

     

    늘 얘기하는 것처럼, 첫돌 전 갓난아기한테는 이런 그림도 보여줄 필요없습니다.

    엄마가 보고 <그림이란 이런 거다> 하는 걸 느끼면 되는 겁니다.

    누워 있는 아기한테 잔잔한 목소리로 읽어주면 되는 거구요.

     

    입학 전 아이들한테는 그냥 그림 공부에 영어 공부로 생각하면 되는 책이고,

    영어 실력이 좀 된다면 초등학생들한테는 교육이 저절로 될 겁니다.

    Water Cycle!

    I am the rain 하는 첫 번째 그림부터 시작해서

    I am the mountain stream.

    I am the waterfall.

    I am the lake 이런 식으로 한 페이지씩 그림이 펼쳐집니다.

    물론 간단한 설명도 곁들여져 있는데, 저도 모르는 단어도 막 나옵니다.

    그런 단어는 걱정할 필요없다는 점, 잘 알고 있지요?

     

    이렇게 해서 물이 강으로 갔다가 바다에 도달합니다.

    그 다음에는?

    I am the mist.

    I am the clouds.

    이러다가 천둥, 번개도 치고 난리가 납니다.

     

    그렇게 해서 마지막은?

    I am the rainbow.

    ...

    I am water.

    This is my dance through our world로 끝이 납니다.

    무지개 그림으로는 천둥, 번개로 불안했던 아이들 마음에

    안정감을 주는 동화 구성형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데,

    다만 그 다음 마지막 페이지의 저녁노을 장면은 너무 강렬하게 그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고르바초프의 Red, Red, Red 정도로 처리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32페이지 분량 중에서 절반이 그림입니다.

    한글로도 번역이 돼 있지만!

    사실, 요런 책은 제가 하드 커버로도 사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그림 몇 장은 인쇄가 좀 흐릿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도서관에도 반드시 신청하세요, 하드 커버로다가!

    구입은 페이퍼백으로!

    영어를 처음 시작해도 상관없습니다.

    먼저, 그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때가 되면 다 읽게 됩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이로운 생명 (특별보급판)
    팀 플래너리 지음, 이한음 옮김, 피터 샤우텐 그림 / 지호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먼저, 이 책은 아동문학으로 나온 것이 아닙니다.

    알라딘에서 분류한 것을 보면 연령 구분이 아예 없습니다.

    어른용 책이라는 뜻입니다.




    다음으로 알라딘 미리보기를 자세히 보세요.

    이 책에 나온 그림은 사진이 아니라 다 그림입니다. 


     
    자, 책 소개로 들어갑니다.

    231페이지짜리 책에 97가지의 동물들이 등장합니다.

    여기에 그림 작가의 그림이 들어갑니다.

    간단히 말해서, 책의 절반은 그림이라는 말입니다.

    부담 없이 그림 구경하면서 가볍게 볼 수 있는 책!

    책 읽기 싫어하는 아빠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뭐 이렇게 소개하고 싶네요.

     

    다만 번역가의 글솜씨는 좀 크게 문제가 됩니다.

    바로 번역 수준 때문에 별은 4개뿐! 

     

    책 맨 앞에 20페이지는 진화론에 대한 설명인데, 애들한테는 읽어주지 않아도 됩니다.

    여기에서 전문 과학자인 저자는 진화론을 두 가지로 설명합니다.

    하나는 수컷들의 자기 자랑을 둘러싼 진화입니다.

    이것은 '수컷 유전자 진화론'이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 이런 용어가 있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하나는 방어 전략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는 진화론입니다.

    자세한 얘기는 사실 저도 잘 몰랐던 문제인데, 이런 게 논술 문제로 덜컥 나오면 술술 풀어야지요, 뭐!

     

    수컷들의 자기 자랑을 둘러싼 진화란 아래 그림, 위키피디아 앞으로!

     http://en.wikipedia.org/wiki/File:Ellis_Rowan25.jpg  클릭하면 됩니다!


    여기에서 수컷은 꼬리가 아주 호화찬란한 녀석입니다.

    암컷은 참 볼품이 없지요?

    이 새의 이름이 푸른풍조(Blue Bird of Paradise)랍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책 37페이지)"라는 찬사를 받는 녀석이랍니다.

    누구한데서?

    조류학자들한테서!

     

    "수컷은 몸을 굽혀서 깃털을 통해 반짝거리는 파란색과 보라색 빛의 파동을 보낸다.

    수컷의 가슴 한가운데에는 검은 타원형 반점이 있고, 그 아래쪽에 붉은 테두리가 나 있다.

    이 반점은 율동적으로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기 때문에,

    (여기에 쉼표를 찍은 것은 번역가 수준 문제이고 있어서는 안 될 자리입니다)

    인간에게까지 최면 효과를 일으키는 서서히 팽창하는 거대한 눈처럼 보인다(37페이지)."

     

    간단히 말하면, 아가씨를 꼬시려고 갖가지 할 수 있는 묘기는 다 부리는 겁니다.

    그 묘기가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것인데, 저자는 "과시 행동"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습니다.

    그 다음 두 페이지인 38-39에서는 꼬시는 장면이 그림으로 묘사돼 있습니다.

     

    다음 선수, 깃발쏙독새(Standard-winged Nightjar).

    위키피디아 앞으로!

     

    http://en.wikipedia.org/wiki/File:Mlongipennis.png

    위키피디아에서는 사진이라서 좀 볼품이 없네요.

    책에는 그림이고, 깃발을 펄럭이며 날아가는 깃발쏙독새의 모습이 나와 있습니다.

     

    "이 거대한 깃발이 없는 수컷은 암컷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

    번식기가 끝나면, 수컷은 즉시 그 깃털을 떼어낸다(50-51페이지)."

     

    이거 완전히 이런 얘기입니다.

    바람둥이들의 필수 장식품 - 깃발!

    이 새를 보려면 "아마 크리스마스 때 ... 아프리카의 황금해안이나 콩고로 떠나야 할 것"이라고

    저자는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사실, 이게 두 페이지에 걸친 내용의 거의 전부 다입니다.

    그림이 큼직하게 있어서 머리가 아프지 않다는 말입니다(번역 문제만 빼면).

     

    다음 선수 흰깃발풍조(Wallace's Standardwing).

    http://en.wikipedia.org/wiki/File:Semioptera_wallacei_by_Bowdler_Sharpe.jpg
     

    확실히, 위키피디아 그림이 책보다는 훨씬 떨어지네요.

    책에 있는 그림은 흰깃발을 하늘로 치켜들고 유혹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네 가닥 깃발 중에서는 두 가닥은 서로 엇갈린 채 하늘로 향하고 있고,

    두 가닥은 날개 옆으로 늘어져 있습니다.

    위키피디아 그림은 깃발이 다 내려져 있어서 뭘 하자는 건지 잘 모르겠지요?

    깃발로 꼬시는 건데!

     

    "선명한 녹색 가슴판을 부풀리면서 앉은 자리에서 1미터쯤 위로 폴짝폴짝 뛰어오른다.

    그럴 때마다 하얀 깃발깃털들이 섰다 누웠다 하면서 움직인다.

    십여 마리의 수컷들이 과시 행동을 하는 광경은

    마치 축구광들이 신나서 팔짝팔짝 뛰는 것 같다(52페이지)."

     

    뉴기니에 가면 이런 새들이 많답니다.

    왜?

    "이 섬에는 작은 유대류 몇 종류가 있을 뿐, 토착 육식성 포유류는 전혀 없다(40페이지)."

    한마디로, 먹고 사는데 아무런 걱정이 없으니까 사치를 부리는 겁니다, 수컷들이!

     

    호강에 지친 뉴기니 새를 하나 더 볼까요?

    어깨걸이풍조(Superb Bird of Paradise) 앞으로!

    새 이름도 보세요.

    Paradise가 들어갑니다!

    http://en.wikipedia.org/wiki/Superb_Bird_of_Paradise

    이 그림도 영 허당이네요.

    책 그림은 푸른 빛을 띤 수컷이 무슨 예술을 하는 겁니다.

     

    "구혼 행동이 절정에 달했을 때,

    수컷은 가슴을 덮은 화려한 깃털들과 목의 긴 깃털로 머리를 감싸서 상체를 반사경처러 변형시킨다.

    위에서 보면, 두 개의 화려한 가짜 녹색 눈이 반사경 바닥에서 응시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자세에서 수컷은 폴짝거리면서 열정적인 춤을 춘다.

    마치 칼춤을 추는 듯하다(40페이지)."

     

    엄마들, 이 정도면 넘어가줘야 예의가 되겠지요?

    아무리 도도한 암컷이라도 별 수 없을 겁니다, 아마도!

     

    제가 가장 아름다운 장면만을 소개했는데,

    맨 뒤에는 깊은 바다에 사는 괴물 같은 물고기도 등장합니다.

    무서운 거 싫어하는 어린 애들한테는 이 책은 천천히 보여줘도 됩니다.

     

    빨강부치라는 물고기를 소개하려고 했더니 이건 위키피디아에도 나오지 않는 종류입니다.

    이 책 원서는 2004년에 출판된 것인데, 이런 설명도 있습니다.

    "과학자들이 이 새(긴목늘어진살우산새)의 둥지를 처음 발견한 것은 2003년이었으며,

    아직 논문도 발표되지 않은 상태이다(46페이지)."

    간단히 말하면, 희귀동물이고 또 멸종 위기를 맞고 있는 동물들입니다.

     

    멸종 위기 속에서 헤매고 있다는 인더스강돌고래(Indus River Dolphin) 앞으로!

     http://en.wikipedia.org/wiki/Indus_River_Dolphin 


    책에 있는 그림과 위키피디아 그림이 크게 다릅니다.

    책에서는 이 돌고래의 눈이 거의 퇴화돼서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강물이 아주 탁하기 때문에 눈은 거의 소용이 없다.

    그래서 이 돌고래의 눈은 피부로 덮이게 되었다(176페이지)."

    이 돌고래가 멸종 위기를 맞게 된 이유는 강에다가 댐과 수문을 건설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무튼 뛰어나고 큼직한 그림에다가 권위자의 간단한 설명 덕분에 책 보기가 아주 시원시원합니다.

    아빠들 심심할 때 맥주 안주에 땅콩으로도 좋고, 애들하고 함께 보기에도 아주 좋은 책입니다.

    다만 번역자의 한국어 솜씨와 함께 성 문제를 둘러싼 '민망한 표현'들이 가끔 나오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 책은 글을 그냥 읽어주기보다는

    엄마가 글 내용을 요약해서 대충 설명하는 패턴이 더 나을 겁니다.

    애들더러는 미리 그림만 죽 보라고 해도 충분합니다.

     

    이 책의 한국어 문법과 번역 문제는 다음에 계속!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