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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생명 (특별보급판)
팀 플래너리 지음, 이한음 옮김, 피터 샤우텐 그림 / 지호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먼저, 이 책은 아동문학으로 나온 것이 아닙니다.
알라딘에서 분류한 것을 보면 연령 구분이 아예 없습니다.
어른용 책이라는 뜻입니다.
다음으로 알라딘 미리보기를 자세히 보세요.
이 책에 나온 그림은 사진이 아니라 다 그림입니다.
자, 책 소개로 들어갑니다.
231페이지짜리 책에 97가지의 동물들이 등장합니다.
여기에 그림 작가의 그림이 들어갑니다.
간단히 말해서, 책의 절반은 그림이라는 말입니다.
부담 없이 그림 구경하면서 가볍게 볼 수 있는 책!
책 읽기 싫어하는 아빠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뭐 이렇게 소개하고 싶네요.
다만 번역가의 글솜씨는 좀 크게 문제가 됩니다.
바로 번역 수준 때문에 별은 4개뿐!
책 맨 앞에 20페이지는 진화론에 대한 설명인데, 애들한테는 읽어주지 않아도 됩니다.
여기에서 전문 과학자인 저자는 진화론을 두 가지로 설명합니다.
하나는 수컷들의 자기 자랑을 둘러싼 진화입니다.
이것은 '수컷 유전자 진화론'이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 이런 용어가 있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하나는 방어 전략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는 진화론입니다.
자세한 얘기는 사실 저도 잘 몰랐던 문제인데, 이런 게 논술 문제로 덜컥 나오면 술술 풀어야지요, 뭐!
수컷들의 자기 자랑을 둘러싼 진화란 아래 그림, 위키피디아 앞으로!
http://en.wikipedia.org/wiki/File:Ellis_Rowan25.jpg 클릭하면 됩니다!
여기에서 수컷은 꼬리가 아주 호화찬란한 녀석입니다.
암컷은 참 볼품이 없지요?
이 새의 이름이 푸른풍조(Blue Bird of Paradise)랍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책 37페이지)"라는 찬사를 받는 녀석이랍니다.
누구한데서?
조류학자들한테서!
"수컷은 몸을 굽혀서 깃털을 통해 반짝거리는 파란색과 보라색 빛의 파동을 보낸다.
수컷의 가슴 한가운데에는 검은 타원형 반점이 있고, 그 아래쪽에 붉은 테두리가 나 있다.
이 반점은 율동적으로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기 때문에,
(여기에 쉼표를 찍은 것은 번역가 수준 문제이고 있어서는 안 될 자리입니다)
인간에게까지 최면 효과를 일으키는 서서히 팽창하는 거대한 눈처럼 보인다(37페이지)."
간단히 말하면, 아가씨를 꼬시려고 갖가지 할 수 있는 묘기는 다 부리는 겁니다.
그 묘기가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것인데, 저자는 "과시 행동"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습니다.
그 다음 두 페이지인 38-39에서는 꼬시는 장면이 그림으로 묘사돼 있습니다.
다음 선수, 깃발쏙독새(Standard-winged Nightjar).
위키피디아 앞으로!
http://en.wikipedia.org/wiki/File:Mlongipennis.png
위키피디아에서는 사진이라서 좀 볼품이 없네요.
책에는 그림이고, 깃발을 펄럭이며 날아가는 깃발쏙독새의 모습이 나와 있습니다.
"이 거대한 깃발이 없는 수컷은 암컷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
번식기가 끝나면, 수컷은 즉시 그 깃털을 떼어낸다(50-51페이지)."
이거 완전히 이런 얘기입니다.
바람둥이들의 필수 장식품 - 깃발!
이 새를 보려면 "아마 크리스마스 때 ... 아프리카의 황금해안이나 콩고로 떠나야 할 것"이라고
저자는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사실, 이게 두 페이지에 걸친 내용의 거의 전부 다입니다.
그림이 큼직하게 있어서 머리가 아프지 않다는 말입니다(번역 문제만 빼면).
다음 선수 흰깃발풍조(Wallace's Standardwing).
http://en.wikipedia.org/wiki/File:Semioptera_wallacei_by_Bowdler_Sharpe.jpg
확실히, 위키피디아 그림이 책보다는 훨씬 떨어지네요.
책에 있는 그림은 흰깃발을 하늘로 치켜들고 유혹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네 가닥 깃발 중에서는 두 가닥은 서로 엇갈린 채 하늘로 향하고 있고,
두 가닥은 날개 옆으로 늘어져 있습니다.
위키피디아 그림은 깃발이 다 내려져 있어서 뭘 하자는 건지 잘 모르겠지요?
깃발로 꼬시는 건데!
"선명한 녹색 가슴판을 부풀리면서 앉은 자리에서 1미터쯤 위로 폴짝폴짝 뛰어오른다.
그럴 때마다 하얀 깃발깃털들이 섰다 누웠다 하면서 움직인다.
십여 마리의 수컷들이 과시 행동을 하는 광경은
마치 축구광들이 신나서 팔짝팔짝 뛰는 것 같다(52페이지)."
뉴기니에 가면 이런 새들이 많답니다.
왜?
"이 섬에는 작은 유대류 몇 종류가 있을 뿐, 토착 육식성 포유류는 전혀 없다(40페이지)."
한마디로, 먹고 사는데 아무런 걱정이 없으니까 사치를 부리는 겁니다, 수컷들이!
호강에 지친 뉴기니 새를 하나 더 볼까요?
어깨걸이풍조(Superb Bird of Paradise) 앞으로!
새 이름도 보세요.
Paradise가 들어갑니다!
http://en.wikipedia.org/wiki/Superb_Bird_of_Paradise
이 그림도 영 허당이네요.
책 그림은 푸른 빛을 띤 수컷이 무슨 예술을 하는 겁니다.
"구혼 행동이 절정에 달했을 때,
수컷은 가슴을 덮은 화려한 깃털들과 목의 긴 깃털로 머리를 감싸서 상체를 반사경처러 변형시킨다.
위에서 보면, 두 개의 화려한 가짜 녹색 눈이 반사경 바닥에서 응시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자세에서 수컷은 폴짝거리면서 열정적인 춤을 춘다.
마치 칼춤을 추는 듯하다(40페이지)."
엄마들, 이 정도면 넘어가줘야 예의가 되겠지요?
아무리 도도한 암컷이라도 별 수 없을 겁니다, 아마도!
제가 가장 아름다운 장면만을 소개했는데,
맨 뒤에는 깊은 바다에 사는 괴물 같은 물고기도 등장합니다.
무서운 거 싫어하는 어린 애들한테는 이 책은 천천히 보여줘도 됩니다.
빨강부치라는 물고기를 소개하려고 했더니 이건 위키피디아에도 나오지 않는 종류입니다.
이 책 원서는 2004년에 출판된 것인데, 이런 설명도 있습니다.
"과학자들이 이 새(긴목늘어진살우산새)의 둥지를 처음 발견한 것은 2003년이었으며,
아직 논문도 발표되지 않은 상태이다(46페이지)."
간단히 말하면, 희귀동물이고 또 멸종 위기를 맞고 있는 동물들입니다.
멸종 위기 속에서 헤매고 있다는 인더스강돌고래(Indus River Dolphin) 앞으로!
http://en.wikipedia.org/wiki/Indus_River_Dolphin
책에 있는 그림과 위키피디아 그림이 크게 다릅니다.
책에서는 이 돌고래의 눈이 거의 퇴화돼서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강물이 아주 탁하기 때문에 눈은 거의 소용이 없다.
그래서 이 돌고래의 눈은 피부로 덮이게 되었다(176페이지)."
이 돌고래가 멸종 위기를 맞게 된 이유는 강에다가 댐과 수문을 건설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무튼 뛰어나고 큼직한 그림에다가 권위자의 간단한 설명 덕분에 책 보기가 아주 시원시원합니다.
아빠들 심심할 때 맥주 안주에 땅콩으로도 좋고, 애들하고 함께 보기에도 아주 좋은 책입니다.
다만 번역자의 한국어 솜씨와 함께 성 문제를 둘러싼 '민망한 표현'들이 가끔 나오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 책은 글을 그냥 읽어주기보다는
엄마가 글 내용을 요약해서 대충 설명하는 패턴이 더 나을 겁니다.
애들더러는 미리 그림만 죽 보라고 해도 충분합니다.
이 책의 한국어 문법과 번역 문제는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