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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표류기 - 낯선 조선 땅에서 보낸 13년 20일의 기록 ㅣ 서해문집 오래된책방 3
헨드릭 하멜 지음, 김태진 옮김 / 서해문집 / 2003년 3월
평점 :
자, 이제 실실 한국사로 들어가 볼까요?
한국사는 한국 작가들의 수준이 낮기 때문에 원전=고전으로 곧바로 들어갑니다.
꼬마작가답지요?
현대 작가들이 별 볼일 없으면 원전으로 가면 되는 겁니다.
그래야 읽어주는 엄마들도 재미가 있지요, 안 그런가요?
자, 1번 타자, 하멜 아저씨!
고저, 고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요 책 정도로만 재미있는 책이 걸리면 좋것는디 하게 만드는
하멜 아저씨!
히딩크의 먼 할아버지지요?
교과서로만 듣던 히딩크의 할아버지 하멜 아저씨!
반양장본 | 144쪽
먼저, 요 책은 2부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1부 - 초등학생들에게 읽어주기에 좋은 내용.
2부(조선국에 관한 기술) - 읽어주지 마세요!
2부는 왜 읽어주지 말아야 하는가?
2부는 부제가 이렇게 됩니다.
<조선 백성의 관습과 생활상, 그리고 조선 왕조에 관해서 쓴 기록>.
중학생 정도면 괜찮은데,
초등학생들에게는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 내용이 40페이지에 걸쳐서 담겨 있습니다.
부모들은 그냥 읽어보면,
외국인이 바라본 조선이라는 나라는 어떤 나라였는가를 좀 더 잘 알 수 있을 텐데,
어린 애들한테는 별로 좋은 내용이 아닙니다.
예를 들면?
"남편을 죽인 아내는 많은 사람들이 통행하는 한 길가에 어깨까지 땅에 묻는다.
그녀 옆에는 나무 톱이 놓여 있는데,
여기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양반을 제외하고
누구나 그 나무 톱으로 그녀가 죽을 때까지 한 번씩 목을 쳐야 한다(116페이지)."
뭐, 읽어주고 싶은 생각이 싹 달아날 겁니다.
또 하나 들어볼까요?
"중국 사신이 도착하면 국왕은 손수 고관들을 인솔하고 서울 교외에까지 나가 환영해야 하며,
경의를 표하기 위해 정중하게 절을 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그 사신을 숙소까지 호위한다.
그 사신의 도착과 출발 행사는 국왕에게 하는 것보다 더 대규모로 행해진다.
악사와 무희, 곡예사들이 그의 앞에서 자신들의 재간을 보이며 행진한다.
또 조선에서 만든 모든 귀중품들이 그에게 운반되어 온다(139페이지)."
뭐, 이런 걸 어린 애들한테 읽어줘서 좋을 건 없지요?
2부는 부모만 읽어보면 됩니다!
하멜 표류기!
1653년부터 1666년, 13년 동안 겪은 일을 적은 겁니다.
하멜이 1630년에 태어났다고 하니까 23-24세에 조선 땅을 밟은 건데,
이 사람이 무슨 특별한 교육을 받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문장이 대단합니다.
한국인이라면, 가장 먼저 놀라야만 하는 사실!
두 번째로 놀라야만 하는 사실, 되게 재미있습니다.
별로 꾸민 것도 없이 있던 사실을 적었는데, 재미있습니다.
요렇게 써야 돈이 되는디, ...
자, 그럼, 내용으로 들어가면?
<하멜표류기>는 1653년에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를 떠나 일본으로 향하던 네델란드 배가
태풍을 만나서 제주도에서 난파를 당하고,
그 배에 타고 있던 선원 가운데 33명이 포로로 잡혀서
전라도, 충청도, 경기도를 거쳐 서울로 압송됐다가
청나라 사신들 앞에서 몇 명이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그 사람들은 처형을 당하고
남은 사람들이 다시 저 남쪽 전라도 땅을 전전하다가
그 중에 8명이 쪽배 타고 일본 나가사키로 도망쳐서
고향 땅인 네델란드로 돌아가는 얘기로 마무리가 됩니다.
하멜이라는 사람은 <서기>였던 모양인데,
여기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
"그날 오후에 일등항해사는 관측을 하더니만
우리가 북위 33도 32분에 있는 켈파르트(제주도) 섬에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30페이지)."
오늘 소개한 <천문항해의 비밀>이라는 책에서 북극성을 볼 줄 알면 위도를 알 수 있다고 했는데,
그 얘기가 <하멜표류기>에 턱 하니 나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한반도 남쪽에 제주도라는 섬이 있다는 사실은
서양 세계에서는 1642년에 알려졌다는 점입니다(27페이지).
그러니까 하멜과 함께 여행했던 일등항해사는 제주도의 존재를 정확히 알고 있었고,
또 천문관측을 정확히 한 덕분에
난파당한 자기들의 배가 어디에 떨어진 것인지를 제대로 짚어낸 겁니다.
바로 이 뛰어난 일등항해사는 서울로 끌려와서
청나라 사신 앞에서 고향으로 보내달라고 했다가 끝내는 처형을 당한답니다.
이렇게 붙잡혀서 서울로 끌려온 하멜 일행은
"외국인을 국외로 내보내는 것은 이 나라 관습이 아니므로
여기서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하며, 대신 너희들을 부양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게 됩니다.
누구의 약속?
조선의 왕!
여기에서 아주 재미있는 사람 한 명이 등장합니다.
벨테브레!
조선 사람과 하멜 일행의 통역을 담당하던 네델란드 출신 조선인!
1627년에 조선 땅을 밟아서 네델란드어를 거의 다 잊어먹었다가
하멜 일행을 만난 덕분에 모국어를 겨우 기억해냈다고 하는 사람,
바로 이 벨테브레 덕분에 하멜 일행이
그나마 말도 배우고 상당히 자세한 기록도 남길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하멜 일행 33명이 서울에 끌려와서는 <친위병>으로 임명됐답니다.
문제는 청나라 사신들이 왔을 때인데, 이때마다 숨어있으라는 명령이 떨어졌답니다.
이때 남한산성에 가서 두어 달 살기도 하고 그랬던 모양이고,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서 일등항해사가 난동을 피우는 바람에 목이 달아나고 맙니다.
이 사건 때문에 남은 하멜 일행은 남쪽으로 '귀양'을 떠나게 되고,
귀양지는 여수, 순천, 남원이었답니다.
이중에서 여수는?
바로 이순신 장군의 본영이 있던 곳이지요?
바로 요 여수에서 쪽배를 타고 하멜과 그 친구들 7명이 일본으로 도망을 친 것인데,
도망치기 전까지 무슨 일을 하면서 목숨을 부지했는가 하는 얘기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됩니다.
가장 힘들었다는 일은 "땔나무(56페이지)" 구하러 산에 가는 일이었답니다.
산이라고는 구경도 못해 보고 자란 네델란드 사람들이
하루에 20km씩을 걸어서 나무 하러 산에 가야 했으니 고생이 말이 아니었겠지요?
또 하멜이 전하는 얘기에는 <암행어사의 마패>를 맞고 목이 달아난 고위층들이 몇 명 나옵니다.
요 얘기도 아주 재미있고,
저 자신에게 관심을 끄는 대목은
"11월 말이 되니 날씨가 몹시 추워져서
서울 밖 3km 정도 되는 곳에 떨어져 있는 강이 단단하게 얼어 붙어
200-300마리 정도의 짐을 가득 실은 말들이 줄을 지어 건너다닐 수 있었다"는 구절인데,
요 강이 바로 한강입니다.
아싸라비아, 요로코롬 추웠땀시?
사실, 제가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한강물이 얼어붙는 때나 정도보다는 한강 물의 폭입니다, 폭!
요 놈의 한강이 옛날에는 지금처럼 큰 강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홍수가 나면 바다처럼 드넓은 모습을 보였겠지요, 잠실 벌판이 흥건하게 젖던 시절에는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한강은 댐 덕분에 이렇게 넓은 겁니다.
옛날 한강 물의 폭은 어느 정도였을까?
하멜이라면 하는 기대를 가지고 읽었는데, 안타깝게도 숫자가 나오지 않네요.
요거, 요거, 역사 논문 한 편의 주제는 될 겁니다, 아마도!
역사책을 요로코롬 읽으면 재미있을 것 같지요?
자, <하멜표류기>!
역시 저와는 코드가 맞는 '한국사의 대가'입니다.
교과서로만 보던 하멜을 한 번 만나보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