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틴 블레이크 하면 우리가 잘 아는 사람이지요?
달, 달, 무슨 달, 로알드 달의 짝꿍 그림작가, 퀸틴 블레이크!

먼저, 이런 사람이 미술 교육 이론서을 쓴 거니까 좀 믿어도 되지 않을까,
잘은 모르지만 이렇게 착각을 해봅니다.

2년 전에 제가 <스케치 아프리카>라는 위의 책을 소개한 다음에
이 책을 쓰고 그린 김충원을 알린 일이 있습니다.
솔직히 당시에는 뭐가 뭔 줄 잘 모르고 글을 썼다가
제가 미술 전공자들한테서 엄청난 비판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제가 대꾸 한마디 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일을 굳이 변명하자면 이렇습니다.
김충원이 쓴 미술교육 이론서를 보면서 미술에 대해서는 완전 깡무식인 저도
<저건 아니다> 하는 것을 금방 눈치 챘습니다.
하지만 소개를 했고, 엄청난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럼, 왜 그 사람의 이론서를 소개했는가?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는 한국 엄마들이 하도 미술 교육과 학원을 얘기하기 때문에
'그러면 차라리 이런 책이 낫지 않느냐?' 하는 <수준 낮은 제안>을 한 겁니다.
두 번째로는 미술 전공자들의 비판을 예상하고 소개한 이유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그런 수준 낮은 책을 소개했다가는 미술 전공자들이 함부로 비판하지도 못할 것이고,
또 그런 비판을 받고나면 글 쓰는 일은 그만두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온당한 비판>에 대해서는 늘 당당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입니다.
그런 제 성격과 당시로서는 가장 과격하다고 할 수 있었던 미술 전공자들의 성격을 대강 예상하면서
저는 일부러 그런 이론서를 올렸습니다.
예상대로 비판은 사방에서 폭발했습니다.
그 뒤로 저는 그 책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많은 사람들은 그 비판이 담긴 글들을 계속 읽게 됩니다.
꼬마작가가 묵사발 나는 글을 읽게 되는 겁니다.
그러면 미술 교육은 저절로 이루어집니다.
제가 힘들게 <학원 타령하지 마라> 또는 <이런 이론서는 말도 꺼내지 마라>
이런 말을 할 필요가 없는 겁니다.
'아, 그런 얘기를 꺼냈다가는 꼬마작가처럼 묵사발 나는구나!'
그런 글 하나로 많은 사람들에 대한 미술 교육은 저절로 끝나는 겁니다.
그 다음에 여름인가 초가을에 무슨 멸치 그림책을 소개했다가 또 한 번 제가 묵사발 난 일이 있지요?
디즈니 그림풍인 한국 그림책인데, 그때도 사실은 일부러 올린 겁니다.
그렇게 하면 그림 보는 사람들의 안목은 쉽게 올라가게 됩니다.
좋은 그림을 보는 것으로도 안목은 높일 수 있고,
엉터리를 보고 비판하는 글을 읽으면서도 안목은 높일 수 있는 겁니다.
아무튼 당시는 초기 상황이라서 제가 그때는 일부러 쇼를 좀 한 겁니다.
지금은 <미술교육, 미술학원> 타령은 아예 없습니다.
2년 전에는 이렇지 않았습니다.
두 돌, 세 돌 아기 엄마들이 미술 못하면 죽는 줄 알던 시대가 바로 2년 전이었습니다.
자, 서설이 길었습니다.
이제는 교육 같지 않은 교육 통념과 싸우던 그런 시대는 지났으니까
제대로 된 것이 어떤 것인가를 연구해야 하고 또 그런 분위기도 성숙했다고 봅니다.
여기에서 미술 비전공자인 꼬마작가 같은 사람은 누군가에게 '기대야' 합니다.
아 그래, 이 사람 저 사람 찾다가 찾아낸 사람이 바로 퀸틴 블레이크입니다.
이 정도면 기댈 만한 사람으로서는 기대할 만하지요?

Reading level: Ages 9-12
Spiral-bound: 106 pages
Publisher: Klutz; Book and Access edition (March 1, 1999)
이 책은 어린 아이들한테는 서둘 필요가 조금도 없습니다.
바로 위에 담아온 이고리의 그림이 1학년 때 그린 겁니다.
그림이란 많이 그리다보면, 그 요령이란 스스로 터득하게 됩니다.
중요한 건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많이 그려보는 것이지,
기법 좀 배워서 잘 그린다고 해야 그거 별 거 아닙니다.
책이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르면 <기계화 교육>에만 도움이 될 뿐입니다.
대신에 미술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남은 엄마들은 이 책을 사서 한 번 한 좀 풀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마존에서 추천연령을 9-12세로 잡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약간 이른 것 같습니다.
12세 이후로 좋을 것 같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대신에 미술 교육을 못 받아서 한이 맺힌 엄마들, 이 분들에게는 꼭 권하고 싶습니다.
아마존 독자서평을 봐도 연령 제한은 필요없는 것 같습니다.
먼저, 위의 표지그림을 잘 보세요.
왼쪽 연필이 들어있지요?
이게 보통 연필이 아니라 전문가용 연필인가 봅니다.
저는 책을 신청할 때 이걸 못 봤는데, 책이 온 다음에 눈치를 챘습니다.
촉촉한(wet) 느낌이 살아있는 연필이라고 퀸틴 블레이크가 자랑한 소중한 물건입니다.
Stabilo라는 마크가 찍혀 있는데, 이게 스웨덴 제품이 아닌가 기억됩니다.
모스크바에서 제가 볼펜은 이 회사 제품으로 샀던 것 같습니다.
그림 그리기 좋아하는 아이들한테 가끔씩 이런 연필을 선물하면 좋을 것 같네요.
솔직히 저는 이 연필을 아직 사용해보지 않았습니다.
이번 구정 때 조카에게 선물할 생각이고, 또 저는 그림이라면 아주 딱 질색입니다.
책이 106페이지라고 했는데, 속에는 다 <직접 그려보라>고 하면서 빈 칸으로 만든 겁니다.
아마존 미리보기에는 서론만 나온 것이고, 본론은 하나도 나와 있지 않습니다.
본론은 빈 칸입니다.
"A Beginner's Page of Faces(75페이지)"
여기를 보면 말입니다,
"She can balance an apple on her nose."
이래 놓고는 코를 비워뒀습니다.
<빈 코>에다가 마음대로 그리라는 말입니다.
"What amazing ears!"
이래 놓고는 귀가 없습니다.
"Add gentle shading to turn these circles into bubbles.
You might want to add a few bubbles of your own(47페이지)."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말입니다,
거품에다가 명암을 줘서 그림을 바꿔보고
또 두 번째 문장에서는 거품을 '니 맘대로' 그려보라는 말입니다.
요 페이지에는 주인공 꼬마 두 명이 나와서 거품을 뿜어올리고 있습니다.
"Shadows can add ... (41페이지)."
이건 그림자를 이용해서 무게감, 현실감, 미스터리를 표현하는 방법을 설명한 겁니다.
한 예로, 무게감.
Weight: 상자에 사람이 찍 깔려있는데, 그림자를 넣으니까 무게감이 확 달라집니다.
"How to get some perspective in your drawings(34페이지)."
여기에서 perspective란 원근법을 말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