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왔다 - 찰스다윈 자서전
찰스 다윈 지음, 이한중 옮김 / 갈라파고스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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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며칠 전에 비글호를 소개하면서 <자서전>을 읽어봐야겠다고 했지요?

재미있네요!

육아서들 그만 사도록 하시고 <독서영재> 이런 말에 현혹되지 마시고,

다윈의 <자서전>을 읽어보도록 하세요.

이런 걸 읽으면 <과학영재>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될 겁니다.

왜 검증도 되지 않은 독서영재, 과학영재라는 말에 혹해서 우우 몰려다닌답니까?

이 책은 하나도 어렵지 않은 것이니까 겁 먹지 말고 읽어보도록 하세요.

 

다만 출판사에서는 <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왔다>,

이런 제목으로 독자들 우롱하지 좀 마세요.

영어 원제목이 The Autobiography of Charles Darwin 1809-1882이라면서요.

여기에서 어디 <삶>이 진화를 합니까?

진화론을 얘기하면, 삶도 진화를 합니까?

이런 식으로 우롱하면 다음부터는 국물도 없습니다, 명심하세요!

 

먼저, 동화책 <비글호 항해기>를 쓴 작가는 다윈의 <가설 설정 능력>을

에둘러 높이 평가했다고 지난 번에 소개한 일이 있지요?

그래서 꼬마작가가 <자서전>을 들춰보게 된 겁니다.

다윈의 고백을 들어보면 이렇습니다.

 

"이 책(<산호초>)은 내용은 짧지만 20개월 간의 고된 작업이 필요했다.

태평양의 여러 섬에 대한 모든 연구서를 읽어보고

많은 도표를 참고로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과학자들이 높이 평가한 책이며,

그 안에 소개된 이론은 이제 잘 정립되어 있다.

 

내 연구작업 중에서 이보다 더 연역적인 사고로 시작한 것은 없다.

전체의 이론 구상이 남아메리카 서해안에서

진짜 산호초를 보기도 전에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할 일이라곤 살아 있는 산호초들을 잘 살펴보고

내 견해를 검증하기만 하면 되었다(115페이지)."

 

이 <산호초>라는 책이 출판된 해는 1842년이고,

다윈이 비글호 여행을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온 해는 1836년입니다.

그러니까 6년 후에 책이 출판된 것인데,

그는 "전체의 이론 구상이 남아메리카 서해안에서

진짜 산호초를 보기도 전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반면에 진화론에 대한 고백에서는

"베이컨의 귀납원리에 따라(146페이지)" 자신의 이론을 다듬어갔다고 했습니다.

그의 얘기 전체를 들어보면 이렇습니다.

 

"나는 베이컨의 귀납원리에 따라 아무런 이론 없이 방대한 사실들을 수집했다.

특히 길들인 생물에 관해 서면 질문을 하거나,

노련한 사육사나 원예사와 직접 대화를 하거나,

다방면에 걸친 독서를 통해서 수집했다.

일지나 회보 등을 망라하여 내가 읽고 요약한 모든 책의 목록을 보다보면

스스로 한 일에 놀라게 되기도 한다(146-147페이지)."

 

간단히 말하면, <산호초>에서는 연역법, <종의 기원>에서는 귀납법이라는

연구 방법론을 썼다는 말입니다.

그 옛날 우리는 국민윤리 시간에 연역법과 귀납법이 뭔지도 모르는 채

들들 암기하느라고 고생만 했지요?

국민윤리 하면 러시아 작가 일리인을 인용해가면 또 할 말은 많지만,

짧게 끊고 더 이상 얘기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런 것이 <논술 문제>로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은 기억해야 합니다.

연역법과 귀납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학술 연구에서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다윈의 <자서전>, 대단하지요?

'이것이 궁금하다' 하면서 탁 대들어보니까 저자는 <시원한 답>을 해주고 있습니다.

자서전이라는 게 이런 겁니다.

어떤 사람에 대해서 또 그 사람의 이론에 대해서 깊이 알고 싶으면,

자서전부터 읽어보면 쉽게 길을 찾아들어갈 수 있는 겁니다.

다만 저는 다윈의 고백을 말 그대로 믿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사람이 너무 겸손하기 때문입니다.

 

"내게는 헉슬리처럼 비상한 이해력이나 재치가 없다.

그러니 비평가로서는 많이 모자란다.

논문이나 책을 읽으면 처음에는 그저 감탄하기만 한다.

약점을 알아차리는 것은 한참이나 숙고해본 다음이다.

또한 순수하게 추상적인 사고의 고리를 따라가는 능력이 내게는 아주 부족하다.

더욱이 나는 형이상학이나 수학을 제대로 공부해본 적이 없다.

내 기억력은 방대하지만 흐릿한 편이다(169페이지)."

 

이거 말 그대로 믿어도 되는 얘기인가요?

이 사람 얘기는 책 전체에 걸쳐서 엄청나게 겸손합니다.

'특별한 능력도 없이 태어난 나는 부유하고 인자한 아버지 덕분에

커다란 걱정없이 성장하고 대학을 다니다가

우연히 비글호을 타게 되어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지질학과 동물학을 깊이 있게 연구하게 됐으며,

몇 년 후에 자상하고 마음이 따뜻한 아내를 만나서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생활을 누리면서 커다란 걱정 없이

지질학과 생물학 연구에 집중한 결과 <종의 기원>을 쓰게 되었다.'

 

엄청나지요?

머리가 특별히 뛰어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죽을 고생을 해가면서 자기 이론을 완성한 것도 아니고,

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훌륭한 아내를 만난 덕분이라고 하니

<자서전, 회고록 전문가>인 꼬마작가로서는 좀 황당합니다.

러시아 사람들의 자서전을 보면, 잘난 척들 엄청나게 해대거든요.

러시아 사람들은 만 2살 또는 만 3살 때부터 거의 다 기억한다면서 자랑을 하는데,

다윈은 "네 살이 조금 지났을 때(18페이지)"라면서

자기는 형편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깔고 얘기합니다.

다윈은 자신의 형편없는 기억력을 아버지 얘기로 설명합니다.

"아버지는 강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은

대체로 자기 삶의 아주 어린 시절까지 기억해낸다고 했지만,

이 말이 내게는 해당되지 않는 듯하다(17-18페이지)."

 

아주 교묘하지요?

<다윈의 수사학>, 요건 꼬마작가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대단한 재주입니다.

다만 무신론에 가까운 진화론을 제기한 다윈으로서는 여러 가지 복잡한 심리 속에서

<겸손>을 가장 큰 덕목으로 내세운 것이 아닌가 짐작됩니다.

이것이 바로 종교, 신의 문제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하느님의 존재를 확신하는 근거 중 감정이 아닌

이성과 관련된 부분은 내게 더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

내가 생각하기에 인격적인 하느님의 존재나 사후세계의 상벌에 대한

아무런 믿음도 없는 사람은 가장 강렬하거나 자신에게 최상으로 보이는

충동과 본능에 따르는 수밖에 없다.

개는 이런 식으로 맹목적으로 행동한다.

반면에 사람은 앞뒤를 재며, 자신의 다양한 감정과 욕망과 기억을 비교한다(108-109페이지)."

 

다윈은 이 종교 문제에 대해서 모두 11페이지에 걸쳐서 얘기했는데,

이건 독자들이나 또는 후세 사람들에게 변명을 늘어놓는다기보다는

스스로도 엄청난 갈등을 느끼던 문제가 아니었나 하는 인상이 강하게 남습니다.

솔직히 이 호기심 때문에 다윈으로 빠져들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제가 다윈에 빠져서 뭐 나쁠 건 없지요?

거인 한 사람을 죽자사자 파다보면 별의별 게 다 나오게 돼 있습니다.

 

실제로 다윈이 세상을 떠난 뒤에 아들이

<찰스 다윈의 삶과 편지들>이라는 책을 냈다고 하는데,

이 책에서는 종교 논쟁이 일어날 만한 얘기는 다 뺐다고 합니다.

그 뒤 1959년에 손녀딸이 발간한 책이 바로

The Autobiography of Charles Darwin 1809-1882이랍니다.

아래 책 두 권은 다윈의 저작, 뭔가 있을 것 같지요?

 

  

 

다윈의 책은 엄청나게 많은 모양입니다.

<종의 기원>만이 아니라 <산호초>부터 시작해서 별의별 책이 다 있는 모양입니다.

<인간의 유래>라는 이 책은 3년에 걸쳐서 썼다고 하는데,

바로 뒤인 1872년에는 <인간과 동물의 감정표현>이라는 책도 냈다고 합니다.

요건 꼬마작가와 같은 영역에서 쓴 책이네요.

 

"내 첫아이가 1839년 12월 27일에 태어났는데,

아기가 다양한 표정을 처음으로 보여줄 때마다 즉시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어린 시기에도 복잡하고 미묘한 표정의 변화가 나타나는 모습을 보며,

점진적이고 자연적인 기원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다는 확신이 생겼다(160-162페이지)."

 

육아 방면에서도 진화론을 펼치고 있는 거지요?

저도 이 방면에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전문가로 자처하고 있지만,

우리 애들을 보면서 진화론은 생각해본 일이 없습니다.

다만 요즘 출판되는 동물책을 보면 이런 얘기가 자주 나옵니다.

아무튼 하도 진화론을 떠드니까

다윈은 멍청하다는 소리까지 들은 것이 아닌가 짐작됩니다.

"그는 관찰능력은 뛰어나지만 추론능력은 형편없어(169페이지)."

이런 비판에 대해서 다윈은 억울하다는 듯이 변명을 합니다.

 

"이 말이 사실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종의 기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긴 논증이며,

유능한 사람들의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추론능력 없이 그런 책을 쓸 수는 없을 것이다.

창의성이나 상식이나 판단력도 어느 정도는 되었던 것 같다.

이는 성공한 변호사나 의사가 가지고 있는 정도의 능력을 말하는 것인데,

그 이상이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169-170페이지)."

 

재미있지요?

꼬마작가가 요렇게 인용문을 뽑아서 설명해주면 재미있단 말씀이야.

이게 바로 역사학에서 요구되는 상상력입니다.

다윈은 시대 환경을 느끼면서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하고 있는 것이고,

꼬마작가는 <그게 무얼까? 또는 그 뒤에 뭐가 있을까?> 하는 것을

생각하면서 책을 읽는 겁니다.

 

어쨌거나, 다윈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자신의 인생!

"관찰과 실험만이 내 삶의 전부다(165페이지)."

<관찰과 실험>은 다윈이 계속 얘기한 것인데,

마지막으로 이렇게 다시 한 번 선언을 하고나서 다음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아버지는 여든세 살까지 살면서도 지적 능력이 전혀 흐려지지 않았다.

나 또한 정신이 흐려지기 전에 죽기를 바란다.

적어도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

내가 죽는 날은 관찰과 실험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바로 그날이 될 것이다(165-166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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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mpeii...Buried Alive! (Paperback) Step Into Reading Step 4 (Book) 12
Kunhardt, Edith / Random House Childrens Books / 198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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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폼페이의 발견

<폼페이의 발견>, 이 책은 2년 전에 소개된 바가 있지요?

몇 차례 강조했던 Cross-Section 역사 그림책!

면을 횡으로 자르고 종으로 잘라서 속의 구조를 보여주는 미술 기법 Cross-Section!

오늘은 이 책을 소개하려는 것이 아니고 영어 챕터북!

  


48페이지짜리이고, 아마존에서 만 4-8세로 구분을 해놓았습니다.

솔직히 저는 무서운 걸 보지 못하는 아이들한테는 굳이 읽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화산이 터져서 사람들에게 덮치는 장면과 사람들이 두려움 속에서 죽어가는 장면은

상당히 생생한 그림으로 그려져 있습니다(26-31페이지).

또 고고학의 발달과 함께 발굴 작업이 진행되면서 파낸 유물 중에서

해골을 당시 그대로 그려놓은 장면도 있는데,

이런 것도 생각을 하면서 책을 사야 합니다(44-45페이지).

 

이런 문제만 없다면, 영어 자체로는 그다지 어려운 편은 아닙니다.

아마존 미리보기를 보면 대강 문장과 단어의 수준을 볼 수 있는데, 대체로 이 수준입니다.

대강 Frog and Toad를 읽어낸 수준이라면 무난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위에서 지적된 점만 고려하면 됩니다.

 

<폼페이의 발견>과 이 영어 챕터북을 비교해보면, 서술 패턴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이 두 책은 나이와 영어 능력이 된다면 동시에 사서 읽어주면 아주 좋을 겁니다.

솔직히 읽어주는 시간은 한글책이 훨씬 더 길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한글책은 설명도 많지만, 구석구석 돌아가면서 그림 볼 것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반면에 영어책은 한 번 쉬익 읽어주면 그걸로 끝입니다.

샅샅이 뜯어볼만 한 그림은 별로 없습니다.

뜯어본다면, 아마존 미리보기에도 나와 있는 잠자고 있는 화산 그림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스토리 구성을 도와주는 그림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폼페이의 발견>은 그림이 더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 책입니다.

 

<폼페이의 발견>은 첫 페이지가 <기원전 750년>입니다.

아주 오랜 옛날에 사람들이 모여살고 마을을 짓는 것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 다음에는 작은 마을에서 도시로 발전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기원전 89년에는 <로마의 공격>으로 폼페이의 주인이 바뀌게 됩니다.

로마 사람들이 주인이 되는데, 주로 <은퇴한 군인>들이 여기로 왔다고 합니다.

로마의 시스템이 자리를 잡아가고 도시는 더욱 발전하게 되는데,

이런 과정에서 화산이 터진 겁니다 - <서기 79년>.

<폼페이의 발견>에서는 화산 폭발이 딱 4페이지만 묘사됩니다(30-33).

34페이지부터는 잊혀진 폼페이 위에 새로운 도시가 세워지고,

1870년부터는 화산으로 사라진 폼페이 발굴 작업에 대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반면에 영어 챕터북 Pompeii는

화산 폭발이 있던 바로 그 시간과 전후에 거의 모든 얘기가 집중됩니다.

그 전에 사람들은 뭐를 했는가?

The mother went to pray in the courtyard. She put flowers by the statue of a god.

The father began to dress. His slave helped him.

The children were playing. They were glad it was summer(10-11페이지).

 

귀족 가족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사회 관계도 간단하게 얘기하고 있지요?

그 다음에 시내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얘기합니다.

그러다가 화산 폭발이 시작되는데, 화산은 바로 뒷산에서 일어납니다.

이러면서 사람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일부만 배를 타고 탈출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화산재와 가스에 질식해서 죽게 됩니다.

그 뒤에 용암이 덮쳐서 폼페이를 깨끗하게 뒤덮게 됩니다.

 

폼페이에서 화산이 터질 때 바다 건너 편에서는 한 소년이 이 광경을 봤답니다.

이름은 Pliny!

영어로 플리니니까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으로는 플리니우스이겠지요?

이 사람이 당시 본 광경을 기록으로 남겼답니다.

이게 바로 1870년 고고학 발굴 작업의 근거가 됐던 기록이라네요.

 

똑같은 대상을 다루고 있지만, 서술 방식과 내용이 완전히 다르지요?

모든 건 상상력에 달려 있는 겁니다.

작가가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겠다는 생각에 따라서 책은 완전히 달라지는 겁니다.

이런 점에서 이 두 책은 동시에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책 한 권이 나왔다고 해서 그걸로 끝난 것이 아니다!

100이면 100사람의 생각은 다 다를 수 있고,

따라서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두 권의 역사 동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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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씨족 소년 사슴뿔이, 사냥꾼이 되다 - 신석기 시대 사계절 역사 일기 1
송호정.조호상 지음, 김병하 그림 / 사계절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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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책은 예고편으로 띄웠던 것이지요?

작가의 글솜씨가 만만치 않은 것 같아서

반드시 검토를 해보겠다고 예고편을 띄웠던 겁니다.

검토를 해보니까 대단하네요!

전국 도서관에 죽죽 깔아주세요.

이런 작가는 자꾸 키워줘야 합니다.

 

표지 그림 왼쪽에 달린 글자를 잘 보면,

<역사일기>라는 말과 함께 <신석기 시대>라는 글자도 보입니다.

요 책은 일기 형식을 빌어서 신석기 시대의 생활 모습을 그려낸 것입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

일기란 요렇게 쓰면 되는 거다!

 

솔직히 저 자신도 일기 쓰기란 아주 지긋지긋한 일 가운데 하나입니다.

어렸을 때에는 일기만이 아니라 뭐라도 쓰라고 하면 지긋지긋했습니다.

꼬마작가만 그런 건 아니지요?

다들 똑같습니다.

 

바로 이런 심리 요인 탓에 글만이 아니라

그림을 비롯한 창작활동이 어려운 겁니다.

그냥 쓰면 되는 것이고 그냥 그리면 되는 것을 가지고

학교에서는 꼭 점수를 매겨서 상을 주고 회초리도 줍니다.

그러니 애들이 잘할 리가 있나요?

잘 써야 하고 잘 그려야 한다는 부담감에 짓눌려서 아예 못하는 겁니다.
 

학교에서 애들을 패면, 두 가지 효과가 있습니다.

1. 맞는 애는 삭 죽거나 아니면 맞는 일이 버릇이 된다.

2. 맞는 걸 보는 애들의 심리는 엄청나게 위축된다.

꼬마작가는 주로 두 번째 경우였습니다.

그래서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한 건데,

초등학교 때만 해도 맞을 일은 별로 하지 않았고

다른 애들이 맞는 걸 보면서 쭈그러들었습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에는 지리 선생 뺑구를 필두로 해서

맞아도 보고 맞는 걸 보면서 심리 훈련도 하고 그런 덕분에

군대 가서는 <아주 가볍게> 맞아주면서 군대 생활을 마쳤습니다.

군대 구타, 그거 별 거 아니대요!

이 방면에서는 대원고 선생들이 훨씬 더 뛰어났습니다.

 

어쨌거나, 뛰어난 일기 형식의 동화책!

일기를 쓰라고 하면 제대로 쓸 애들은 거의 없을 텐데,

요런 걸 읽어주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 근거 없는 예상을 해봅니다.

이 책으로 해서 일기를 잘 쓰지 못한다고 해도 뭐 아쉬울 건 없습니다.

 

이 책이 지닌 두 번째 가치!

신석기 시대가 어떤 시대였는가 하는 것이 그림처럼 쫙 펼쳐집니다.

일기가 시작된 날은 <기원전 3000년3월 24일>,

마지막 일기는 <기원전 3000년 11월 20일>.

그러니까 거의 일 년 동안 어떤 신석기 꼬마가

어떻게 생활했는가를 보여주는 책인데,

다 나옵니다.

 

굶주릴 대로 굶주린 봄부터 시작해서 초여름의 신나는 물고기잡이,

물고기를 둘러싸고 이웃 씨족과 터질 뻔한 전쟁,

토기를 구워내는 동네 아줌마들,

돌멩이를 찾아 먼 길 떠나는 아버지와 3총사,

겨울나기를 준비하며 도토리 줍기에 나서는 마을 사람들,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멧돼지 사냥!

 

길지 않은 얘기 속에 신석기 시대에 대한 이야기가 다 나옵니다.

이 시대를 이해하는데 요구되는 필수 요소는 다 담아냈다는 말입니다.

 

한 예로 "흑요석"을 들 수 있습니다.

솔직히 제가 역사 전공이지만,

러시아 작가 일리인의 동화책을 읽으면서 이해하지 못한 구절이 있었습니다.

<돌멩이가 떨어져서 인간은 청동기를 만들게 됐다!>

 

그럴 듯하면서도 뭔 소린지 이해가 잘 안 되지요?

널린 게 돌멩이인데, 돌멩이가 왜 품귀 현상을 일으켰을까?

러시아 작가가 요런 걸 좀 자세히 써줬으면,

역사학자 꼬마작가가 초등학생용 역사동화를 읽으면서

그렇게 헤매지는 않았을 겁니다.

아마도 '수준 높은' 러시아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해서 쓰다보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줘야지요, 뭐!

 

<흑요석>!

요게 말입니다, 화산 지역에서나 나오는 아주 귀중한 돌이랍니다.

이 돌이 한반도에서는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일본에서 수입되기도 했답니다.

대단하지요?

신석기 시대에 벌써 한국은 <자본재>를 일본에서 수입해다가

산업 활동을 했던 겁니다.

요새 반도체 만들려면 거기에 들어가는 기본 장비는

몽땅 일본 제품이라고들 하지요?

흑요석이 바로 그런 <자본재>였던 모양입니다.

 

이 흑요석이 생산되던 또 한 군데는 바로 백두산!

이 돌을 구하기 위해서 주인공의 아버지를 포함한 3총사가

한여름에 백두산으로 떠났다가 가을에 돌아옵니다.

 

"아주 단단하고 날카로워 창이나 화살촉을 만들었다(48페이지)."

이 돌이 없으면 사냥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던 겁니다.

신석기 때 사냥감은 주로 멧돼지였던 모양인데,

멧돼지 사냥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지요?

제대로 사냥을 하려면 바로 이 날카로운 <까만돌>이 있어야만 하는 겁니다.

이 <자본재>가 바로 백두산에서 가지고 오거나

또는 일본에서 수입을 했던 품목이랍니다.

물론 그때는 수입-수출 개념이 없었겠지요?

 

<돌멩이가 떨어져서 청동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러시아 작가의 이 말이 뭔 말인지 이제는 이해가 되지요?

 

세 번째로는 그림입니다.

저는 책을 사기 전에 신석기 시대 사람들이 옷을 만들어 입었나 하는 것 때문에

이 책의 그림을 좀 이상하게 바라봤습니다.

하지만 이 시대에는 벌써 삼으로 옷을 만들어 입었다고 하네요.

동물 가죽이나 걸치던 시대는 <네안데르탈>이고,

신석기 시대에는 벌써 옷을 만들어 입었던 겁니다.

 

어쨌거나, 이런 의심을 뒤로 하고 그림을 보니까 잘 그렸네요.

이 책에는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그림만이 아니라

그 시대 역사를 설명하는 그림도 담겨 있는데,

요게 또 볼 게 여간 많은 것이 아닙니다.

미리보기 오른쪽을 잘 보면 설명 그림이 나오지요?

요게 대단히 뛰어난 수준입니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8284161

 

네 번째로는 주인공들의 이름입니다.

사슴뿔이, 곰손이, 째진눈이 - 주인공을 포함해서 비슷한 또래의 3총사!

맑은샘이 누나, 어여쁜이 아줌마, 반달눈이(사슴뿔이가 좋아하는 여자 친구).

깊은주름 할머니(씨족의 무당), 번개구름 형(사슴 씨족으로 장가간 동네 형).

 

이름들이 재미있지요?

사실, 우리 조상들의 원래 이름은 이런 식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한자 들여다가 이름 쓰다보니까 지금처럼 변한 겁니다.

인디언만 "늑대와 춤을"과 같은 이름을 가졌던 것은 아닙니다.

고급 행세를 하려다보니까 성도 변하고 이름도 중국식으로 바뀐 겁니다.

아무튼 이런 이름들은 아이들이 아주 재미있어할 그런 말들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옛날 물건들에 대한 순수 한국 이름들을 꼽을 수 있습니다.

갈돌, 갈판, 돌톱, 활비비, 모룻돌, 뒤지개, 가락바퀴, 가리, 자귀...

사실, 이런 낱말들은 저 자신도 처음 보는 말들입니다.

이건 다 도구 이름들입니다.

또 이런 표현도 나옵니다.

"퉁을 놓았다(6페이지)."

"비나리(19페이지)."

 

"남자에게도 때로는 치레거리가 필요한 법이다(47페이지)."

치레거리란 어려운 한자말로 장신구라는 뜻입니다.

영어로는 악세사리가 되겠네요.

네이버 국어사전으로 찾아보니까 <치렛거리>가 표준어라고 하는데,

사실, <치렛거리>가 맞는 말입니다.

두 낱말을 합쳐서 하나로 만들 때에는 <ㅅ>을 붙이지요?

바다 + 새 = 바닷새, 요런 식으로 말입니다.

아무튼 대학이 아니라 <대학 할아버지>를 졸업했어도

치렛거리 같은 말을 알기는 쉽지 않지요?

솔직히 저 자신도 이 책 보면서 처음 알게 된 한국말입니다.

 

흠이라고 한다면, 책값이 좀 비싼 편입니다.

관념 좀 바꿔봅시다, 독자 여러분!

책이란 페이퍼백으로도 충분한 겁니다.

하드 커버만이 책인 것은 아닙니다.

하드 커버로 만들면 책값만 올라가게 됩니다.

책값을 내리기 위해서라도 전국 도서관에 죽죽 풀어주세요. 

출판사에서는 책값 좀 내리기 위해서 노력 좀 해주세요.

부탁!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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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그림 그리기
프레야 야프케 지음, 김정임 옮김 / 도서출판 해오름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요것 또 난리날 것 같은 책입니다.

조용하던 <해오름> 출판사가 바빠질 것 같습니다.

 

지난번에는 퀸틴 블레이크의 이론서를 소개했지요?

아쉬운 것은 색깔 문제!

그래서 찾은 것이 발도르프 이론서입니다.

 

발도르프 교육 이론서는 저도 처음 보는 겁니다.

꼬마작가와 가장 가깝다는 발도르프!

읽어보니까 가까운 면도 있고, 크게 차이가 나는 점도 있습니다.

가장 커다란 차이는?

 

"슈타이너가 주장한 인간 발달 단계. 0~7세 사이: 모방과 반복을 통한 의지 발달(8페이지)."

 

제가 아직은 이런 것에 대해서는 이론으로 발표하기는 그런 단계에 있습니다.

하지만 제 글을 잘 생각하면서 읽은 분들은

<모방과 반복>이라는 명제와는 아주 먼 곳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생각과 실험!

만일 슈타이너처럼 두 단어로 정의를 내리라고 한다면, 저는 <생각과 실험>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물론 '당분간은'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말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이건 푸름이 아빠와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다만 푸름이 아빠는 대강 첫돌쯤으로 한정을 짓고 있고

또 그 다음에는 과학 지식으로 매진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생각과 실험>을 적어도 초등 저학년까지는 계속해야 한다는

은근한 주장을 펼쳐왔습니다.

아무튼 요런 차이가 있더군요.

 

그럼, <모방과 반복>이라는 발도르프 이론이 실제로는 어떤 식으로 나타나게 되는가?

상상력이 생겨나는 나이를 4~5세로 보면서

5세와 6세 사이 아이에게는 상상하는 힘이 강하게 일어난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7세 아이들에게는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에서

이러한 표현(상상한 것을 그림으로 나타내는 일)이

체험되도록 해야 합니다(43페이지)" 하는 설명이 41페이지부터 시작됩니다.

 

1. 웬지 모르게 규격화된 이론이 제시되고 있다.

2, 그럼, 만 4세 이전에는 상상력이 없는가?

 

저는 이런 반론을 제시하고 싶은데,

여기에서 두 번째 문제인 4세 이전의 상상력이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경험으로 잘 알고 있지요?

<비타민 놀이>나 <별빛이 촉촉해>를 보더라도 그렇고,

또 다른 여러 가지 활동을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상상력은 만 4세 이전에도 엄청나게 발휘됩니다.

단지 표현을 할 줄 아는가 하는 것이 문제이고, 이게 미술교육에서는 주로 '손 힘'과 연관돼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난화기>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인데, 그게 첫돌에서 만 3세 사이에 나타납니다.

난화기란 무슨 그림인지 부모가 알 수 없는 그림을 말하는 것이지만, 애들은 말로 다 설명을 해줍니다.

단지 그림만 봐서는 우리가 못 알아먹을 뿐이지, 애들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요런 점이 꼬마작가하고는 커다란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고,

또 저는 <21세기 인터넷 이론가>라는 엄청난 특징을 지니고 있는 사람입니다.

 

아무튼, 요런 몇 가지 문제를 깊이 생각하면서 책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아이들과 함께 그림 그리기>라는 책은 어떤 책인가?

"여러분은 이 책의 내용을 먼저 이해한 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십시오(지은이가 하고 싶은 말)."

요거 아주 중요한 말입니다.

겁 먹지 말고 그림을 그려본 다음에 애들 앞에서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여주라는 말입니다.

그럼, 애들은 <모방과 반복>을 통해서 그림을 그리게 되는데,

이때 애들이 그림 그리는 것을 일일이 가르치라는 말은 아닙니다.

그냥 모습만 보여주면, 애들이 스스로 <모방과 반복>을 하게 될 거라는 뜻입니다.

 

책은 3부로 구성돼 있습니다.

1. 왁스 크레용

2. 수채화 물감

3. 천연 물감

 

아주 독특하지요?

요게 아주 마음에 듭니다.

 

또 하나, 많은 색을 사줄 필요 없다는 저자의 주장!

요것도 아주 마음에 듭니다.

빨강, 파랑, 노랑을 비롯한 기본색만 가지고 이리저리 실험을 하다보면

애들 스스로 다양한 색을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첫째, 왁스 크레용!

왁스 크레용이라는 게 국내에서는 생산되지 않는 모양입니다.

안료(색 염료) + 꿀벌 왁스(밀랍)!

요렇게 만드는 것이라네요.

 

꿀벌!

요게 약으로도 쓰였던 것입니다.

의학사를 읽어보면 나오는 얘기입니다.

주로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할 때 꿀벌을 썼더군요.

 

이 꿀벌을 가지고 크레용도 만드네요.

장점: 손에 묻어나지 않는답니다.

생긴 모양: 납작한 육면체.

그리는 방법: 넓은 면을 종이에 대고 칠한다. 다만 연습이 좀 필요하다.

 

책에는 어떻게 칠하는지가 자세히 설명돼 있습니다.

엄마나 교사가 먼저 연습을 한 다음에 애들한테 보여주라는 말입니다.

그 다음에는 저자가 그린 '간단한' 그림이 나오는데, 이 간단한 게 또 예술이네요.

그 다음에는 어린 아이들의 그림이 나옵니다.

책 구성은 전부 이런 식입니다.

 

산과 바다, 고기잡이 배, 집, 이런 걸로 시작해서 나무를 설명했는데,

"나무의 성장 모습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좋다며 그 요령을 알려줍니다.

요건 저자가 부모에게 가르치는 겁니다.

애들한테 가르치는 게 아닙니다.

애들한테는 뭐라고 얘기하는가?

 

"나무를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아직은 중요하지 않습니다(24페이지)."

학교 입학 전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니까 <옳소!> 하면서 박수쳐도 되는 거지요?

 

동물!

"오직 동물 자체를 암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30페이지)."

"아이가 의식적으로 관찰하게 되면서부터 동물을 좀 더 확실하게 그립니다.

동물의 전형적인(뚜렷한, 으로 바꾸면 됩니다) 특징이 중요한 것이지,

세밀한 부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31페이지)."

여기에서도 박수를 쳐줄 수 있지요?

 

왁스 크레용!

인터넷으로 찾아보니까 수입 제품이 판매됩니다.

8색깔짜리가 가장 싸던데, 값은 700-800원 정도!

요거 선물용으로도 아주 그만이네요!

 

두 번째로는 수채화 물감이 소개됐는데, 아이들이 쓰는 물감을 담은 통 하나가 엄청나게 크네요.

여기에서도 저자는 단순한 색을 가지고 아이들 스스로 다양하게 만들어가는 것을 얘기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신기한 천연 물감!

"식물성 물감은 식물의 모든 성장 과정에서 얻어진 것으로

식물의 네 부분 즉 뿌리, 잎, 꽃 그리고 열매에서 뽑아냅니다(66페이지)."

 

이게 아이들더러 물감을 직접 만들라는 겁니다.

"절구공이로 작은 절구에 식물성 물감(안료)를 가는 것으로 준비가 시작됩니다

...

여기에 왁스 송진 용해액을 부으면 좋은 냄새가 퍼져 나갑니다(67페이지)."

 

이런 식으로 해서 만든다는데, 솔직히 요건 나중에 회원들의 자세한 소개가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뛰어나고 모험심 강한 분들은 많으니까 저는 책만 소개하면 됩니다.

 

어때요?

책이 그럴 듯하지요?

요 정도 되는 미술책이 좀 많으면 좋것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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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고 지고! : 자연 끼리끼리 재미있는 우리말 사전 1
박남일 지음, 김우선 그림 / 길벗어린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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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는 듯 마는 듯 실바람에 굴뚝 연기는 실실,

잔잔한 바다에는 사르르 비늘 물결.

얼굴을 스치듯 남실바람 불어,

나뭇잎은 살랑살랑, 잔물결이 남실남실.

깃발이 팔락팔락 산들바람 불면,

바다에는 군데군데 하얀 물결.

초가을에 선들선들 건들바람 불어

나뭇가지 흔들흔들, 밀려오는 거품 물결(20페이지)."

 

어때요?

말장난 솜씨 죽이지요?

동시, 동화란 말을 가지고 놀 줄 아는 사람이 써야 하는 겁니다.

또 이 정도의 솜씨는 지닌 사람이 사전도 편찬해야 하는 것이구요.

 

중요한 건 단순한 말장난 수준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고등학교 때 배운 한국말이 여기에 다 나옵니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어디에 나오는 구절이지요?

그렇습니다.

<춘향전>에 나오는 거지요?

이거 고전 시간에 억지로 암기하느라고 죽어났지요?

 

"날이 새는 동쪽은 '새쪽.'

새쪽에서 불어와 샛바람.

봄에 많이 부는 바람이지.

 

하늘에 가까운 서쪽은 '하늬쪽.'

하늬쪽에서 불어와 하늬바람.

가을에 불어와 '갈바람'이기도 하지.

 

집에서 마주 보이는 남쪽은 '마쪽.'

마쪽에서 불어와 마파람.

여름에 불어오는 축축한 바람이지(18페이지)."

 

아주 쉽게 이해가 되지요?

왜 그런 이름들이 붙게 된 것인지 이해가 쉽지요?

바로 위에 인용한 <샛바람>,

 

요게 바로 푄입니다.

샛바람을 독일어로 바꾸면 푄이 된다는 말입니다.

이게 또 지리 시간에 나오는 거지요?

동해 바다를 지나서 태백 산맥 동쪽을 들이쳐서 비를 한 번 뿌린 다음에

산꼭대기를 넘어서 서쪽으로 불어오는 아주 건조한 바람!

바로 이 샛바람=푄 때문에 봄에 산불이 자주 일어나지요?

 

자, 꼬마작가가 국토지리도 강의를 해드렸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뭐 지리책을 보고 다시 공부를 한 것이냐,

그런 건 아니고 대원 고등학교 <폭력-지리 교사>가 하도 잘 가르쳐서

아주 생생하게 기억을 하는 겁니다.

대원 외고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대원고등학교 애들의 실력이 요 정도,

그러니까 외고로 장사를 해먹지요.

안 그래요?

 

분량이 좀 적은 것이 흠이긴 하지만, 아주 뛰어난 동시집입니다.

갓난아기들 잠 안 자고 보챌 때, 요런 걸 암기했다가 읊어주면 되는 겁니다.

고전, 국토 지리에다가 아기 키우는 요령도 강의하지요, 꼬마작가는.

육아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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